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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편추리소설]제로의 초점:저자 마쓰모토 세이초 |

Bawoo 2021. 11. 24. 21:51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제로의 초점』. 작은 사건에서 출발하여 사건의 동기를 밝혀내는 과정을 거치며 중요한 사회 현상을 환기시키는 구성이 돋보인다. 잔혹하거나 자극적인 묘사 없이 잔잔한 흐름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을 통해서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1950년대 후반,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와 결혼한 데이코.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출장을 떠난 남편이 실종되고, 데이코는 아직도 낯설기만 한 남편의 발자취를 따라 호쿠리쿠로 향한다. 눈과 추위의 땅에서 맞닥뜨리는 사건들. 그 속에서 남편의 행방은 더욱 묘연해지는데…. 일본 북서지방 호쿠리쿠의 설경 속에서 벌어지는 실종과 연속되는 살인 사건을 통해 패전 후 미군 점령기 시대의 모습과 여성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소감]

책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의 '전후'(SNU 일본연구총서 11)
저자 방민호, 김진규 외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1.7.20."를 통해서 알게 된 작품. 들이는 시간에 비해 얻는 게 적다는 생각 때문에 가급적 읽기를 피하는 추리소설이지만 패전 후 진주한 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한 여인의 이야기인 게 흥미로워 읽게 되었다.
작품은 제국 일본이 패망하고 미군이 일본 본토에 진주해 있던 시기 이들 미군을 상대로 한 매춘여성 중 아마도 자발적 매춘을 하다가 정상적인 생활로 성공적으로 복귀했을 수많은 매춘 여성 중 한 명을 모델로 삼았다. 그것도 집안도 부유하여 대학교육까지 받은 여성을. 이 여성은 매춘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지역유지의 눈에 들어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자신의 과거 생활을 아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정체가 알려질까 두려워 살해하게 된다. 이 남자의 행방을 뒤쫓던 갓 결혼한 아내-데이코란 이름-는  결국 이 지역유지의 부인이 자신의 과거를 감추려고 남자(남편)는 물론 남자의 형, 자신과 같이 매춘 생활을 했던 한 여자 그리고 남자의 직장 동료까지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비극적 설정인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네 명이나 살인을 한 자기 부인의 과거를 자백으로 알게 된 지역유지의 마음이다. 작품의 결말이 자신의 아내가 배를 타고 나간 곳을 피살자의 부인-데이코-와 함께 바라보면서 '이곳을 자기 부인의 무덤으로 생각하고 매년 오늘 오겠다'는 말로 부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패전 후 기본적인 먹거리조차 변변히 없었던 시절이었고 연인원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미군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매춘은 불가피했던 일 아니었겠냐는 작가의 생각을 대신한 것 아닐까 싶었다. 
 
[여담] 패망한 일본의 이러한 생활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진주한 것도 일본과 거의 같은 시기였으니까. 이들 미군의 성욕 해소를 위한 여성은 내 10대 시절이던 1960년 대에 있었다. 돌아가신 부친의 직장이 미군부대인 탓에 전방 기지촌이 있는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들 매춘 여성은 늘 볼 수 있었다. 이들 중 두 여인과는 한집에서 살기도 했었다. 비록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 받은 인상은 강렬했었다. 나 중학교 2학년이던 15살 때인가 그랬는데 그녀들은 나보다 최하 5년은 연상이었을 20대 초반에서 중반 쯤 되었을 나이였을 것이다. 두 여성 중 한 명은 아이까지 있었는데 상대 미군이 미국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둘 다 빼어난 미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한 생계형인 건 분명했으나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어느 정도는 자발성을 띄었던 것 아닌 것 싶기도 하다. 나라가 가난하여 남자들을 위한 변변한 일자리도 없던 시절에 젊은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있을 리도 없었지만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공장이 고작이었으니까. 자신을 몸을 이용하여 쉽게(?) 돈 벌면서 운이 좋으면 살기 좋은 나라 미국으로 가서 살 기회도 생기는 것이니까. 내가 아는 두 여인은  결국 버림받은 거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당시 사회상을 단지 추리소설의 소재로만 삼아서 그런 것 아닐가 싶다. 매춘 여성들은 매춘을 할 수 없는 나이 - 아무래도 20대 중반 이후부터가 아닐까-가 되면 일반 사회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자신의 과거를 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십 대 시절에 봤던 기지촌의 수많던 매춘 여성들은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왔을까가 새삼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지촌은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60년 대 후반에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특히 내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두 여인. 이젠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을 텐데 ......[2021. 11. 24]  

[참고] 일본 패전후 실상을 기록한 "패배를 껴안고(양장본 HardCover):저자 존 다우어 | 역자 최은석 | 민음사"책에 당시 일본의 사회상-매춘 관련-내용이 잘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