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rique Granados
danza española n 1 Galante
[ 12개의 스페인 춤곡 ]
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대가 그라나도스가 1890년에 작곡한 〈12개의 스페인 춤곡〉은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굳히게 해 준 그라나도스의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 중 하나이다. 모두 4권 12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페인 각 지방의 민속춤곡을 기반으로 하여 민족적 색채를 짙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만큼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피아니즘을 보여주며, 탁월한 선율 감각으로 더없이 매혹적이고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정열과 우수를 노래하다
그라나도스는 〈12개의 스페인 춤곡〉을 통해 남부 스페인과 북부 스페인을 모두 아우르는 민속춤곡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냄으로써, 스페인의 다채로운 색채를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주로 안달루시아 지역의 음악을 중심에 두는 다른 스페인 음악가들과는 달리, 그라나도스는 12곡 중 4개의 음악에서만 안달루시아 춤곡을 사용하고 나머지에는 북부 지역의 다양한 민속춤곡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라나도스는 하나의 작품 속에서 스페인의 다양한 감성과 색채를 녹여내려 한 것이다. 이처럼 그라나도스는 스페인 각지의 민속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민속선율을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색채로 재창조하고 있다. 기본적인 형식은 스페인 춤곡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서, 역동적인 부분과 서정적인 부분을 대비시킨 뒤 다시 첫 부분으로 돌아가 끝맺는 소박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골격 속에서, 그라나도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낭만주의 음악을 가감 없이 펼쳐나간다. 쇼팽과 슈베르트에 심취했던 낭만주의자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을 뿐 아니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피아니즘을 과감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현대적 감각을 통해 스페인의 복합적인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그려내었다. 집시들의 정열적이면서도 우수어린 감성과 무슬림과 공존했던 과거에 대한 회상, 뜨거운 태양 아래의 활기찬 삶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만화경을 보여준다. 그의 〈12개의 스페인 춤곡〉은 자유롭고 정열적이면서도 낭만적 정서를 한껏 담고 있어, 스페인적 감수성과 그라나도스 특유의 독창성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작품 구성
각 3곡씩 4권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12개의 스페인 춤곡〉은 다채로운 스페인의 풍경을 보여준다. 1곡 갈란테(혹은 미누에토, Galante / Minueto)는 알레그로의 빠르고 거친 3박자 리듬의 주제를 제시한다. 숨 가쁘게 질주하는 스케일이 역동성을 더해준다. 중간부분에서는 느린 템포(Poco andante cantabile)로 감미롭고 느긋한 선율을 제시한다.
2곡 오리엔탈레(Orientale)는 〈12개의 스페인 춤곡〉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아랍풍의 선율을 통해 과거에 대한 향수와 관능적인 이국적 색채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조용하고 관조적인 왼손의 반주 위에서 펼쳐지는 요염한 선율은 동양에 대한 관능적인 판타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느린 중간부분(Lento assai)은 세레나데 풍으로 전개되면서 첫 부분의 관능적인 매력을 더욱 감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사라센 인들이 코르도바를 점령했던 옛 시대의 풍경을 더없이 매혹적으로 그려내는 이 곡은 첼로와 기타 등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3곡 판당고(혹은 사라반다, Fandango/ Zarabanda)는 옥타브로 진행하는 역동적인 주제가 카논풍으로 전개되는 곡으로, 더없이 정열적인 곡이다. 4곡 비야네스카(Villanesca)는 ‘알레그레토 알라 파스토랄레’라고 지시된 만큼 매우 목가적이고 소박한 악곡이다. 4마디의 전주가 평화로운 종소리처럼 울려 퍼진 뒤 경쾌한 첫 부분이 진행되고, 느린 중간부분은 단조의 감미로운 선율이 목동의 노래처럼 소박하게 제시된다.
〈12개의 스페인 춤곡〉 중 가장 사랑받는 곡인 5곡 ‘안달루사’(혹은 플라예라, Andaluza / Playera)는 안달루시아 지역 집시춤곡을 관능적인 선율로 풀어내는 더없이 매혹적인 곡이다. 기타의 주법을 모방한 전주에 이어 매혹적인 선율이 제시된다. 기타와 타악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장식음이 이국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느린 중간부분은 장조로 조성이 바뀌면서, 부드러운 레가토로 연쇄되는 화음들을 제시한다. 기타 뿐 아니라 다양한 독주 악기로 편곡되어 널리 연주되는 악곡이다.
6곡 ‘론다야 아라고네사’(혹은 호타, Rondalla aragonesa / Jota)는 빠른 D장조의 경쾌한 악곡으로, 민속선율인 호타 아라고네사를 주제로 하여 화려하면서도 애수어린 음향이 펼쳐진다. 7곡 ‘발렌시아나: 사르다나’(혹은 아스투리아나, Valenciana: Sardana / Asturiana)는 러시아의 세자르 큐이에게 헌정된 곡으로, 기타 풍의 주법을 중심으로 독특한 리듬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8곡 ‘로만티카’(혹은 마수르카, Romántica / Mazurca)는 전체 악곡에서 예외적으로 사용된 2/4박자의 악곡으로 춤곡의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10곡 ‘멜란콜리카’(혹은 단사 트리스테, Melancólica / Danza Triste)는 빠르고 화려한 악곡이다. 춤곡의 느낌은 약하지만, 화음들의 연쇄로 이루어진 화려한 1주제와 복선율 풍의 2주제가 어우러져 정열적이면서도 깊은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11곡 ‘삼브라’(Zambra)는 느리고 즉흥적인 성격의 곡으로, 느린 도입부(Largo)가 짧게 전개된 뒤 안단테 콘 모토(Andante con moto)의 리드미컬한 첫 부분이 전개된다. 라르가멘토의 중간부분에서는 화음들의 연쇄를 통해 플라멩코의 묘미를 절묘하게 살려낸다. 마지막 곡 ‘아라베스카’(Arabesca)는 독특한 느낌의 왼손 반주로 음악이 시작된 뒤 1주제가 제시된다. 느리고 표현적인 중간부분은 우수어린 선율을 제시함으로써 옛 시대의 코르도바 궁정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과거에의 회상은 다시 플라멩코풍의 1주제로 복귀함으로써 활발한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글-이은진/출처-클래식 백과]
'♣ 음악 감상실 ♣ > - Sonata' 카테고리의 다른 글
Nikolai Medtner - Violin Sonata No. 1, 2, 3 (0) | 2018.08.30 |
---|---|
Vojtěch Matyáš Jírovec (1763-1850) Piano Sonata 모음 (0) | 2018.02.08 |
Jean-Marie Leclair Violin Sonatas Op.9 (0) | 2017.11.18 |
Franz Lehár -Piano Sonata in d minor[Very rare and uncommon Lehar-Work] (0) | 2017.08.24 |
Granville Bantock - Violin Sonata No. 1 in G (1928-29)/Violin Sonata No. 2 in D (1929-32) (0) | 2017.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