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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작] 개들이 짖는 동안 : 이은정

Bawoo 2019. 11. 5. 19:21



제14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수상작품집

제14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 소설 부문 대상]개들이 짖는 동안 : 이은정 

[난생 처음 작품 전체를 베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한 작품. 그만큼 뛰어나다.]

개들이 부둣가에 총출동했다……로 시작해서 개들이 드문드문 짖는다. 슬슬 물메기 철이 지나고 있다, 로 끝나는 소설이며 건조시키는 물메기를 지키는 개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자신의 처지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내는 솜씨는 능란했다. 소설문장을 오래도록, 여러모로 다뤄본 내공도 엿보였다. 앞으로 탄탄한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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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은 '취준생'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담담한 기록이다.

이 소설을 쓴 이은정 작가는 이미 소설은 물론 수필 등 여러 분야의 공모전을 통해서 수상을 한 전력을 가지고 있어서 필력이 출중한 작가로 알려졌다. 그런던 차에 이번에 동서문학대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진가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게 되었으므로 앞으로 왕성한 활동과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설은 개들이 부둣가로 총출동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물메기 덕장을 지키는 특명을 받은 동네의 모든 개들은 안정된 직장을 갈구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과 결부된다. 임무는 주었으나 권리는 전무한 우리 시대의 불안정한 사회상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곳에 그들 못지않게 삶의 한 단계 점핑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주인공이 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미신적인 것이라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의 발로에서 대를 이어 공시에 합격했다는 운이 좋은 책상을 구입하는 장면은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싶어 하는 갈급한 사회적 현상을 잘 포착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작법조차도 합격을 담보로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맞춰서 작성해야 하는 대목 또한 우리 사회의 숨길 수 없는 현실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거기다 대체 인력에 불과한 교육지원청 직원 모집에 젊고 예쁜 고학력의 응시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의 기록은 우울하기만 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물메기 덕장의 이야기 속 '덕배(셰퍼드 犬)'의 탈출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에게 어디에 매여 있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강박 관념 까지를 포함한)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도 한 방법임을 넌지시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며 구색 갖추기식 면접시험을 보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구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약 주고 병주는 식의 행태를 잘 드러내 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펙에 맞는 새로운 직장을 향해 다시 자소서를 쓰고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 소설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에 여지를 남겼다는 것은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취준생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물메기 덕장을 지키는 개들의 일상과 연관시켜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묘사한 작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소설을 비단 취준생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삶의 희망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내 마음에 남는 문장을 꼽는다면]

"살기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덕배가 왠지 행복해 보인다. 뛰다가 걷다가 자유롭게 움직인다. 목줄에서 자유롭고, 주인에게서 자유롭고, 뜨거워야 하는 강박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