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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라흐마니노프 : 합창 교향곡 Op.35 `종` (Choral Symphony `De Klokken` Op.35)

Bawoo 2019. 1. 13. 07:28

라흐마니노프 : 합창 교향곡 Op.35 '종'

Choral Symphony 'The Bells (De Klokken)' Op.35

     


The Bells, Op.35 - 1. Allegro ma non tanto (Silver Bells)  /  Russian National Orchestra

 

라흐마니노프 : 합창 교향곡 Op.35 '종' 

Choral Symphony 'The Bells (De Klokken)' Op.35 (1913년작)

Колокола (Kolokola), poem for chorus, voices and orchestra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khmaninov 1873~1943) 러시아

 

라흐마니노프의 <성 요한 크리소스톰의 전례>와 <저녁 기도>가 종교성을 띤 작품이라면, 합창 교향곡 <종>은 세속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과 구상은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의 시 [종, The Bells]에서 비롯된다. 라흐마니노프는 콘스탄틴 발몬트(Konstantin Dmitrievich Bal'mont 1867-1943 러시아)가 번역한 포우 (Edgar Allan Poe 1809 -1849 미국)의 시를 읽고 작품을 썼다. 포우원시는 종소리를 세월의 흐름, 곧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생에 대비시키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도 여기에 착안해 인간의 탄생과 결혼, 공포와 죽음을 각각 은종과 금종, 동종과 철종으로 표현했다. 이미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첫 부분과 <B단조 전주곡>에서 종소리를 묘사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각각의 종소리를 그려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살면서 몇 번이고 이 곡을 자신의 가장 멋진 성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1949년 4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포우는 정작 조국인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훨씬 중요한 작가로 인정받았다.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프랑스)는 포우의 전기를 썼고, 그의 영향을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에서 두드러지게 찾아볼 수 있다.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e 1842-1898 프랑스)는 포우의 [갈가마귀, The Raven]를 프랑스어로 번역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영국에서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영국)와 앨저넌 찰스 스윈번(Algernon Charles Swinburne 1937-1909 영국),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 영국)가 포우의 독창적인 낭만주의를 세기말 사조에 결합했고,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다눈치오 (Gabriele d'Annunzio 1863-1938 이탈리아)도 포우를 토대로 상징주의를 발전시켰다. 미국이 아직 유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포우는 이미 구대륙의 심장에 도달한 셈이다.


무엇이 그에게 열광하게 했을까? 남부 출신이었던 포우는 미국 문학이 보수적인 보스턴으로부터 진보적인 뉴욕으로 옮겨가던 시대를 살았고, 낡은 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의식을 형성하던 조류를 정확히 읽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과정에서 황폐해진 인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었다. 도둑과 탐정이 종이 한 장 차이임드러내는 그의 추리 소설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오스트리아)가 무의식의 지도를 그리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가 된다. 1845년,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포덤(Fordham) 대학은 고딕식의 교회를 지었다. 높은 종루가 있는 이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포우가 시를 썼다고 전하고, 그 뒤로 그 종은 ‘올드 에드가 앨런 (Old Edgar Allan)’이라고 불렸다. 포우는 죽기 직전인 1849년 문예지 [사틴, Sartain’s Union Magazine] 10월호에 이 시를 게재했고, 대가로 15 달러를 받았다. 극도로 건강이 쇠약했던 그는 의사가 부재중인 병원 세 곳을 두드리다가 끝내 도움을 받지 못하고, 10월 7일 일요일 새벽 5시에 세상을 떠났다. 라흐마니노프보다 여섯 살 위였던 러시아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도 포우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발몬트가 러시아어로 번역한 포의 [종]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 내용도 압축했고, 시어도 러시아어의 운율로 훨씬 음악적으로 가다듬었다. (Edgar Allan Poe 1809 -1849) 종 (에드가 앨런 포).hwp


라흐마니노프는 1912년 12월에 가족들과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머물렀다. 로마의 피아차 디 스파냐에 있는 아파트는 표트르와 모데스트 차이콥스키 형제가 1880년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곳이었다. 여기서 합창 교향곡 <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기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딸이었던 이리나와 타티아나가 장티푸스에 걸렸고, 치료를 위해 베를린으로 갔다. 고비를 넘긴 아이들을 데리고 이바노프카로 간 그는 여름 무렵 <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바노프카는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많은 가곡들, <회화적 연습곡>이 완성된 곳으로 그의 처가가 소유했던 영지였다. 모스크바 음악원 시절부터 라흐마니노프의 친구였던 첼리스트 미하일 부크니크에 따르면, 라흐마니노프에게 이 시를 소개한 것은 자신의 제자였던 다닐로바라는 여인이었다. - '한번은 그녀가 몹시 들떠서 레슨을 받으러 왔다. 연주하는 동안 그녀는 무척 흥분한 것처럼 보였고 내게 뭔가 얘기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발몬트가 번역한 포우의 시 [종]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존경하는 라흐마니노프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이데 픽스’(확고한 생각)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우상에게 시를 읽고 음악을 써 달라는 내용으로 익명의 편지를 썼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어 그녀는 다시 공부를 위해 모스크바에 왔다. 라흐마니노프는 그 사이 멋진 합창 교향곡을 써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다닐로바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녀의 비밀을 알아야 했다. 그녀는 나와 레슨 하는 동안 그 감정을 쏟아 냈다. 그녀는 내게 모든 얘기를 했다. 나는 신중하고 무뚝뚝한 라흐마니노프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데 무척 놀랐다.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작품을 쓰다니! 나는 그가 죽을 때까지 이 비밀을 지켰다. 다닐로바의 또는 부크니크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모스크바에서 작품이 초연될 때 라흐마니노프에게 누군가 흰색 백합 꽃다발을 보냈다. 그리고 한 번은 더욱 눈에 띄는 꽃이 왔다. 테이블 가로대에 온갖 종류의 종들이 매달린 것이었다. 흰색 라일락 송이로 만든 종들이었다. 때는 2월이었다.


01. THE SILVER SLEIGH BELLS (ALLEGRO, MA NON TANTO)

02. THE MELLOW WEDDING BELLS (LENTO)

03 THE BELLS, OP. 35: III. THE LOUD ALARM BELLS (PRESTO)

04 THE BELLS, OP. 35: IV. THE MOURNFUL IRON BELLS (LENTO LUGUBRE)


1. Allegro ma non tanto (Silver Bells)              2. Lento (Golden Bells)

   

 3. Presto (The Loud Alarm Bells)                   4. Lento lugubre (Iron Bell)

   

Russian National Orchestra · Mikhail Pletnev · Vladimir Chernov · The Moscow State Chamber Choir · Vladimir Minin


▶ 제1악장 : 은종 (Allegro ma non tanto: "The Silver Sleigh Bells") : 은으로 된 썰매종이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T. S. 엘리엇의 『황무지』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영상으로 보이는 듯하다. -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썰매를 과속하다가 사고가 나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한 음악가가 나오는 헤르만헤세의 『게르트루드』는 어떤가? 플루트와 트라이앵글, 하프, 첼레스타와 같은 악기가 주도하는 도입부부터 즐거운 상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테너 독창이 포우/발몬트의 시를 낭송하고 합창의 허밍이 뒤를 받친다. 아마도 이탈리아에 머물던 라흐마니노프가 푸치니의 <나비부인> 가운데 ‘허밍 코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제2악장 : 금종 (Lento: "The Mellow Wedding Bells") :  결혼을 상징하는 금종이다. 같은 시기에 구상되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완성되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결혼>과 같이 이 음악도 들뜬 축제라기보다는 엄숙하고 신성한 분위기이다. 약음기 낀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점차 완성되어 가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소프라노의 영감 어린 음성이 감동적인 악장이다.

제3악장 : 동종 (Presto: "The Loud Alarm Bells") : 유일하게 독창이 가세하지 않는다. “웽그렁 뎅그렁” 공포과 불안을 알리는 음악은 라흐마니노프의 어떤 음악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 가운데 ‘폴로베츠인의 춤’을 연상케 하는 야성적인 합창이다. 스케르초라고 할 수 있는 이 3악장은 장례의 종소리를 묘사한 피날레로 이어진다.

제4악장 : 철종 (Lento lugubre: "The Mournful Iron Bells") : 독창은 베이스가 맡는다. 마지막 악장을 느리게 작곡하면서 라흐마노프는 자신이 존경했던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을 염두에 두었다. 다시 한 번 죽은 자를 위한 ‘진노의 날’(Dies Irae) 선율을 바순이 분다. 모든 살풀이가 끝난 뒤에 홀로 남은 오케스트라는 눈부신 후주로 종소리의 여행을 마무리 한다.

19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미국 작가였지만, 너무도 비참하게 객사하고 말았던 에드가 앨런 포에게 포근한 안식의 빛을 주는 듯한 음악이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좋아한다면 “2월에 라일락으로 만든 꽃다발 종”과 같이 아름다운 비슷한 시기의 이 러시아 걸작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The Bells, Op. 35 / Boston University Symphony Orchestra





출처 : 멀뚱박사의 사랑방
글쓴이 : 멀뚱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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