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클래식(전곡)

Mikhail Glinka - ‘비창 3중주’(Trio Pathétique in D minor)

Bawoo 2014. 2. 19. 21:06

 

Glinka, Trio Pathétique in D minor

글린카 ‘비창 3중주’

Mikhail Glinka

1804-1857

Howard Klug, clarinet

Misha Quint, cello

Dmitri Shteinberg, piano

InterHarmony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Sulzbach-Rosenberg, Germany

2013.08

 

Klug/Quint/Shteinberg - Glinka, Trio Pathétique in D minor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 글린카는 53세의 생애 중에 실내악곡을 9곡 작곡하였는데, 그것들은 모두 28세까지의 초기작으로 그 중에서도 4곡은 이탈리아에 체류 중이던 1832년에 쓴 것이다. 폐질환을 앓고 있던 글린카는 1830년 봄 의사의 권유로 따뜻한 이탈리아로 요양을 갔다가 밀라노 음악원에서 음악공부를 하면서 3년 가까이 체류하였다. 이 기간 동안에 그는 벨리니와 도니체티의 오페라에 영향을 받고 유명한 이탈리아 오페라 주제에 의한 피아노 변주곡이라든가 합주곡을 주로 작곡하였는데, 향수병에 걸린 그는 남유럽의 선율이 러시아인의 힘차고 거친 감각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 글린카의 초기 작품

글린카는 “밀라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작곡한 소품들을 통해서 나는 나에게 알맞은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푸시킨과 고골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조국 러시아의 문화적 유산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하던 글린카는 더불어 좋아했던 콘스탄틴 바추시코프의 격렬하고 비감 넘치는 시에 감동하던 중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우리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러시아 오페라에 새로운 기원을 이룩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에 미치자, 이탈리아에서 독일을 거쳐 1834년에 귀국하고는 1836년에 오페라 <이반 수사닌>을 발표, 차르 앞에서 공연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이루게 된다. 작곡 삼매경에 빠져 있는 미하일 클린카.

따라서 글린카의 초기 작품은 주로 그의 창작상의 개성을 나타내는 데 그치고 있으나, 그래도 그 중에서 뛰어난 작품의 하나가 이 ‘비창 3중주’이다. 이 곡은 바추시코프의 시에서 영감을 얻고 쓴 것으로, 초고에는 바추시코프의 시가 인용되어 있다. 이 곡에 ‘비창’이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는 좀 모호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절대로 ‘비극적’이지 않고 도리어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아 따뜻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자신의 폐질환에 대한 비관적 생각으로 이 곡을 작곡할 무렵에는 후년의 우울증의 원인이 된 지독한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일까? 또는 ‘pathétique’(비창)라는 단어가 주는 낭만적인 어감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글린카의 자필 악보에는 바추시코프의 시의 한 구절인 ‘나는 사랑이 가져오는 고통을 통해서만 사랑을 알고 있었다’가 적혀 있다.

1832년 9월 밀라노에서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6중주곡을 완성한 글린카는 이탈리아에서 사귄 친구 줄리니의 별장지인 트라메치노에 갔다가 다시 스위스 국경 지대인 북이탈리아의 코모 호수 서쪽에 있는 발레제에서 10월 말까지 체류하였다. 그 한 달여 동안에 ‘비창 3중주’를 작곡한 것이다. 초고의 표지에 ‘피아노, 클라리넷, 바순을 위한 비창 3중주곡’이라고 곡 제목이 써져 있다. 1832년 12월, 밀라노에서 글린카의 피아노, 라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 멤버인 타시스트로가 클라리넷을, 칸토가 바순을 맡아 초연하였다.=이 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단악장적인 작품이다. 본래 피아노와 두개의 목관악기를 위한 3중주곡이라는 보기 드문 구성으로 쓴 곡인데, 오늘날에 와서는 클라리넷 파트를 바이올린이, 바순 파트를 첼로가 맡는 일반적인 피아노 3중주의 구성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D단조 4/4 박자. 소나타 형식. 유니슨으로 강하고 거친 음형으로 시작되는 서주가 겨우 4마디로 끝나게 되면, 피아노의 매끄러운 6단음표의 분산화음을 타고 클라리넷이 비애를 띤 극적인 제1주제를 절절하게 연주한다. 카논 풍의 하행 선율을 끼고 제1주제는 파곳에서 두 목관악기의 합주로 옮겨지고, 점차로 높아지는 피아노의 움직임에 따라서 또박또박 떨어지는 점음표의 리듬으로 바뀌어서 드높아지고, 세 악기에 의한 서주 음형의 강주로 일단 정지한다. 이어서 바순이 하행 셋잇단음표로 시작되는 리드미컬한 제2주제를 연주하고 클라리넷이 같은 음형을 이어받는다. 계속해서 단순하지만 애수를 띤 부주제가 클라리넷에서 나오고, 제2주제의 셋잇단음표의 음형과 얽히면서 드높아진다. 이 부분이 끝나면 겨우 16마디의 짧은 전개부로 들어가서 피아노 독주의 셋잇단음표 음형이 각 악기에 카논 풍으로 분산되면서 드높아지고 템포를 늦추면서 멈춘다. 다음에 제1주제에서 제2주제로 제시부가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나서 짧은 전개부에 비해서는 엉뚱하게 긴 코다로 들어가고 피아노의 극적인 셋잇단음표 음형을 중심으로 드높아지면서, 다시 한 번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축소된 형태로 반복되고, 파동적으로 크게 움직이는 선율을 거듭하면서 점차 진정, 피아노의 셋잇단음표만이 남아서 조용히 꺼져가다가 중단 없이 2악장으로 넘어간다.

2악장: 스케르초 - 비바치시모

C장조 3/4박자. 목관 둘이 합주하는 G음 위에 피아노가 경쾌한 스케르초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목관의 경쾌한 움직임을 끼고 세 번 반복되는데, 피아노가 8분음표의 파상 음형을 자유로이 쳐 가면서 고조하고, 목관에 주제 음형이 옮겨져서 최강주에 이르면, 하행하면서 약화, 최약음의 C장조 으뜸화음에서 멎는다.

이어서 중간부 메노 모소에 들어가서 F장조로 조바꿈하면, 바순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제1절을 느끼게 하는 노래하는 듯한 선율을 내놓는다. 꽤 긴 독백이 끝나면 클라리넷에 같은 선율이 반복되고, 끝으로 목관 둘의 합주로 중간부가 끝나고, 스케르초 주부가 단축되어서 재현되다 극적인 짧은 코다에 이르고 끝은 렌토로 한층 극적인 하행 선율이 되면서 피아노의 트레몰로가 길게 연주된다.

3악장: 라르고

F장조 4/4 박자. 3부 형식. 앞의 악장 끝의 피아노에 의한 트레몰로가 차분한 6잇단음표로 바뀌면, 클라리넷이 역시 이탈리아 오페라 풍의 주제를 연주한다. 이어서 1악장 제2주제의 음형이 나타나고, 3악장 주제와 짜 맞추어 최강주로 고조된다. 이 부분이 거의 그대로 바순으로 반복되고 나서 마에스토소 리솔루토가 되어 D플랫장조에서 E장조로 조바꿈하면서 다양한 비가적인 선율이 단편적으로 구성되어 간다. 그동안에 피아노에서는 시종 왼손이 셋잇단음표를 쳐 나가고, 오른손은 자유로운 장식 음형을 발전시켜 나간다. 이윽고 F장조로 되돌아와서 두 개의 목관이 다 같이 연주되면서 더욱 비애의 색을 짙게 띠면서 조용히 끝난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D단조 4/4 박자. 3부 형식. 이 악장은 종곡이라기보다는 전곡의 코다에 가깝다. 구조적으로도 1악장의 여러 악상을 변주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우선 1악장 제1주제, 제2주제가 이어져서 피아노로 강주되고, 목관은 그것을 받아서 제2주제의 셋잇단음표 음형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다시 이에 피아노가 참가하여 템포를 빠르게 하고, 프레스토가 되어 서주 음형이 피아노에 힘차게 나타나서 목관은 스케르초 음형을 회상한다.

렌토의 삽입 악구가 2마디 계속된 후에 알라 브레베 마 모데라토 3/2박자가 되어 피아노가 연주하는 싱커페이션의 리듬을 타고 바순에서 클라리넷으로 하행 음형이 최약주로 이어가고, 그것은 곧 두개의 목관의 힘찬 합주로 바뀌어 피아노의 강렬한 분산화음과 결합되어서 크게 고조되면서 장중하고 극적으로 전곡을 끝낸다.

 

  해설ㆍ정리 : 라라와복래 2013.08.13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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