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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날 - 김사인

Bawoo 2019. 7. 4. 22:38

여름 날


김사인

여름날  /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개인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 


김사인 시인, 대학교수 1956년 3월 30일 (만 6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