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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Steven Levitsky , Daniel Ziblatt

Bawoo 2025. 3. 12. 20:14
저자:Steven Levitsky ,  Daniel Ziblatt 
출간:2024.5.21
 
[소감] 유권자 1인당 1표에 의해 선출되는 방식을  통해  국가권력을 통치할 권력을 쥐어주는 민주주의란 제도가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않는 인물에게 주어졌을 경우 얼마나 취약한 제도인가를 실예를 들어 설명해 주는 양서. 읽을수록 현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칫하면 몇십 년 간 숱한 피를  흘려 겨우 뿌리를 내린 민주주의가 그저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위해 권력을 독점하려고 했던 한 인물 때문에 망가질 뻔했던 현재가, 그리고 아직도 미해결 상태인 현재 상황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 제도(100.daum.net백과 민주주의)가 도입된 것은 해방 후 미국이란 나라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무늬만 민주주의일 뿐 실제적으론 독재국가였다. 1948년 정부수립을 기준으로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1988년 2월까지 무려 40여 년 간. 그동안 숱한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 결과, 민주정이 들어섰지만 늘 불안해 보였다.  노태우 정부에 군사독재 시절  중추적 역할을 했던 군 출신들이 그대로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 이는 5년 뒤 김영삼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79년에 벌어진 12. 12 군사반란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이 그대로 요직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하나회 인사들을 제거하기는 했지만 뿌리까지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해방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친일, 해방 후 친미, 반공 세력을 어떻게 없앨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가 이미 깊이 뿌리 내린 정치군인 세력까지. 이는 그 누가 권력을 잡아도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후 민주화 운동 세력이 주축이 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나름대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나 싶었으나 이후 이명박,  박근혜 보수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는다. 어느 정권도 국민의 마음에 딱 드는 정치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기에 이에 실망한 국민들이 권력의 주체를 바꾸기 때문이었다. 이도  공정한 선거가 보장되는 민주화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 그러나 박근혜가 권력 오남용에 따른 탄핵으로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게 다시 권력을 넘겨준다. 이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표되는 실정으로 다시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현 윤석열 정부에게. 그런데 이 윤석열이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의 근원적인 문제는 평생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갑질만 하고 살아온 검찰 줄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한 나라를 통치하려면 나라 전체를 통찰, 관리하는 안묵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안목이 있을까 걱정되더니 급기야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의 선포 그리고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방 후 친일, 반공, 군부 세력과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인물들이 이 주축이 된 현 보수세력은 엄밀히 말하자면 대를 이은 기득권 세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만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도 불사하고 옹호하는 그런 세력들. 통치권력의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꼭 잘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통치를 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국민의 눈에 보여야 하는데 현 윤석열 정부는 그런 면에서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각설, 이 책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제도인가를 여러나라의 문제점을 들어 적시하고 있다. 주로 권력을 잡은 주체에 의해서 빚어지는 권력남용 문제인데 이의 원인은 권력을 쥔 자들이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때문으로 이해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나라는 헝가리가 대표적인데 이 나라는 무늬만 민주주의일뿐 의회 권력까지 여당이 쥐고 있다보니 거의 독재국가나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만약에 윤석열 정부의 여당인  "국민의 힘"이 의회 권력까지 거머쥔 다수당이었다면 헝가리 짝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소수당이어서 의회가 해산 결의를 하면 곧바로 계엄을 해제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시도한 걸 보면 말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투르키예,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늬만 민주주의 국가일 뿐 합법적으로 권력을 거머쥔 뒤에 독재국가 형태로 나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뭐 2차 재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노르웨이, 코스타리카는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얘기하고 있다. 결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가동하려면 국가 권력을 쥐고 있는 주체 세력들의 의지가 어떠한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다루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시킨 나라지만 돌아가는 꼴이 민주주의 후발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볼 때 정말로 가관인 나라. 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을 때 패배에 승복 안 하고 의회 폭동을 주도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민주주주의 종주국인데 투표 결과에 승복 안 하고 폭동을 부추기다니. 그때 얼마나 우쭐했던지. 우리나라가 바로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 트럼프가 이번에 다시 대통령이 되더니  이들 폭도들을 바로 사면하는 걸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도 민주주의 제도에 참 허점이 많구나 생각했다. 결론은 운용하는 자리에 있는 인물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문제.
이 책은 미국의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선거인단 제도, 주의 인구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두 명씩 배정하는 상원의원 제도인데 다수 득표자가 정권을 잡는 민주주의 제도를 해치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라가 처음 선 도입 초기 관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지역, 연합이 무너질 염려 때문에 부득이 주당 무조건 의원 2명 씩 배정한 제도의 문제점을 이젠 개선이 가능한 데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처럼 다득표를 하고도 낙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기에는 보수 세력인 공화당 쪽 인사들의 반대가 있는 것 때문인 걸로 이해했는데 결론은 설사 제도화되었을지라도 권력을 거머쥔 소수가 이 권력을 영구히 쥐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 나라는 결국 독재국가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나마 독재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아프리카의 르완다(폴가가메), 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 대만 같이 나라가 번영하는데 힘을 기울인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 인권 면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 경제발전의 초석을 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을 인정하여 공을  기리는 측면이 있는 것이니까.
현재 미국은 트럼프라는 사람 때문에 온세계가 혼란스러운데 초강국이면서도 더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관세 전쟁을 하고 있으니 이의 득실이 과연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윤석열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비상계엄을 해서 나라를 이토록 혼란 속에 빠뜨린 걸까? 트럼프는 자국을 더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욕심이라도 내보이지만 윤석열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만약에 계엄이 성공했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잘 할 수 있을까? 계엄 이전의 통치 행태로 봐서는 아니라는 쪽으로 답이 나오는데 지지를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 같으니 참 모를 일이다. 하기사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미국을 보면 답이 없는 혼돈 상태이긴 하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걸 그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게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자기 생각대로 안 된다고 반대하는 세력을 총칼에 의지해서 억누르고 자기들만을 위한 권력 행사를 하려고 한다면 북한짝이 나지 않겠는가. 
 
* 책에 관한 상세한 해설은 아래 책소개 전문을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

정치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후속작.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극단적 사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 다수를 지배하게 되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분석한다.

2021년 1월 6일, 선거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하자 충격에 빠진 저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오랜 세월 공고했던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저자들은 민주주의 붕괴 이면에 겉으로만 민주주의에 충직한 척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된 낡은 체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극단주의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는 주류 정치인들은 소수의 지지만으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이용하여 다수의 국민을 움직인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느냐, 소수만이 권리를 누리는 독재 국가가 되느냐. 저자들은 지금 우리가 낡은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더욱 끔찍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들어가며

1장 패배에 대한 두려움
2장 독재의 평범성
3장 이 땅에서 벌어진 일
4장 왜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저버렸나
5장 족쇄를 찬 다수
6장 소수의 독재
7장 표준 이하의 민주주의, 미국
8장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다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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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1월 6일, 미국인들은 상상조차 힘든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부추긴 폭동이었다. 이로써 4년에 걸친 민주주의 퇴보가 쿠데타 미수로 정점을 찍었다. 그 광경을 지켜봤던 많은 미국인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그들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느꼈던 공포와 혼란, 분노의 감정을 똑같이 느꼈다.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폭력의 흐름, 선거 운동원에 대한 위협, 투표를 더 힘들게 만든 갖가지 시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대통령의 획책 등 미국인들이 목격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퇴보였다. _12쪽, 〈들어가며〉 중에서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권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더 중요하게는 기존의 지배적인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러한 힘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주류 정당이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민주주의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다면, 정확하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_52쪽, 〈1장 패배에 대한 두려움〉 중에서

충직한 민주주의자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일관적이고 확고하게 거부하는 데 반해,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 즉,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폭력이나 반민주적 극단주의에 눈을 감는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태도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위험한 이유다. _64쪽, 〈2장 독재의 평범성〉 중에서

선거 당일에 백인통치연합은 지역 투표소에 선거 “감시인”을 파견했고, 지역 신문들은 흑인들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붉은 셔츠단은 말을 타고 거리를 활보했다. 집 밖을 나선 흑인은 거의 없었다. 용감하게 투표소로 향한 흑인들 대부분은 총구의 위협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흑인 주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민주당 암살단이 투표가 끝난 뒤 투표소로 난입해서 선거 관리원을 협박하고 그들이 가져온 투표 용지로 투표함을 채워넣었다. 놀랄 것도 없이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주 의회 총 118석 중 98석을 차지했다. _105쪽, 〈3장 이 땅에서 벌어진 일〉 중에서

소수는 때로 정치 싸움에서 다수를 좌절하게 만들거나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일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일반적인 협상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수가 ‘계속해서’ 거대 다수를 이기거나 정책을 강요하는 것, 나아가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우위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곳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_247쪽, 〈6장 소수의 독재〉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 출간 즉시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뉴스위크〉 올해의 책 선정
★ 정치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후속작
★ 〈뉴요커〉, 〈뉴스위크〉,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강력 추천

왜곡된 선거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까지
극단주의는 합법과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온다

무엇이 트럼프의 귀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어떻게 극단적인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뒤흔들 수 있을까?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파헤친 하버드대 정치학자의 역작

민주주의 붕괴를 경고한 현대의 고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후속작,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가 출간되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대표작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2018년 출간 이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세계 주요 언론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정치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도 출간 즉시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트럼프의 귀환을 마주할 전 세계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전작이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시작된 책이라면, 이 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과 함께 시작된다. 2021년 1월, 선거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을 점거했고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정치 테러를 독려했다. 이는 21세기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50년 넘게 보장된 투표권. 6만 3천 달러의 1인당 GDP. 사회과학 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절대 무너질 수 없었다. 그러나 지지자는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과 공화당 주류 정치인까지 선거에 불복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급격히 후퇴하고 말았다. 공고해 보였던 미국 민주주의 체제는 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이 책은 미국의 헌법, 선거 제도, 현대사와 함께 프랑스, 헝가리,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합법적으로’ 무너진 과정을 살펴보면서 극단적 사상을 가진 소수가 어떻게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게 되는지 파헤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파괴하는 범인은 누구인가?
겉으로만 민주주의자인 이들과 극단주의 세력의 위험한 동맹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움직임 뒤에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 그리고 변화를 막는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허점으로 가득한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그런데 “충직한 민주주의자”(loyal democrat)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semi-loyal democrat)의 차이는 무엇일까? 민주주의자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지 말 것.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며, 정당한 경쟁으로 권력을 차지하고, 같은 진영이라 해도 극단주의 세력과 단호히 관계를 끊는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은 앞의 두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넥타이 차림의 주류 정치인이며 민주주의에 노골적으로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극단주의 세력을 묵인하거나 은밀하게 지원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파괴한다.
1934년 2월 6일, 재향군인회, 청년애국단, 프랑스행동 등의 단체에 소속된 수만 명의 젊은 남성들이 프랑스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그들은 의회 해체와 보나파르트파 정부 복귀를 주장하며 의회로 진입했고,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들의 정치 테러보다 치명적인 것은 주류 정치인들의 반응이었다. 프랑스의 주요 정당인 공화연맹당은 습격에서 발생한 폭력을 가볍게 치부한 것을 넘어 폭도들을 “순교자”로 치켜세웠고,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며 조사 결과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였다. 명백한 정치 테러는 순식간에 정쟁의 대상이 되었고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은 주류 정치권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1934년 프랑스 국회의사당 습격, 그리고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류 정치권이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때 극단주의는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그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따랐을 뿐이다
극단주의자의 무기가 된 민주주의 체제의 허점과 한계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체제는 극단주의자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의 강력한 무기다. 미국에서 헌법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 여겨진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헌법 덕분에 권력의 균형을 이루고, 자유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러한 인식이 오해라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의회 구성과 선거인단 제도는 노예 소유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타협과 반다수결주의의 산물이다. 노예제 유지를 원했던 미국의 몇몇 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연방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했고, 이는 미국을 외부의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었다. 결국 노예제가 있는 주들은 투표를 할 수 없는 노예들까지 투표 인구로 인정받아 매사추세츠에 비해 투표 인구가 더 적은 버지니아가 매사추세츠보다 다섯 석을 더 차지하게 되었다. 의회 의석수에 비례한 선거인단 제도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면서, 대선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인구수에 비례하지 않은 의석수, 간접선거나 다름없는 선거인단 제도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면서 남부와 백인의 표만으로 다수 의석과 대통령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를 남발하고도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2000년 조지 W. 부시,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경쟁자보다 더 적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패자가 승자가 된 것이다.
다수가 아닌 특정한 소수의 편을 들어주는 제도로 인해 변화를 향한 다수의 의지가 묵살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임신중단권을 폐기해버렸다. 미국인 55퍼센트가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고, 39퍼센트만이 반대를 했음에도 대법원은 임신중단권을 국가가 아닌 각각의 주가 결정할 문제로 만들었다. 선거구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구획하는 게리맨더링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적은 표를 얻고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필리버스터 역시 소수의 지배를 강화하는 무기이다. 미국의 상원에는 입법을 위해 60표 이상을 요구하는 “압도적 다수 원칙”이 있다. 찬성이 60표 미만일 때 소수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미국 정치사에서 투표권 확대, 임신중단권, 총기 규제 등을 위한 법안이 50퍼센트 이상의 표를 받았음에도 필리버스터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 민주적이라고 알려진 수많은 제도는 사실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극단적 소수에게 혜택을 부여하며, 반동을 꿈꾸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소수의 권리를 위한 것인가, 당파적 이익을 위한 것인가?
익숙한 법과 제도에 담긴 민주주의 붕괴의 씨앗

민주주의에서 다수의 힘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개인의 자유라는 영역에서 그렇다. 선출된 정부라고 해서 우리가 특정 신에게 예배를 드리도록 강요할 수 없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고,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판단해선 안 된다. 또한 개인이 어떤 인종이나 성과 결혼해야 할지 결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적은 표를 얻은 이가 많은 표를 얻은 이 대신 공직에 오르고, 의회 다수가 결정한 법안이 소수의 의원에게 가로막히고, 소수의 극단적인 의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 역시 민주주의의 제어 장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소수를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보전하는 제도”와 “특권을 가진 소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제도”를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관습적으로 따르고 찬양하는 제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횡포. 특정 집단을 과도하게 대표하는 선거. 선택적으로 규정되는 합법과 불법. 이 책은 우리가 신성하게 여겨왔던 정치 체제가 실은 타협과 한계로 가득한 제도라는 것을, 때문에 반동을 꿈꾸는 이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느냐, 소수만이 권리를 누리는 독재 국가가 되느냐? 세계 인구의 절반이 투표소로 향할 슈퍼 선거의 해,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운명이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