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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이정명

Bawoo 2021. 11. 27. 11:39

 

부서진 여름:이정명 | 은행나무 | 2021.5.5.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진실과 거짓, 사랑과 증오, 의지와 운명……
우연이라는 삶의 불가해한 힘 앞에 무너져내린 그녀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 등 굵직한 소재를 소설적 상상력에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연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부서진 여름》은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해,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어느 지방도시의 18세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슬처럼 얽혀 들어가는 세 남녀의 착각과 오해. 진실을 오해하고 드러난 사실을 거짓으로 착각해 벌어지는 징벌과 복수. 세 남녀를 통해 소설은 운명처럼 파괴된 시간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삶의 완곡한 진실을 보여준다. 또한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이 인간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반추하며, 삶을 지탱하는 착각과 오해 그 위태로움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는다.

 

[소감] 난 추리소설을 일부러 안 읽는 편이다. 이유는 딱 한 가지. 단지 읽는 재미만을 위해 들일 시간은 없는 탓이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김성종 작가는 추리기법으로 작품을 쓰지만 여러 작품을 읽었다. 그러나 이는 작가가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을 추리기법으로 썼기 때문이다. 최후의 증인, 어느 창녀의 죽음 등. 그런데 이 작품은 끝까지 읽었다. 그것도 다른 읽을 책들을 다 제쳐놓고.  이유는 작가가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임에도 읽어본 작품이 한 편도 없는 터에 신작인 걸 발견해서였다. 책 제목에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레 하기도 했고. 그래서 활자가 작아 읽는 데 부담이 갈 것을 알면서도 빌려왔다. 만약에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바로 읽는 걸 그만 두면 되니까.

그런데 도입부에서부터 빠져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루게 해 준 아내가 생일 파티를 해 준 바로 그날 복수를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가버렸는데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가 궁금해서. 아내 덕분에 성공한 유명 화가가 된 주인공 한조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행동. 그런데 그게 주인공이 열여덟 살이던 그해 여름 한 소녀가 죽었고 이 때문에 한조의 아버지는 강간 살인범으로 사형당하고 소녀의 부모는 교통사고로 죽는 등 그야말로 두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다. 그게 주인공 한조의의 거짓말 때문이며  만약에 주거짓말을 안 했다면 두 가정은 평화롭게 잘 살 수 있었으니 이 행복을 깬 데  대해 복수를 하겠다는 거였다.  [미완-아래 본문 내용 발췌분 참조]

[여담]이 작품을 다 읽어가면서 문득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났다. 자신의 거짓말로 한 소녀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동생은 이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하는 영화. 

 

[본문 내용 발췌분:맨위 책 제목을 클릭하면 내용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부서진 여름》은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해,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어느 지방도시의 18세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슬처럼 얽혀 들어가는 세 남녀의 착각과 오해. 진실을 오해하고 드러난 사실을 거짓으로 착각해 벌어지는 징벌과 복수. 세 남녀를 통해 소설은 운명처럼 파괴된 시간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삶의 완곡한 진실을 보여준다. 또한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이 인간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반추하며, 삶을 지탱하는 착각과 오해 그 위태로움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는다.

성공의 절정에 이른 그날 아침, 아내가 사라졌다!

그날은 자신의 생일이자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날이었다. 성공한 화가로 이름난 한조의 마흔네 살의 첫 아침,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아내가 온데간데없다. 집 안은 평소와 다른 정적만이 가득했다. TV소리도, 주방을 오가는 아내의 발소리도 찻잔이 달각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래 집을 비울 사람이 세심하게 갈무리한 집처럼 거실과 주방은 깨끗하다. 아내의 소형차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집을 비운 것도 아니고 곧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전화기는 꺼져 있고, 단골가게를 들러 봐도 가게 주인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행방을 몰랐다. 완벽한 하루, 성공의 절정에 이른 그날, 아내가 사라졌다. 그를 떠난 건지, 버린 건지, 도망친 것인지 한조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내가 지내던 작업실, 작업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두툼한 서류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아내가 쓴 소설이었다.

“A4용지 40쪽 분량의 글은 어떤 소설에서 발췌한 일부분으로 보였다. 열여덟 살 여고생과 마흔 줄에 접어든 유명화가의 사적인 관계를 그렸는데 조숙한 소녀의 사랑과 자기중심적인 화가의 배신을 화가 아내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었다.(…)아내는 그토록 오래 남들에게 감추어온 그의 삶을 통째로 알았다. 그의 현재뿐 아니라 감춰진 과거도, 최고의 영광뿐 아니라 최악의 모습도, 점잖은 겉모습뿐 아니라 구역질 나는 내면까지도.” -본문 21쪽~25쪽


아내의 소설은 한조를 25년 전 여름으로 데려가주었다. 강변에서 죽은 사람을 본 그해 여름. 적벽돌 장식이 투명하게 빛나는 주택, 고풍스런 나무 창틀과 웅장한 포치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 한 세기 동안 언덕을 지켜온 하워드 주택, 또 그 아래 작은 멜컴 주택은 한조 가족들이 살던 집이었다. 관리주임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주택에서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형인 수인. 25년 전 여름은 하워드 주택으로 이사온 지수 가족과의 만남이 전부였고 지수의 여동생 해리, 그리고 자산가인 지수의 부모와 겪은 ‘그 일’이 떠올랐다. 한조는 아내의 소설에서 자신의 그 여름을 떠올렸다. 한조의 유년기를 뒤덮은 하워드 주택. 25년 전에 일어났던 ‘그 일’에 대해 한조는 아무렇지 않게 대면할 용기가 없었음을, 지금까지 미루어왔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