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maninov, Sonata for cello & piano in G minor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Sergei Rachmaninov
1873-1943
Sol Gabetta, cello
Henri Sigfridsson, piano
Japan tour 2011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를 살았던 작곡가이지만 그의 음악은 낭만주의 19세기에 자리 잡는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풍부한 선율과 애수를 담은 서정은 러시아 고유의 민족적인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요제프 호프만은 라흐마니노프의 인간적인 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라흐마니노프는 강철과 황금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손은 강철이었고, 가슴은 황금이었다. 그 위엄 어린 존재를 생각만 해도 눈물에 젖는다. 이 숭고한 예술가에 대한 나의 찬사는 인간에 대한 나의 애정이며 이는 어디에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라흐마니노프 하면 피아노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는 첼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재능 있는 첼리스트로 작은 실내악단을 만들었던 할아버지 아르카디 라흐마니노프의 영향이었는지 라흐마니노프는 첼로를 좋아했다. 나탄 밀스타인과의 대화에서 그의 첼로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왜 바이올린 곡은 만들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첼로가 있는데 왜 내가 그래야 하죠?”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를 잘 쳤는데 그의 손가락은 유난히 길었다.
1901년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한 직후 이 첼로 소나타를 완성하였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마찬가지로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러시아적인 우수가 깊게 담겨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첼로 소나타’라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첼로와 피아노가 대등하게 조응하기 때문이다. 절친한 첼리스트 브란두코프에게 이 곡을 헌정하였으며 1901년 12월 2일 자신과 브란두코프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미국에서의 첫 연주는 1919년 4월 14일 파블로 카잘스와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Alexandre Debrus/Alexander Mogilevsky - Rachmaninov, Cello Sonata in G minor
Alexandre Debrus, cello
Alexander Mogilevsky, piano
Heiligenberg, Germany
2013.02
1악장: 렌토. 알레그로 모데라토
지극히 절제된 약음으로 나오는 첼로 도입부는 이내 피아노가 대응하면서 흐느끼기 시작한다. 사랑으로 인내하는 기다림이 터질 듯 말 듯 두 악기는 마침내 제1주제를 함께 노래한다. 전개부 후반부 주제의 화음을 따르는 피아노의 카덴차를 거쳐 첼로가 가담하여 일구는 클라이맥스는 거대한 러시아 대륙을 몰아치는 눈보라와도 같다. 코다의 힘찬 도약은 2악장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2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낮은 음의 피아노가 정중동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일으킨다. 스타카토로 세밀하게 차고 나가는 피아노의 약동이 종횡무진 오선지를 누빈다. 하지만 첼로와의 대결 구도는 아니다. 첼로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각 성부의 어우러짐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서로를 감싸 안는다.
3악장: 안단테
3악장 안단테는 한 편의 엘레지이다. 피아노의 분산화음이 러시아의 정조를 읊으면 첼로가 같은 주제를 숙연하게 받는다. 중간부 피아노가 고조되면서 첼로가 오블리가토로 노래한다. 마지막 피아노의 꺼지는 듯한 소리는 첼로의 도움으로 더욱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4악장: 알레그로 모소
웅대한 주제가 첼로에 의해 제시된다. 악보에는 ‘깊은 표현력을 가지고’라고 적혀 있다. 3악장의 슬픔을 삭이고 결연하게 감정에 맞선다. 자유로운 전개에 이어 비바체의 코다에서 절규하며 곡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