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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재민

Bawoo 2019. 4. 22. 19:53


[소감]

전직 판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재판 관련 이야기. 주로 형사재판 분야이다. 법학 관련 전문용어가 나오지만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보다 깊은 내용이 안 담긴 게 아쉽다.


저자 : 정재민
16년간 판사, 외교부 영토법률자문관, 유엔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연구관, 국방부 정책실 법무관, 군검사 등 법조인으로 일했다. 한번뿐인 인생, 다른 일도 해보고 싶어서 2017년부터는 무기체계를 개발, 구매, 수출하는 방위사업청에서 일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사는 듯 사는 삶’이며 그렇게 살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글을 쓴다. 소설 『보헤미안 랩소디』 『소설 이사부』 『독도 인 더 헤이그』 등을 썼고, 제10회 세계문학상, 매일신문 포항국제동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법대 위에 따뜻한 음식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1. 골무와 연필 사이
2.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3. 판사가 판사가 되고 피고인이 피고인이 되는 순간
4. 장난쳐서는 안 되는 것
5. 피고인석에 앉아
6. 공소사실을 인정하십니까?
7.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 사이
8. 과거라는 명화를 복원하는 일
9.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하시기를 바랍니다
11. 판결문 쓰는 시간
12.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13. 판결 선고

에필로그:
사는 듯 사는 삶을 위해



출판사서평


“유죄일까, 무죄일까? 어떤 판결이 정의일까?”
평범하지만 뜨거웠던 판사의 마지막 재판 일기

최근 들어 부쩍 판사, 변호사, 검사의 저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종종 등장하곤 한다. 엄격해 보이기만 한 법복 아래 숨겨진 그들의 인간적 면모에 독자들이 반전 매력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는 판사로 일했고, 소설로 등단했고(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 지금은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정재민 작가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판사로서 마지막 재판을 진행하며 느꼈던 소회를 형사재판 과정에 맞춰 써내려간 책으로, 10여년간 판사로 일하며 느낀 무수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지금은 재판정을 떠난 전직 판사이자 작가로서, 현직 법관들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진솔하고 자유롭게 재판과 법, 일상의 정의와 법정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실제 법정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그곳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해도 속으로는 함께 울고 웃는 판사의 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한 필치로 그려냈다. 저자는 재판뿐만 아니라 가지각색 피고인의 삶도 들여다보며 딱딱하고 준엄할 것만 같은 법정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법정이야말로 가장 뜨겁게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는 곳임을 보여준다.
마녀사냥부터 도덕주의와 구속 문제까지, 판사로서 제기하는 다양한 고민들


저자가 10여년간의 법관 생활을 그만두는 마지막 한해 동안 맡은 형사재판을 토대로 쓰인 이 책은, 독자들의 재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형사재판의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재판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면서, 독자들은 때로는 판사의 입장에서 정의와 양형을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삶과 사람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저자가 피고인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양형 문제를 꺼내들거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마녀사냥과 도덕주의 문화를 꼬집는 부분들은 제도의 문제를 넘어 인간에 대한 문제로 고민을 확장시킨다.
한국사회에서는 ‘좋다’ ‘나쁘다’라는 도적 잣대를 기준으로 쉽게 ‘마녀’를 지목하고 함께 돌을 던지는 여론몰이가 유독 심하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그토록 도덕을 따지면서도 막상 다른 사회에 비해서 더 도덕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가 도덕을 꺼내드는 것은 훌륭한 사람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주로 ‘나쁜 놈’을 지목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 도덕적 기준조차 자의적이어서,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출세하더니 변한 나쁜 놈’이 되고,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의 청탁을 들어주면 ‘부패한 나쁜 놈’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밖에 법적으로는 처벌이 아님에도 신체의 자유가 지나치게 많이 제한당하고 사회적으로도 명예가 크게 실추되는 ‘구속수사’ 문제, 기소권보다 위력적인 검찰의 불기소권 남용, 형사재판 과정에서 정작 사건의 피해자는 소외되는 지점 등을 속속들이 짚어내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법 ...제도의 불완전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의를 일깨운다.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양형 문제

한 솜사탕 장수가 두 다리를 잃은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섰다. 그는 한밤중에 솜사탕 트럭을 몰고 가다가 길가를 걸어가던 일가족을 치고 그대로 벽을 들이받았다. 그 자리에서 남편과 어린 두 딸이 즉사했고, 아내만 살아남아 피를 토하는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솜사탕 장수도 그 사고로 두 다리가 잘렸고,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함은 물론 그의 얼마 안 되는 수입에 의존하는 가족의 생계마저 위태로워졌다. 사회는 그에게 어느 정도의 처벌을,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야 할까?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만난 피고인들의 ‘스톡’(stock)이 아닌 ‘플로’(flow)를 본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이해하려면 몇백 페이지로 쓰인 피고인과 피해자의 삶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단면적인 하나의 사건이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비극이 발생했을 때,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정의일까?
폭행으로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사람보다 전치 4주의 상해를 가한 사람을, 마약 0.2그램을 투약한 사람보다 0.4그램을 투약한 사람을, 200만원짜리 물건을 훔친 사람보다 400만원짜리 물건을 훔친 사람을 각각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금만 비틀어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둔갑한다. 폭행으로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사람과 마약 0.2그램을 투약한 사람, 그리고 200만원짜리 물건을 훔친 사람. 이 셋 중에는 누구를 가장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흔히 불만을 표하는 ‘양형’ 문제는, 이렇게 직접 마주서보면 매우 어렵다.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고, 범죄의 양과 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칼로 자르듯 명확한 판결을 단숨에 내려버리면 누군가는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판사 시절, 사건 기록을 읽고 또 읽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판결문을 썼고 끝내 마음을 정할 수 없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인간은 인간을 재판할 수 있을까’ ‘징역 1년과 징역 2년은 어떤 논리로 결정될 수 있는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재난과 비극은 누가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까’ 저자는 이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비단 피고인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을 포함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법정에 세운다.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와 피고인, 판사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고민에 이르게 되고, 우리 사회가 구현해야 하는 정의에 대해 찬찬히 곱씹게 된다.

인간을 판단하는 삶이 아닌
인간과 부대끼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를 재단하고 판단하고 형벌을 내려야 하는 극한 직업, 판사. 더구나 형사재판이라면 누군가의 목숨과 눈물이 걸린 일이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끝내 칼을 들어야 하는 것이 판사다. 저자는 판사 생활을 통해 좀더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인간을 판단하는 삶이 아닌 인간과 부대끼는 삶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판사 시절에도 유엔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즐겼던 저자는, 또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 결국 과감하게 재판정을 떠났다. 판사라는 직책을 용감하게 내려놓은 이유로 ‘사는 듯 사는 삶’을 말했던 저자는 여전히 인간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판사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 범죄와 재판, 정의와 불의, 인생과 처벌을 끈질기게 고민한 저자의 이번 책은, 제대로 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시대 독자들에게 분명 뜨겁게 가닿을 것이다.

사람의 눈동자 하나에는 온 우주에 있는 별들보다 더 많은 수의 원자들이 들어차 있다고 합니다. 그런 복잡하고 광활한 인간을 놓고 유죄와 무죄, 적법과 위법 같은 단선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면, 때로 제 자신이 프로크루스테스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묶어놓고 몸이 침대보다 길면 잘라 죽이고 짧으면 늘여 죽이던 그리스신화 속 인물입니다. 언젠가부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세상을 말과 글로만 간접적으로 접하는 좁은 법정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 그것이 사는 듯 사는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30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