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우리 장편소설] 붉은 소낙비:이호철

Bawoo 2024. 12. 31. 20:36
저자:이호철
출간:2024.7.20.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전장의 한가운데서 젊은 병사만이 가질 수 있는 갈등과 인간애로 점철된 휴머니즘의 결정체!
베트남전쟁에 직접 참전한 저자가 삶과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면서 보고 느낀 참혹한 전장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렸다. 꽃다운 젊은 시절의 사랑과 아픔이 절절하게 녹아 있는 장편소설이다.

 

[읽은 소감]

지금부터 거의 50년 전-1974년-에 끝난 베트남 전쟁 관련 작품은 발견하는대로 찾아 읽는 편이다. 이 작품은 우리 세대에겐 익히 알려진 이호철 작가의 작품이라는 소개를 보고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는 동명이인이었다. 약간 실망. 내용의 전개도 도입부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단문형 문장이 보여준 작가의 내공이 책장을 그냥 덮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아 중반, 종반을 먼저 읽어 작품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읽어냈다. 결과는 만족. 그래서 읽은 책 목록에 올린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세대는 나보다 두세 살 많은 형뻘이 많았다. 1945년 생부터 1949년 생. 왜냐하면 1950년 생인 나는 1971년 12월 초에 입대했는데 그때는 이미 베트남 전에 참전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때였으니까. 그래도 1월 생이라 학교를 49년 생하고 동학년으로 다녔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동창이 제법 있었다. 또 집이 가난하여 국비 지원 제도의 혜택을 받아 학교를 다닌 동창들은 졸업과 동시에 육군, 해병대로 입대, 하사관으로 5년간 복무했다. 졸업이 1968년인데 이 시기가 월남전 파병이 한창 때인 것과 겹쳐 참전한 동창이 많이 있다.

작가는 아마도 이 시기에 자원하여 참전, 후방 보급병 생활과 전투병 생활을 다 경험한 듯하다. 이 경험을 소재로 하여 당시에 만났던 베트남 여인_쑤언_과 그녀의 오빠-로안- 이야기를 곁들여 현재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액자식 구성 (, frame narrative)은 액자가 그림을 두르듯 외화(외부 이야기)가 내화(내부 이야기)를 포함하는 문학상의 기법을 말한다-작품.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다른 유명한 작품-무기의 그늘, 머나먼 쏭바강, 은마는 다시 오지 않는다 등-이 전쟁 당시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과는 다른 전개 방식이다. 이제 70 중후반의 노년일 작가가 전쟁 당시 맺었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진 게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은 베트남 전 이야기 외에 파병 전 훈련부대 관련 훈련, 부대 주변 이야기, 파병 당시에 타고 갔던 배에서 겪은 이야기 등이 나온다.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그동안 몰랐던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주어 아주 유익했다. 주인공-학민-은 집안이 가난하여-아버지가 사람이 좋아 믿었던 직원에게 배신당하는 내용으로 나온다- 학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자원한 거로 나오는데 작은 아버지가 육본에 근무하는 장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설정이다. 현실성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은데 어머니가 나중에 알린 덕분에 베트남에 가서 전장이 아닌 후방 1종 보급병으로 근무하게 되고 여기서 사랑하는 여인-쑤언-을 만나게 된다. 보급품을 베트남 암시장에 판매하여 상관을 위한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는데 거래 상대자가 아가씨이고 급기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설정이다. 또 주인공은 포로 한 명을 살려주는데 이 포로가 사랑하는 여인의 오빠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데 이는 작품 초반의 현재 시점 이야기에서 설명이 된다.

황석영 작가의"무기의 그늘"이란 작품에도 보급품을 빼돌리는 일을 하는 안 병장이란 인물이 주인공 격으로 나오는데 이 인물이 후방 보급계 일을 하게 되는 배경의 설정이 좀 미약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뒷배경을 제대로 깔고 있다. 작은 아버지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욱본에 근무하는 장군이라면 그 위세는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 아니겠는가. 다만 주인공이 보급계에서 쫓겨나 전장으로 투입되는 이유가 보급품을 사들이는 베트남 조직과의 충돌 때문에 야기된 수습 곤란한 사건 때문인데 이에 대한 해설은 좀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이때 자신이 풀어준 북베트남 포로-연인 쑤언의 오빠 로안-의 덕을 보고 살아 돌아오는데 이 장면에서 북한군이 등장한다. 베트남전에 북한군도 참전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공군인 것으로 나온다. [2019.02. 24 연합뉴스 기사 발췌: 북한은 베트남전 기간 조종사 90명을 포함해 공군 200∼400명을 북베트남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참전 군인에 의한 베트남 양민 학살-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전우 한 명-박경석-이 강력하게 부인하는 역할은 한다. 그런데 이는 육군이 아닌 해병대-청룡부대-에 의해서 자행된 것으로 나와 있다. 아무튼 목숨을 걸고 전장에 투입되는 입장에서는, 더구나 전장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는 전투도 아니어서 투입된 군인들의 긴장도가 훨씬 심했을 걸로 미루어 짐작하면 참전 군인들의 이야기가 이해는 된다. 뭐, 1980년에 있었던 광주 5.18 사건-민중항쟁-을 보면 동족간에도 서슴없이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가. 이는 인간의 야만성은 동족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는다는 증명이다. 해방 후 혼란기, 한국전쟁 초기에도 벌어지지 않았던가? 그러니 충분히 그랬을 수 있었겠다는 개연성이 들기는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거나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에 있다면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게 인간의 심성 중 부정적인 면 아니겠는가.

작가는 자신의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른 작품과는 다른 시각에서 베트남 전을 조망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최데 수출국 중 하나로 되어있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여인의 오빠를 통해서 잘 조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수교한 것은 1992년이니 벌써 30여년 전이다 그런데 주인공과 사람하는여인의 만남은 현재 시점인 것으로 이해했으니 구성상의 헛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주인공이 아내와 사별했다는 이야기도 여인의 오빠를 통해 한 차례 나오고 여인은 아들 하나를 낳고 혼자 산 설정인데 종전 후 그토록 애타게 찾았었다는 이야기하고는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다. 또 주인공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현재도 돌보아 주면서 지내고 있는 평생지기 전우-박경석-에게도 사랑하는 베트남 여인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아예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차라리 설정할 때 아예 없는 것으로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수소문했는데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설정하든가.

이런 구성상의 아쉬움을 떠나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여 현 시점에서 돌아본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작가의 체험과 자료 수집이 바탕이 됐을 현실감 있는 묘사를 단문형 문장으로 잘 표햔했다고 생각했다.

[참고] 이 작품은 출판사의 작품 소개가 위 책소개와 아래 목차 뿐이 없군요. 출간한지 얼마 안 된 때문인지 독자 독후감도 올라와 있지를 않네요. 저자 소개도 이미 작고하신 유명 작가로 되어 있고요. 구성상 약간의 흠결은 있으나 나름대로 읽어볼 만한 작품군에 넣고 있는데 아쉬운 대목입니다.

목차

마당 … 4

쑤언자작나무집 1호점 … 14
어학당 … 21
오작교 … 31
제3의 탈출기 … 45
이니셜 반지 … 63
커피나무 … 82
맹그로브 숲 … 93
붉은 소낙비 … 98
밀국수 … 110
멀미 … 131
메이저리그 … 143
동병상련 … 158
기억 … 190
쌀국수 … 201
물물교환 … 212
불꽃 … 228
미로 … 255
마이너리그 … 270
안경 … 285
좌표 140319 … 300
푸른 낙엽 … 316

에필로그 … 332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