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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삶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그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AP=뉴시스]
외국 언론에도 모디아노의 수상은 의외였던 모양이다.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 하는 질문에 스웨덴 한림원의 페테르 엥글룬드 사무총장은 “프랑스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고 스웨덴어로도 번역돼 있지만 다른 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라고 답했다.
읽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작품의 구성은 매우 정교하고 우아하지만 언어는 단순하다. 오후에 가볍게 한 권 읽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한 권을 더 읽을 수 있는 작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르소설적인 요소를 능란하게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모디아노는 1945년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아버지와 배우였던 벨기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잦은 여행으로 인해 그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중등교육을 마쳐야 했다. 공식적인 최종학력은 고졸이다. 열 살 때 각별한 관계였던 남동생 루디가 병으로 사망한 사건 역시 소년 모디아노의 감수성에 그늘을 드리운 모양이다.
78년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를 번역해 국내에 처음 모디아노를 소개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2차 대전의 혼란했던 시기가 배경인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인간존재의 불확실성에 천착했다. 전쟁 때문에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존재가 흔들리는 상황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의 삶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아주 간결한 문체로 묘사했고, 그래서 신비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모디아노 문학의 키워드로 흔히 ‘기억’과 ‘시간’이 꼽힌다. 엥글룬드 사무총장은 ‘어떤 책부터 시작하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추천했다. 기억을 잃어버린 탐정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발자취를 밟는 내용이다. 기억의 복원을 통해 내면의 어둠을 밝히는 작업은 프랑스의 선배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가 시도했던 것이다. 엥글룬드 사무총장은 “그런 점에서 모디아노는 우리 시대의 마르셀 프루스트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장르소설적 요소에 대해 모디아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탐정소설을 쓰기를 꿈꿔 왔다. 탐정소설의 주된 주제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 것들, 가령 잠적이나 정체성 문제, 기억상실증, 수수께끼 같은 과거로의 회귀 등을 다루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단순한 흥미를 위해 장르적 요소를 쓰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열여덟 살 때부터 소설을 썼다. 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등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외곽 순환도로』로 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슬픈 빌라』로 75년 리브레리상을, 78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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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간된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2010, 문학동네)=모디아노의 여섯 번째 소설로 공쿠르상 수상작(1978년).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렸다.
◆『신원 미상 여자』(2003, 문학동네)=남성 화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던 작가가 처음으로 여성 화자를 내세운 작품. 이름도 성도 없는 젊은 여성 셋이 각자의 상실감을 이야기한다.
◆『슬픈 빌라』(2001, 책세상)=무국적자인 주인공 ‘나’가 청년 시절 스위스 휴양도시의 ‘슬픈 빌라’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
- 1945년 7월 30일 프랑스 불로뉴 비앙쿠르에서 출생. 유대계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인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와 벨기에 영화배우인 어머니 루이자 콜페인은 점령중인 파리에서 서로 만나 신분을 감춘 상태에서 생활.
- 1957년 두 살 아래 남동생 루디 병사. 후에 초기작들을 동생에게 헌정.
- 1963년 안시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지만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하지 않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
- 1967년 첫 소설 『에투알 광장 』 완성, 이듬해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 로제 니미에상과 페네옹상
수상.
- 1970년 9월 12일, 도미니크 제르퓌스와 결혼. 결혼식 증인은 레이몽 크노와 앙드레 말로.
- 1972년 『외곽 순환도로』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
- 1974년 2차 대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 ‘라콩브 뤼시앵’이 영화화돼 상영. 맏딸 출생.
- 1975년 『슬픈 빌라』로 리브레리상 수상. 95년 영화화.
- 1978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공쿠르상 수상. 둘째딸 출생.
- 2000년 전 작품에 대해 폴 모랑 문학대상 수상.
- 2014년 『당신이 그 구역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하여』 출간.
* 출처: 중앙일보-신준봉·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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