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 구스타프 말러

[스크랩] 말러, 교향곡 2번 `부활`(Symphony No.2 in C minor "Resurrection")

Bawoo 2014. 2. 5. 13:45

 

 말러, 교향곡 2번 다단조 '부활'

 Symphony No.2 in C minor "Resurrection"

 Gustav Mahler  1860 ~ 1911        

 

 

 

말러의 두 번째 교향곡은 그의 [교향곡 1번]의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교향곡 1번]의 피날레에서 인생을 강하게 긍정하며 승리의 음악을 부르짖던 거인은 결국 말러의 음악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식의 주인공이 된다. 말러는 거인의 장송행진곡을 먼저 교향시에 담아 이를 ‘장례식’(Todtenfeier)이라 칭했다. 1888년에 완성된 교향시 [장례식]은 약간의 수정을 거쳐 1894년에는 [교향곡 2번]의 1악장으로 사용되었으니, [장례식]은 사실상 [교향곡 2번]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말러의 교향시 [장례식]은 폴란드의 시인 미키에비츠가 쓴 동명의 시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미키에비츠의 시 ‘장례식’ 속의 주인공 ‘구스타프’는 마리라는 여인과 결혼한 후에 자살하게 되는데, 말러는 아마도 자신과 똑같이 ‘구스타프’라는 이름을 지닌 주인공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언젠가는 그에게도 찾아오게 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장례식]을 바탕으로 하는 [교향곡 2번]의 의미 대해 말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제 1악장을 “장례식”이라 칭한다. 그것은 [교향곡 제 1번 D장조]의 영웅의 장례식이다. 이제 나는 그를 땅에 묻고 그의 일생을 추적한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 받는가? 인생은 단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계속 살기를 원하든, 죽기를 원하든, 어떤 식으로든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일생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그는 이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마지막 악장에 나타난다.”

 

말러는 예술과 인생을 분리시키지 않았던 예술가였다. 전 생애를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집착했던 말러에게 있어서 교향곡이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자 대답이었다. 말러는 [교향곡 2번]에서 한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렇게 묻는다. ‘인생은 그렇게 헛된 것인가?’ 말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해낸다. 처절하고 비극적인 1악장과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루는 2악장은, 말러의 표현대로 ‘영웅의 일생을 한 순간 비추었던 햇빛’과도 같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것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행복했던 순간의 이미지다.

 

Gilbert Kaplan, cond (전악장 연주)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빠르고 장엄하게 Allegro maestoso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1, "Allegro maestoso"
Gustav Mahler (1860-1911) /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Sheila Armstrong, soprano/Janet Baker, mezzo-soprano
Edinburgh Festival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2악장 안단체 모데라토

보통 느리게 Andante moderato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2, "Andante moderato"
Gustav Mahler (1860-1911) / 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Sheila Armstrong, soprano / Janet Baker, mezzo-soprano
Edinburgh Festival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두 악장의 성격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말러는 관현악 총보에 1악장과 2악장 사이에 적어도 5분 이상 쉬어야 한다는 주의사항까지 첨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아름다운 순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은 다시 꿈에서 깨어나 현실 생활의 혼돈으로 되돌아온다. 계속 움직이고, 쉬지 않는 소란스러운 삶의 모습. 그것은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과도 같이 우리 존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3악장 스케르쪼 '부드럽게 흐르는 운동감을 가지고'

조용하게 흐르듯이 움직이며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3,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Gustav Mahler (1860-1911)/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Sheila Armstrong, soprano/Janet Baker, mezzo-soprano
Edinburgh Festival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4악장 'Urlicht(원광)'

태초의 빛(엘토솔로). 아주 장엄하게, 그러나 간결하게 Urlicht. Sehr feierlich, aber schlicht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4, "Urlicht. Sehr feierlich, aber schlicht"
Gustav Mahler (1860-1911)/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Sheila Armstrong, soprano/Janet Baker, mezzo-soprano
Edinburgh Festival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민속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시에 의한 가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토가 부르는 이 곡의 가사에 해 말러는 '신과 영원의 존재를 찾는 번민과 의문'이라고 말하였다. 곡은 엄숙하며 어둡지만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오 붉은 장미여
인간은 크나큰 고난 속에 있고
큰 고뇌속에 있다.
나는 오히려 천국에 있고 싶다.
나는 넓은 길을 만난다.
한 천사가 와서 나를 데려가려고 찾는데
아! 난 천국에 그냥 천국에 머물고 싶다.
나는 신에게로 와서 신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신은 나에게 빛을 주실 것이다.
영원한 행복과 생명을 얻기 까지 비춰줄 것이다.

 

3악장 전체를 통해 반복되는 현의 부산한 움직임, 클라리넷의 과장된 악센트, 갑자기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 그것은 ‘오목 거울 속에 비추어진 세계’의 모습처럼 비틀어지고 왜곡된 우리 삶의 모습이다. 이처럼 삶은 혼란스럽고 황폐하지만, 말러는 그 속에서도 한 줄기 밝은 빛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근원의 빛’(Urlicht)! 사랑의 신으로부터 오는 찬란한 빛이다. 혼탁한 3악장에 바로 이어지는 4악장에서 말러는 알토의 따뜻한 음성을 빌어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에게로 돌아가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1악장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암시한

 

5악장 스케르쪼의 템포로

스케르쪼의 템포로 - 힘있게 - 느리게. 신비스럽게("부활, 부활할 것이다", 혼성합창, 소프라노-와 엘토솔로)

Symphony No. 2 in C minor, "Resurrection"

Mov. 5, "Im Tempo des Scherzo. Wild herausfahrend"
Gustav Mahler (1860-1911)/Conducted by Leonard Bernstein
Sheila Armstrong, soprano/Janet Baker, mezzo-soprano
Edinburgh Festival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5악장 도입부에서 우리는 다시 말러가 ‘절망의 울부짖음’이라 표현했던 충격적인 불협화음을 듣는다. 이때 트럼펫이 ‘공포의 팡파르’를 연주하며 최후 심판의 공포를 일깨운다. 곧이어 멀리서 들려오는 혼의 완전 5도 상행 모티브는 심판의 날이 가까웠음을 알리고 여기에 심판을 알리는 ‘분노의 날’(Dies irae, 죽음을 의미하는 옛 성가)의 첫 네 음 모티브가 부활의 모티브가 결합되어 죽음과 부활을 암시한다.

부활하리라
짧은 안식후, 죽은 내 육신은 부활하리라!
그대를 부른 이는
그대를 불멸의 삶으로 인도하리라!
그대는 새롭게 피어오르리라!
수확의 신이 가고나면
우리는 볏단과도 같이
죽어 하나로 맺으리라!

믿음을 갖으라, 내 영혼이여!
그대가 잃은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요.
지금 그대는, 그대가 바라던것,
사랑한 것, 싸워서 쟁취한 모든 것을
갖고있지 않은가!

믿음을 갖으라, 당신의 탄생은 헛되지 않소.
당신의 존재, 당신의 고통, 모두 헛되지 않음을 믿으라!

피조물은 멸하기 마련이고,
멸한 것은 다시 부활하기 마련이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부활할 준비를 갖추라!

  오, 모든 사물에 스며있는 이 고통!
  모든 것을 멸하는 죽음,
  이제 그 망령에서 벗어나
  그것 마저 내 손아귀에 넣었소!
  나는 쟁취한 날개를 달고,
  타는 듯한 사랑의 열망 속에서
  어느 누구의 시선도 미칠 수 없는
  빛을 향해 치솟아 오르리!

나는 쟁취한 날개를 달고
날으리!

나는 살기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다시 부활하리라!
그리고 그대가 쟁취한 것은
그대를 신에게 인도하리라!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

이 곡에서 가장 길고 가장 중요한 5악장은 형식 또한 난해하여 학자마다 각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고 복잡하여 이 한정된 지면에서 그 많은 해석들을 비교한다는 것을 무리다. 어떻게 보면 이 악장의 전반부는 앞에서 제시되었던 '부활' 동기, '내세(來世)' 동기, '십자가' 동기, '진노의 날' 동기 등 모두가 새로운 요소와 거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발전부라고 해석할 수도 잇을 듯하다.

이에 더하여 소위 '황야에서 부르는 목소리'라고 흔히 불리는 호른 주제가 연주 홀의 높은 위치로부터 들려 오는가하면, 느닷없이 행진곡이 튀어나오고, 무대 밖에서는 도 다른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소동을 벌인다. 이 중에서도 'O, glaube, mein Herz' 부분의 멜로디가 트롬본으로 시작되어 바순에서 침통하게 노래되고 잇는 동안 무대 밖에서는 북과 심벌즈를 두드려대며 떠들썩하게 쿵짝거리는 것이 말러적 섬뜩함을 가장 느끼게 해준다.

 '가장 속된 음악과 숭고한 음악이 함께 공존하는 말러 음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줌에 다름 아니다.

합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사는 한스 폰 뵐로의 장례식에서 쓰인 클롭슈토크의 합창 가사이지만 말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가사를 더 써넣었다. 아르트르 자이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러는 이 곡의 가사를 위해 성경을 비롯한 모든 문학 세계를 뒤졌지만 구원을 위한 적절한 가사를 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말러가 이 가사를 통해 전달하고 잇는 것은 매우 기독교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무천 진보적이기도 하다. 즉, 프로그램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말러의 계시록적 관점에 의하면 마지막 심판이란 없는 것이다. 다행히 그가 중세 시대인은 아니어서 종교재판으로 화형 당할 일은 없었고 곡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신을 향해 나아가며 끝난다

5악장 발전부에 이르기 직전. 드디어 온 땅을 진동시키는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다. 이때 ‘땅이 진동하고,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들이 일어나면서’ 심판 날의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진다. 단 9도로 급격하게 뛰어오르는 현악기의 비명과, 공포의 스타카토, 그리고 ‘분노의 날’ 모티브가 마구 뒤섞이며 절규한다. 여기에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간청의 테마가 들리지만, 저 멀리서는 심판의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재현부로 들어서면서 다시 세상은 이상한 침묵에 휩싸이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간신히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말러의 표현을 빌면 ‘지상에서의 마지막 생명의 떨림’이다.

 

그리고 이제 성인과 천사들의 합창이 부드럽게 등장한다. ‘부활하리라, 부활하리라.’ 말러는 이렇게 말한다. “보라, 심판은 없다. 죄도 없고 정의도 없다. 어떤 것도 위대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작지 않다. 징벌도 없으며 보상도 없다. 압도적인 사랑만이 우리 존재를 비출 뿐이다.” 이제 신의 영광이 나타나고 놀랍고도 부드러운 빛이 우리를 감싼다. 그것은 바로 근원의 빛이다. 그때 말러는 비로소 그가 1악장에서 던진 질문에 답한다. “오 믿으라. 나의 마음이여. 그대는 아무 것도 잃지 않으리라! 그대의 것은 그대의 것. 그대가 본 것, 그대가 사랑한 것, 그대가 맞서 싸운 것. 오 믿으라. 그대는 헛되이 태어나지 않았다. 그대의 삶과 고통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리고 영생을 암시하는 영원의 모티브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 ‘부활’ 교향곡의 압도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출처 : 클래식 사랑 그리고 인생
글쓴이 : 클래식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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