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Symphony No.6 in A major
브루크너 교향곡 6번
Anton Bruckner
1824-1896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Münchner Philharmoniker
1999
브루크너는 그의 교향곡 6번을 매우 사랑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모든 교향곡들 가운데서 가장 무시되어 왔다. 브루크너가 이 곡을 완성한 것은 1881년이었으나 전 악장의 완전한 초연은 작품이 완성된 지 20년이나 지난 1901년 3월 14일에 이루어졌다. 그 사이 두 차례의 초연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불완전한 것이었다. 1883년 2월에 빌헬름 얀이 이끄는 빈 필하모닉이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의 리허설을 시작했으나 그 달 11일에 열린 초연 무대에선 오로지 이 교향곡의 2, 3악장만 연주됐고, 1899년 2월 26월에 구스타프 말러는 이 교향곡의 전 4악장을 빈에서 지휘했으나 이 곡의 많은 부분이 잘려나간 상태로 연주되었다. 당시 말러가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의 상당 부분을 삭제하고 부분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을 바꾸어 연주했을 때 빈의 노동자 신문(Arbeiter-Zeitung)은 이렇게 평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의 전 악장이 빈 필하모닉에 의해 연주됐다. 지휘자 말러의 수정 작업 덕분에 이 작품은 청중들이 참고들을 만한 음악으로 거듭났다.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모든 특징들을 담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과 장대함, 독특함, 그리고 표현이 풍부한 주제와 거대한 구조, 굉장한 대위법의 예술, 압축된 관현악법이 나타난다.”
지극히 아름다운 아다지오 악장을 지닌 이 교향곡이 오랜 세월 동안 인정받지 못한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을 들어본 적이 없는 오늘날의 음악애호가들이라도 이 교향곡 2악장 아다지오를 들어본다면 처음부터 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향곡이 오랫동안 ‘미운 오리새끼’의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은 이 작품이 브루크너 교향곡의 전형적인 틀에서 너무 벗어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루크너 작품 중 가장 독특한 교향곡
교향곡 6번은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중 전혀 다른 유형을 보인다. 교향곡 3번 이후의 브루크너 교향곡들은 연주시간 100분에 육박하는 대작들이 대부분이지만 교향곡 6번의 연주시간은 교향곡 5번보다 20여 분이나 단축되어 전 악장의 연주시간이 고작 1시간 남짓이다. 달라진 것은 작품의 길이뿐만이 아니다. 도입부를 들어보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 대신 전신 부호 같은 기묘한 리듬이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1악장이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높은 C#음에서 톡톡 튀는 듯한 리듬을 반복해 연주한다. ▶브루크너가 생애 대부분을 봉직했던 성 플로리안 성당.
잠시 후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이 리듬에 맞추어 제1주제를 연주하지만 그 선율은 A음을 중심 음으로 하는 프리지아 선법*에 따른 것으로 매우 고풍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1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곡의 중심 조성인 A장조를 강하게 확립하기는커녕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희석시키며 불안정하게 표류한다. 이런 개시 방법은 전형적인 브루크너 교향곡의 도입부와는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이국적인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선법(mode)이란 중세 시대부터 16세기경까지 통용되던 음계의 구성 방식으로 도리아, 프리지아, 리디아, 믹솔리디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프리지아 선법은 음계의 배열이 ‘미-파-솔-라-시-도-레-미’로 이루어진다. 음계의 첫 번째 음과 두 번째 음이 반음인 것이 프리지아 선법 특유의 애수 띤 느낌을 만들어낸다.)
말러가 그의 교향곡 4번에서 갑작스럽게 간결하고 고전적인 음악을 추구했듯이, 브루크너 역시 교향곡 6번에서 영웅적인 제스처를 자제하고 그 표현도 좀 더 절제했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각 2대씩 편성되고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1에 현악 5부가 있는 전형적인 2관 편성으로, 브루크너의 후기 교향곡에 비해 결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 교향곡답지 않은 특이한 점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는 대개 강한 집중력과 스태미나가 필요하지만 현란한 개인기가 요구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교향곡 6번은 매우 급격하고 특이한 화성 진행을 보이는데다 리듬 분할이 독특하여 집중력과 스태미나뿐 아니라 특별한 음향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는 이 작품 특유의 독특한 인토네이션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요구된다. 아마도 이 모든 점들이 브루크너가 사랑한 교향곡 6번이 널리 인정받기까지 장해물로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이 종종 연주되면서 이 작품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Eugen Jochum conducts Bruckner Symphony No.6
Eugen Jochum, conductor
Staatakapelle Dresden
숭고함이 극에 달한 아다지오의 아름다움
I. Majestoso
추천음반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의 추천음반으로는 귄터 반트와 뮌헨 필하모닉(Profil),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DG), 첼리비다케와 뮌헨 필하모닉(EMI), 미하일 길렌과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Hänssler)의 음반을 꼽을 수 있겠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