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Schubert]

[스크랩] 슈베르트 현악 5중주 D.956(Schubert, 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

Bawoo 2014. 5. 2. 20:50

Schubert, String Quintet in C major D.956

슈베르트 현악 5중주 D.956

Franz Schubert

1797-1828

Janine Jansen, violin

Julia-Maria Kretz, violin

Màtè Szücs, viola

Daniel Blenduff, cello

Jan-Erik Gustafsson, cello

 

Janine Jansen/Kretz/Szücs/Blenduff/Gustafsson - Schubert's String Quintet D.956

 

1828년 10월 2일, 그의 삶을 불과 49일 남겨놓은 슈베르트는 출판업자 프로스트에게 신작 출판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최근에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와 하이네의 시에 의한 몇 개의 가곡들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1대, 첼로 2대를 위한 5중주곡을 처음으로 작곡했습니다. 소나타는 몇 군데서 연주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5중주곡은 몇 주 후에 연주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들에 관심이 있으시면 부디 제게 연락 주십시오.”

그러나 1850년이 되도록 편지에 언급된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곡이 연주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슈베르트 현악 5중주곡에 대한 공식 초연은 1850년 11월 17일 빈에서 헬메스베르거 4중주단과 또 한 명의 첼리스트에 의해 이루어졌다. 또한 이 곡의 악보는 슈베르트 사후 25년이 지난 1853년이 되어서야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당대의 무관심으로 잊혀질 뻔했던 걸작

실내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고전음악의 수많은 실내악 명곡들 가운데서도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D.956을 으뜸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음악학자 호머 울리히도 그의 저서에서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를 가리켜 “고귀한 이념과 아름다운 선율, 다양한 분위기에 있어 이 작품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고,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이 작품의 느린악장을 그의 장례식 때 연주해달라고 청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선더스는 자신의 무덤 비석에 슈베르트 현악 5중주 1악장의 제2주제를 새겨 넣었다. 그토록 수많은 음악가들과 음악애호가들에게 각별한 영감을 전해준 이 특별한 걸작이 슈베르트 당대와 그 이후 오랫동안 무시되고 잊혀질 뻔했다는 사실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삶이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에 작곡된 작품으로, 슈베르트 특유의 포근하고 감상적인 느낌이 각별하다. 빈의 중앙공원묘지에 있는 슈베르트의 묘.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왼편으로는 모차르트의 기념비와 베토벤의 묘가 있고, 오른편으로는 브람스의 묘가 있다.

슈베르트가 현악 5중주곡을 작곡한 시기는 1828년 8월과 9월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현악 4중주 편성(바이올린 2, 비올라 1, 첼로 1)에 첼로 한 대를 추가해 현악 5중주를 작곡했는데, 이는 현악 4중주에 비올라를 더하는 일반적인 현악 5중주곡과는 다른 편성이다. 슈베르트는 비올라 한 대가 더 편성된 모차르트의 뛰어난 현악 5중주 작품을 알고 있었음에도 비올라가 아닌 첼로를 선택했다. 슈베르트가 현악 5중주곡에서 첼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음악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1악장에서 두 대의 첼로가 3도와 6도 음정으로 서로 어우러지는 제2주제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금방 느낄 수 있다. 두 대의 첼로가 만들어내는 이 푸근하고 편안한 화음의 매력이야말로 슈베르트 현악 5중주를 특별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첼로는 때로는 마치 테너 가수처럼 아리아를 부르는 듯하다가도 때로는 베이스 가수처럼 깊은 저음으로 침잠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놓는다. 일찍이 작곡가 보케리니도 제2첼로를 넣은 현악 5중주를 작곡한 적이 있지만 첼리스트였던 그는 제1첼로를 프리마 돈나처럼 돋보이게 했다. 이는 슈베르트가 두 대의 첼로의 비중을 비슷하게 설정해 서로 어울리게 했던 실내악적 접근 방식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에선 때때로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향을 방불케 하는 소리가 뿜어 나오기도 한다. 이 작품을 작곡하기 2년 전, 현악 4중주 D.887에서 현악기들의 트레몰로(활을 빠르게 아래위로 교대하여 긴장감 넘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연주법)로 미증유의 음향을 만들어냈던 슈베르트는 현악 5중주에선 한층 더 다양한 표현법을 구사하며 관현악곡에 근접한 다채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며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Végh String Quartet & Pablo Casals perform Schubert's String Quintet D.956

Sándor Végh, violin

Sándor Zöldy, violin

Georges Janzer, viola

Paul Szabo, cello

Pablo Casals, cello

1961.07.19

따스하고 포근한 화음을 들려주는 첼로의 매력

아쉽게도 당대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 비범한 현악 5중주곡의 자필악보는 오늘날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금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악보는 1853년에 디아벨리 사에서 출판된 파트보를 바탕으로 출판된 것으로, 오류로 추정되는 부분도 발견된다. 그러나 자필악보의 부재로 오류를 수정해서 연주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음악학자들이 이 악보에서 오류로 추정하고 있는 부분은 모두 두 군데로, 1악장 발전부 1마디 직전 코드는 발전부 시작 마디가 되어야 맞는 것으로 보이고, 3악장 스케르초 후반부의 반복기호의 위치도 음악의 흐름 상 부자연스러워 반복기호를 좀 더 앞으로 이동시켜야 더욱 매끄럽게 들린다. 그래서 악단에 따라서는 오류로 추정되는 부분을 고쳐서 연주하기도 한다. 멜로스 4중주단과 로스트로포비치가 함께 연주한 음반의 경우 1악장의 오류를 수정해 연주했고, 하겐 4중주단과 하인리히 쉬프가 함께 한 음반에선 3악장 스케르초의 반복기호의 위치를 악보에 표기된 것보다 27마디 앞으로 당겨 연주해 음악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슈베르트 현악 5중주의 1악장이 시작되면 평이한 C장조 화음이 들려오지만 이내 감7화음의 불안정한 화음이 그 뒤를 따르며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악장 내내 편안한 장조 화음과 비틀린 단조 화음의 교대가 계속되며 묘한 불안감을 자아내는데, 이는 슈베르트 말년의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특성으로 신비롭고 영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1악장 제시부에서 두 대의 첼로로 연주되는 제2주제는 이 작품에서 매우 유명한 선율로 이 작품에 따스하고 포근한 빛을 부여하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1악장과 2악장은 밝고 포근한 빛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신비한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2악장: 아다지오

느린 2악장은 매우 영감에 찬 음악으로, 뚜렷한 선율선이 드러나기보다는 연속하는 화음이 하나의 선율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며 주제를 이룬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60의 2악장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화음적인 선율이 여러 가지 장식적인 음형에 의해 변주되는데, 그 과정에서 제2첼로가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소리 내는 피치카토 주법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2악장 중간 부분에서 슈베르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슬픔과 격정을 폭발시킨 후 극도의 여린 음으로 마무리하며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감정의 기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3악장: 스케르초. 프레스토

3악장은 시골 풍 춤곡의 활력이 느껴지는 음악이지만, 중간 트리오 부분에서 템포가 느려지면서 또다시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 작품의 트리오는 슈베르트의 전 작품들 중 강한 대조의 원리를 보여주는 음악으로 활력에 넘치는 스케르초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4악장: 알레그레토

4악장은 헝가리 풍의 이국적인 주제로 시작하는 음악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두 번에 걸쳐 매우 빠른 템포로 격앙되면서 화려하고 압도적인 결말을 이끌어낸다.

 

추천음반

슈베르트 현악 5중주의 여러 음반들 중에서도 알반 베르크 4중주단과 하인리히 쉬프가 함께 연주한 음반(EMI)이 풍성한 음향과 격정적인 해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에머슨 4중주단과 로스트로포비치가 함께 연주한 음반(DG)은 세심하고 다이내믹한 설정과 풍성한 음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소름 끼칠 정도로 정교한 앙상블로 이 작품의 영적인 느낌을 잘 살려낸 하겐 4중주단과 하인리히 쉬프의 음반(DG)과 신세대 실내악 연주자들의 강한 활력을 느낄 수 있 아르테미스 4중주단과 투를스 뫼르크의 음반(EMI)도 추천할 만하다.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1.24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482

 

출처 : 라라와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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