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입술을 '지긋이' 깨물까, '지그시' 깨물까

Bawoo 2014. 9. 30. 22:51

박태환은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만 20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 비록 금메달은 없었지만 변변한 스폰서도 없이 혼자 힘으로 이뤄낸 쾌거다. 박태환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시상대에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처럼 ‘지그시’라는 표현이 나올 때 ‘지긋이’와 ‘지그시’ 가운데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 “입술을 지긋이/지그시 깨물며 아픔을 참는 그의 모습에 관중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나이 지긋이/지그시 든 어머니의 오열에 선수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등처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긋이’와 ‘지그시’는 각각 다른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문장에서 그 의미를 잘 헤아려 보고 선택해야 한다.

 ‘지긋이’는 “그 병원에는 지긋이 나이 들어 보이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부부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였다”에서와 같이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라는 의미로 쓰인다. “아이는 나이답지 않게 지긋이 앉아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에서처럼 ‘참을성 있고 끈지게’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그시’는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아쉬움을 삼켰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입술을 내민 모습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에서와 같이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그는 고통을 지그시 참고 견디었다” “아니꼬운 태도에 분노가 일었지만 지그시 참았다”에서처럼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을 표현할 때 ‘지그시’를 쓰기도 한다.

 앞의 예문 “입술을 지긋이/지그시 깨물며 아픔을 참는 그의 모습에 관중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에서는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습을 나타냈으므로 ‘지그시’를 써야 바르다. “나이 지긋이/지그시 든 어머니의 오열에 선수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에서는 나이가 비교적 많다는 의미를 나타냈으므로 ‘지긋이’를 사용해야 한다.

* 출처: 중앙일보-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