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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상(아시아의 미군과 매매춘) - 산드라 스터드반트 외

Bawoo 2019. 12. 5. 21:31


그들만의 세상(아시아의 미군과 매매춘)

그들만의 세상(아시아의 미군과 매매춘)

[미군의 아시아 지역 주둔에 따른 매매춘 실상을 기록한 책.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필리핑, 버마, 오키나와 이야기가 들어있다. 2003년에 충간된 책이라 지금 현실과는 많이 다른 내용일 수 있겠다.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만해도 송탄 지역에 미군을 상대하는 여인들이 필리핀에서 건너왔다고 들었으니까. 우리나라 관련 내용은 어릴 기지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나라 이야기는 생소하지만 나라만 다를 뿐 같은 실상일 것으로 보인다. 이젠 과거의 내용인 게 많아 혹 글을 쓰거나 연구용의 참고 자료로나 활용할만한 책이라 생각되었다. 활자 크기가 너무 작아 나같은 노년층에겐 읽어내기 부담스러운 점도 흠이랄 수 있겠다. 활자가 좀 컸다면 좀 더 많은 내용을 읽었을 테니까.]

목차

한국어판 서문 뜻밖에 생긴 일들 9
서문 17
미국의 호수에서 민중의 태평양으로 월든 벨로 23
매매춘의 동반자들 신시아 인로 33

필리핀
쌓인 먼지 : 필리핀의 미군기지 문제 아이다 산토스 43
올롱가포의 술집 시스템 산드라 스터드반트/브렌다 스톨츠퍼스 58
매들린 62
리타 88
마낭, 리타의 어머니 118
글렌다 134
린다 157

한국
조용한, 그러나 끔찍한 : 한­미 관계 속의 성적 종속 브루스 커밍스 206
동두천의 술집 시스템 산드라 스터드반트/브렌다 스톨츠퍼스 215
난희 218
박씨 251

오키나와
오키나와의 그 때와 지금 산드라 스터드반트 300
킨의 술집 시스템 산드라 스터드반트/브렌다 스톨츠퍼스 312
로위나 315
자넷 353

하나의 이야기 속에 서로 다른 실마리 산드라 스터드반트/브렌다 스톨츠퍼스 377

용어 해설 418
참고문헌 422
부록1 에이즈 탄원서 425
부록2 미군기지의 대안은 무엇인가? 426
사진 관련 기록 429
옮긴이 후기 430


출판사서평


정책으로서의 매매춘

미국은 세계 도처에 군사기지를 설치, 수십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한 미군이 전쟁을 수행 중이거나 평화시기에도 질서를 갖추고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은 어디서 얻는가?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인가? 병사들에게 퍼부어지는 물질적 혜택인가? 물론 애국심에 투철한 빈민가의 젊은 미국인이 물질적 풍요로움을 구가하고 신분 상승을 꿈꾸며 군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주의와 여성문제를 천착해 온 미 클라크대학의 저명한 여성학 학자 신시아 인로는 이 책에서 이렇게 답한다.
“군대가 병사들의 사기와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다움이라는 특별한 가정에 의존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성적 ‘휴식과 오락’ 기간이 없다면, 미국 군대의 명령으로 젊은 남성을 멀고 지루한 항해와 육상훈련에 보낼 수 있을까? 아시아 여성은 성적으로 고분고분하다는 신화가 없다면, 많은 미국인 남성들이 씩씩한 군인으로만 행동할 만큼 충분히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35쪽)
저자 산드라 스터드반트는 야전군의 무기만큼이나 필수적인 게 군대의 매매춘이라 했다. 제3세계 여성을 볼모로 미군에게 성적 유희를 제공하는 건 미국의 정책이다.
지구 표면적의 50%를 담당하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책임구역 한가운데 아시아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해외파병 미군을 위한 ‘지원체계’의 일환으로 ‘휴식과 오락’이라는 이름을 붙여 군의 매매춘을 정책적으로 입안?조장해 왔으며 아시아 각국의 ‘동맹관계’를 통해 이를 관철시켰음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양공주, 잊혀진 이름인가?


이 책의 미국판이 발간된 건 1993년 1월이었다. 당시 상황과 현재 모습은 여러 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원서의 출간 직전에도 이미 필리핀과 한국에서는 미군과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피나투보 화산폭발을 계기로 필리핀에서는 반미기류와 맞물린 기지사용기간 연장 거부라는, 기지협정의 종료로 말미암아 1992년 11월 미군기지가 모두 폐쇄되었다. 한국에서는 1992년 10월 말 기지촌 여성 윤금이 씨가 미군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그 처참한 주검 앞에서 사람들은 몸서리를 쳐야 했다. 그 사건은 이 땅에 주둔 중인 미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 2월 19일, 이태원 외국인 전용클럽 종업원 김 모 씨가 미군 크리스토퍼 매카시 상병에게 겁탈을 당하고 살해되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의 전략과 해외파병 미군의 본질은 변화되지 않았다. 기지촌 여성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의정부의 ‘뺏벌’에서 “하루하루 외줄을 타야 하는” 여성 하나가 미군에 의해 스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리핀의 미군기지가 모두 폐쇄되었다고 해도 한국의 미군 기지촌으로 엄청난 수의 필리핀과 러시아 여성들이 유...입되고 있다. 아시아 기지촌 여성들의 ‘너무도 닮은 삶’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민간외교관”이라 미화되며 ‘양공주’들은 안보논리 속에 결박당해왔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지적대로 한­미 동맹은 여성마저 종속의 그물망으로 엮었다. 전체적으로 글을 쓰던 당시 한국사회를 묘사하는 데 시각의 편협함을 드러낸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커밍스는 “모든 한국 여성을 미국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잠재적 대상으로 삼는 사회구조만 끊임없이 짜내면” 되는 게 한­미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한 측면이었다면서 ‘성적 종속’의 비참한 현실을 지적했다(207쪽).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이 미동도 않는 한, “한­미 혈맹”이 지속되는 한 ‘양공주’들의 삶도 현재진행형이다.


쌀로 힘을 내는 작은 갈색 섹스기계
미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전과 베트남전쟁을 치른 이래 필리핀/태국/대만/오키나와와 일본/한국/베트남 등지의 수백만 여성이 매매춘으로 내몰렸다. 전시와 평화기를 막론하고 군대는 여성의 몸을 요구한다. 노골적인 공격성을 기반으로 삼아 유지된다. 노골적인 공격성 이면에는 군대에서 주입된 남성적 정체성이 자리한다. 남자가 된다는 것, 사내가 된다는 건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지배력을 갖춘다는 의미다. 부드러움과 관련된 여성스러움은 군대에서의 사회화 과정 동안 뿌리를 뽑아 없애버려야 하는 것이 된다. 여기에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적 요소가 파고드는 것이다(406~407쪽).
필리핀에서 미군은 기지촌 여성을 “쌀로 힘을 내는 작은 갈색 섹스기계”라고 불렀다. 인종주의와 여성을 자위도구쯤으로 여기는 성차별주의의 극치를 이룬 지점이다. 저자들은 군대사회에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통해 군인의 의식 속에 파고든 남성우월주의, 성적 제국주의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아이다 산토스는 “매매춘은 가장 지독한 여성의 성적 노예화 형태며, 매매춘이 군국주의와 한 몸이 되어 여성의 노예화가 증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군국주의가 손을 뻗치고 있는 곳마다 매매춘 역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다”(52~53쪽)라며 “신식민지적 질서의 영속뿐 아니라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가 뒤섞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게 기지 역사다”(56쪽)라고 갈파했다.
이 책의 저자와 해설자들은 기지촌 매매춘이 계급차별주의, 인종주의, 성차별주의가 혼재된 양태로 구성되며 그 정점에 미 제국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기지촌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

기지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늘 우리와 상관없는 타인이었다. 삶을 통제하지 못해 환락에 빠진 여성으로 치부하거나, 빈곤으로 허우적거리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매매춘이라는 수렁에 빠져버린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매매춘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엄도 가치도 인정받을 수 없는 여성으로 매도했다. 일상적인 가난과 폭력,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모른 체했다.
저자들은 그런 고정관념의 부당함을 질타한다. 기지촌을 존속시키고 여성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그릇된 이미지와 의도된 소외를 깨트릴 것을 주문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책임감 있는 딸이 되기 위해, 무책임한 남편의 학대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처녀성을 빼앗겨 자학에 빠진 채로 기지촌으로 흘러든 여성들이 과연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정치/사회구조적으로 희생당한 여성들이 바로 남이 아닌 내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인권과 존엄을 보장받아야 할 기지촌 여성들의 피폐/고단함을 넘어선 참담한 인생 이야기도 210여 컷의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기지촌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년간 같이 생활하고 인터뷰한 저자들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몸을 파는 박씨와 오키나와로 간 자넷, 집안의 빚을 감당하느라 14살에 처녀성을 판 리타, 무책임한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망가져 기지촌까지 흘러간 난희와 린다 등, 소외되고 막장으로 내몰린 삶의 여정과 여성들의 생각이 생생한 육성을 통해 전해진다.


♧ 본문 소개

저자 산드라 스터드반트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1950년대 말 한국에서의 경험을 다루면서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미군의 인종차별의식, 매매춘 양상과 그 뒤에 숨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 등 나름대로의 분석을 간략하게 다룬다.
서론 부분에서 필리핀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월든 벨로는 미국의 패권전략을 중심으로 미군의 속성을 파헤친다. 저술시기의 문제로 시의성은 상실했으나, 현재 상황과 연결해 일관되게 유지되는 미 제국주의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신시아 인로는 필리핀 기지가 폐쇄되고 국제 정세의 변화로 군축이 대세가 되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전략 하에 작동하는 미군과 군대화된 남성성이라는 화두로 기지촌 여성의 문제를 파악한다. 또한 아시아 여성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여성 문제의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필리핀편에서는 아이다 산토스가 필리핀 미군기지의 역사,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필리핀의 주권문제와 관련시켜 기지촌 여성문제를 분석한다. 이어 필리핀의 대표적 기지촌인 올롱가포의 술집 시스템이 소개되고, 미군 철수 전 필리핀 내 거대 미군기지인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해군기지의 미군들을 주로 상대해 온 필리핀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지촌 여성을 딸로 둔 어머니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한국편에서는 시카고대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조용한, 그러나 끔찍한” 한­미 관계 속의 성적 종속 문제를 자신의 한국 경험을 곁들여 보여준다. 뒤로는 동두천의 술집 시스템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난희와 박씨라는 여성의 체험담을 들려준다.

오키나와편에는 오키나와의 식민지 역사를 개괄하고 미국과 일본 본토와의 정치적 연관성, 미군 주둔에 있어서의 오키나와의 위상 등을 밝힌 글이 실렸다. 역시 오키나와의 대표적 기지촌인 킨의 술집 시스템이 약술되고 오키나와에서 성노동을 파는 두 필리핀 여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뒤편의 '하나의 이야기 속에 서로 다른 실마리'는 저자들의 해석을 다룬 부분으로, 매매춘 여성문제를 둘러싼 여성계의 논란, 군대와 성병 관계, 아시아에 주둔 중인 미군의 과거와 현재 모습, 빈곤 속에서 착취당한 여성의 삶, 매매춘 여성에게 들씌워지는 이미지와 신화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한편, 여성 혐오적이며 남성지배적인 군사문화 속에서 사회화된 미군이 갖게 되는 의식,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 등이 착종한 남성성의 문제 등을 다룬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산드라 스터드반트 Saundra P. Sturdevant
역사학자이자 사진작가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국근현대사를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버클리 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에 ‘Migrant Photography Project’라는 NGO를 창설, 대표를 맡아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이주한 여성들에게 현상?인화를 포함한 사진술을 가르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민자들과 함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민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과 기록사진을 남기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브렌다 스톨츠퍼스 Brenda Stoltzfus
술집과 매매춘여성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필리핀에서 5년간 그들과 함께 생활했으며 이 책의 저술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3세계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활동 중 오키나와 나하에서 열린 미군기지촌의 매매춘 문제를 다룬 국제회의에서 산드라 스터드반트를 만나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김윤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간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대학시절 서울대 학보《대학신문》문화부 기자 및 문화부장을 역임했다. 학보사에서 활동하며 여자로 산다는 것이 고달파 이유 없이 남자 동료들을 비난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지만, 착한 남자 때문에 잠시 정신을 잃고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