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감] 이 책을 쓴 조선일보의 박종인 기자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우리 역사 특히 조선사에 대해 깊이 있고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정통 역사서(?)에서 말하지 않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동안 읽은 저자의 책을 통해 느낀 소감은 우리 역사의 아픈 곳을 너무 파헤치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그만큼 긍정적인 사실이 너무 없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백성의 가난을 벗어나게 하려는 어떠한 정책도 하지 않은 나라, 오로지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농업에만 종사하게 하면서 왕족을 비롯한 소수 지배계층만 호의호식하고 백성은 하루 세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게 만들었던 나라. 하긴 그게 한반도의 지배계층에만 국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근세 이전의 과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가 다 그랬었다. 그러나 근세에 접어들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유럽 지역부터 발전하기 시작하여 맬더스의 인구론-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빈곤과 기아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안 맞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 조선은 이란 세계적 흐름과 관계없는 시대를 살았다. 통치게급에 있는 인사들의 근시안적인 통치 행태 때문에.
이 책은 이러한 시대의 초입인 영조 시기(1724)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 이야기를 유럽의 주요 사건(역사)과 비교하면서 다루고 있다. 책 제목은 근세사라고 했지만, 현대사도 포함된 셈이다. 저자는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내 경우 우리 역사 통사는 20대 초반에 읽은 게 전부인데 당시 기억으로는 영, 정조 시대는 문예부흥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주장(?)을 통렬하게 반박하고 있다. 정조가 문체반정을 통해 오히려 신학문을 통제해서 역사 발전을 막았다는 주장은 전문가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내 경우는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조 사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서서히 망국의 길로 빠져들어가는 나라. 망국의 군주 고종과 민비 일족의 나라를 망하는 길로 가게 하는 퇴행적 통치 행태는 "매국노 고종"이란 책에 신랄하게 썼는데 이 책에서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지난날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가슴 아픈 일이 대부분이겠지만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한반도에 역사가 존재한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있는 지금,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며 한 걸음 더 발전한 나라가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잘 헤쳐나가야 할 텐데 말이다.
책에 관한 상세한 해설은 아래 전문적인 소개 글-출처:인터넷 교보문고-을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팩트와 반전의 역사
누구도 꺼내기를 주저하던 현실이 마침내 드러난다!
《매국노 고종》, 《광화문 괴담》에 이은 박종인 기자의 역사 고발
팩트를 믿는다.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팩트를 믿는다. 그게 힘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1966년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이래 '조선일보' 기자다. 여행과 인물에 관한 글·사진을 주로 써왔다. 낯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르쳐준 철학을 글과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해왔다. 쓴 책으로는 진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한국의 고집쟁이들', 고집스런 사람들의 멋진 인생 이야기 '행복한 고집쟁이들', 여행을 소재로 한 철학 에세이 '세상의 길 위에서 내가 만난 노자', 인도 기행서 '나마스떼', 제3세계 어린이 문제를 다룬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공저)', 한국 여행 가이드북 '다섯 가지 지독한 여행 이야기'가 있고, 역서로는 서양인에 의해 뉴욕으로 끌려온 에스키모 소년 이야기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가 있다.
목차
[1권]
서문_아름다운 가짜와 신성한 팩트
1장 영정조 시대 1724~1800
장면01. 1726년 영조의 국정지표와 아이작 뉴턴의 사과
장면02. 1744년 어사 박문수의 군함과 태평성대 건륭제
장면03. 1745년 망원경을 깨뜨린 영조와 디드로의 《백과전서》
장면04. 1749년 “우리는 명나라의 아들이로다”
장면05. 1771년 책쾌 학살 미수극과 유럽에 솟은 ‘지식의 나무’
장면06. 1777년 《고금도서집성》과 지식의 독점
장면07. 1778년 박제가의 《북학의》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장면08. 1786년 지성의 파멸 선언 ‘병오소회’와 ‘칸세이 이학의 금’
장면09. 1788년 부활한 가체 금지령과 은폐된 차별
장면10. 1789년 바스티유 함락과 복권된 사도세자
장면11. 1790년 정조의 현륭원 식목과 민둥산과 식목일
장면12. 1791년 신해박해와 그들만의 리그 도산별과
장면13. 1792년 문체반정과 책바보 이덕무의 죽음
장면14. 1796년 화성 축조와 사라진 수레
장면15. 1797년 정조의 쇠말뚝과 사라진 인재들
장면16. 1800년 창경궁 영춘헌, 정조의 죽음
장면17. 1804년 나폴레옹 대관식과 소년왕 순조의 강의
장면18. 1809년 억류됐던 필리핀 어부들과 홍어 상인 문순득
장면19. 1817년 유배된 나폴레옹과 충청도 관리의 갓
장면20. 1830년 효명세자의 죽음과 꺼져가는 등불
장면21. 1862년 임술민란과 불쌍한 임단이
2장 대원군 시대 1864~1873
장면22. 1864년 고종 즉위와 《종의 기원》
장면23. 1865년 500년 만의 개혁, 대원군의 갑자유신
장면24. 1865년 경복궁 중건과 표류하는 개혁
장면25. 1866년 자만했던 베르뇌와 닫혀버린 조선의 문
장면26. 1866년 왕비가 된 민씨, 민씨 놀이터가 된 조선
장면27. 1867년 청전 유통과 파리 만국박람회
장면28. 1868년 오페르트 도굴사건과 메이지유신
장면29. 1871년 서원 철폐와 유럽의 벨 에포크
장면30. 1871년 장엄하고 처참했던 신미양요
장면31. 1871년 똥오줌을 먹는 고종
장면32. 1872년 동래 난출과 이와쿠라사절단
3장 고종-민씨 시대 1873~1885
장면33. 1873년 고종 친정 선언과 몰래 스쳐간 전쟁
장면34. 1874년 청전 폐지와 비엔나로 간 심수관
장면35. 1874년 무위소 설치와 사라진 군대
장면36. 1875년 열여덟 번 머리를 박은 고종과 운요호 사건
장면37. 1876년 도끼 들고 나타난 최익현
장면38. 1876년 당돌한 모리 아리노리와 껄껄 웃은 신헌
장면39. 1876년 수신사 김기수, 증기기관에 당황하다
장면40. 1879년 조선 생명이 구원받은 날
장면41. 1881년 조사시찰단과 역전된 가르침
장면42. 1882년 아주 전근대적으로 진행된 근대 조미조약
장면43. 1882년 왕십리 군인들 반란을 일으키다
장면44. 1882년 납치된 대원군과 지옥도가 펼쳐진 귀국길
장면45. 1882년 환궁한 왕비와 무당에 농락당한 조선
장면46. 1883년 빛과 광명이 던진 충격, 보빙사
장면47. 1883년 금속활자의 기이한 부활과 이노우에 가쿠고로
장면48. 1884년 북촌 5걸이 빼든 칼, 갑신정변
장면49. 1884년 갑신정변 개명 대소동과 탈아론脫亞論
장면50. 1885년 고종의 러시아 보호국 요청과 거문도 사건
책 속으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될 놈은 안된다. 미안하지만 세상은 그렇다. 착한 사람이 항상 잘산다면 왜 도덕을 배우는가. 잘사는 놈들 가운데 나쁜 놈들이 부지기수니까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친다. 하지만 아무리 가르쳐도 나쁜 놈은 줄어들지 않고 착한 사람은 대개 손해를 본다. 반복하지만, 미안하게도 세상은 그렇다.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은 지성이다. 지성이 시대를 만든다. ‘지성이면 감천’ 할 때 그 지성至誠이 아니라 ‘지성知性’이다. 지식과 이성이다. 정성을 다한다고 하늘이 감동하지 않는다. 머리를 써서 문제 해결에 성공해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하늘이 감동한다. 지성至誠이 아니라 지성知性이 하늘을 감동시킨다. 이 말이 중요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에는 도덕률적인 기대가 숨어 있다. 무능력해도 착하게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아니 성공해야 한다는 비과학적인 명제다. 세상에, 착한 나라가 승리하던 그런 역사를 본 적이 있는가.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바로 그 희망적 역사관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 역사는 도덕과 상관없다.
- 「서문」 중에서
뉴턴은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유럽에 불씨를 던진 과학혁명을 완성한 사람입니다. 과학혁명에는 이성이라는 근대정신이 엔진으로 작용했습니다. 1687년 〈프린키피아Principia〉라는 논문을 통해 뉴턴이 발표한 중력, 즉 만유인력의 법칙은 이후 유럽인들이 산업혁명을 이뤄내는 데 큰 공헌을 합니다. 뉴턴은 영조가 3대 국정지표를 발표하고 4개월이 지난 1726년 3월 20일 죽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과 함께 뉴턴이 발견한 법칙이 또 있습니다. ‘3대 운동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기계와 과학도구는 이 세 가지 자연법칙을 이용해 만들어진 생활용품들입니다. 여기에는 도덕이나 철학이나 윤리 같은 형이상학적인 율법이 끼어들 구멍이 없습니다. 깡패도 자동차를 타고 신부, 목사, 스님도 자동차를 탑니다. 법칙과 자연과 기계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습니다.
- 1장. 「영정조 시대」 중에서
고종은 풍양 조씨 대왕대비와 세도가문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선택된 왕족입니다. 제왕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철종이 죽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다 죽었을 사내지요. 그런 소년이 구체제 대파멸의 시대, 천하가 붕괴되던 시점에 왕이 됐습니다. (…)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사람들은 ‘냉혹한 근대’를 목격한 근대인들이었습니다. 흔히 이들을 유신지사維新志士라고 말합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입니다. 고종의 시대를 맞아 이제 조선은 일본 아니 세계와 본격적으로 충돌합니다. 이 책에 일관되게 말씀드렸던 ‘교류’와 ‘지성’이 이제 근대를 만납니다. 아편전쟁을 계기로 정체가 발각되고 다윈에 의해 합리화된 이 근대를 조선은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조선에는 근대인이 없었습니다. 일본을 개조했던 유신지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근대가 왔습니다. 이 뒤쪽 몇 장면은 고종 등극 초기 10년 동안 그 근대에 대처했던 한 사내 이야기입니다. 조선을 개조하려다 실패한 사내 이하응, 바로 고종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야기입니다.
- 2장. 「대원군 시대」 중에서
모든 실패한 혁명은 역모가 되고 주동자는 역적이 됩니다.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은 거리에서 살해되거나 망명합니다. 가족도 자살하거나 처형됩니다. (…) 9월 24일 고종은 무악재에 있는 모화관에서 황제를 대리한 이들에게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병인양요는 그저 서양 오랑캐가 벌인 ‘소동’, 양요洋擾일 뿐. 그 사대事大에 반발해 엘리트들이 일으킨 사건이 갑신정변입니다. 정변은 실패했고 사대는 청산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족까지 연좌돼 처형되고 이름마저 청산당하는 참극으로 끝나버렸지요.
- 3장. 「고종-민씨 시대」 중에서
출판사서평
반전과 충격으로 가득한 100가지 역사 퍼즐
1889년 5월 6일 근대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유럽에 우뚝 서던 날, 조선에서는 하찮은 공무원 하나가 고부군수로 발령받았다. 조선 최대 민란 ‘동학’의 원인, 조병갑이다. 에펠탑도 세상을 바꿨고, 사람 하나도 세상을 바꿔버렸다. 가난한 프랑스 지식인 드니 디드로가 ≪백과전서≫ 편집장에 선임되기 1년 전, 조선 국왕 ‘영조’는 신하들이 청나라에서 어렵게 구해온 망원경을 부숴버렸다. 감히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 ‘아름답지 못한’ 도구라는 것이다. ‘백과전서파’는 유럽 계몽주의 시대를 열었고, 깨져버린 망원경은 조선에 빛은커녕 축축한 어둠을 가져다줬다. 온 세상이 부국과 강병을 위해 근대로 돌진하는 그 장엄한 19세기, 조선과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뉴턴이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았을 때,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같은 시대의 조선은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발명했을까?
언젠가부터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도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왜곡도 서슴지 않는 도구가 되었다. 역사가 존재하는 건 단지 자긍심을 위해서가 아니다. 과오와 실패 또한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은 폭발하는 ‘지성’과 격렬한 ‘교류’로 전 세계가 요동치던 시기, 이 땅의 운명을 뒤바꾼 100장면을 담아냈다. 영정조 시대부터 해방과 건국까지, 100장면 모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불편한’ 사실들이다.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역사를 제대로 마주한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년간의 취재 끝에 집대성한 박종인표 역사 전쟁 ‘결정판’!
박종인은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내린 ‘가짜 역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해 온 저자는 ≪땅의 역사 1~7≫, ≪대한민국 징비록≫, ≪매국노 고종≫, ≪광화문 괴담≫ 등을 통해 끈질기게 역사의 진실을 밝혀왔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에서는 한국사 중 가장 은폐가 심한 ‘근대사’를 양지로 끌어올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100개의 결정적 장면을 다룬다. 왜 500년 조선은 근대화 대열에서 낙오되어 하루아침에 멸망했을까? 이 책은 조선을 감싸는 미화된 괴담부터 조작과 날조까지 진실이 돼버린 ‘거짓’을 광범위한 사료와 취재, 철저한 고증을 통해 파헤친다. 한 장면 한 장면 펼치다 보면 이제껏 철석같이 믿어왔던 역사가 뿌리부터 부정당한다. 하지만 저자 말대로, ‘직시하는 역사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잘못 쓰인 역사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때다.
우리가 아는 근대사는 가짜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은 총 두 권으로 구성되었다. 1권 ‘몰락의 시대’는 영정조 시대부터 고종-민씨 시대까지 근대를 향해 돌진하는 세계 속에서 조선이 그 근대에 대처했던 구체적인 장면을 모았다. 정조의 사상 검열에 충격받아 죽고만 ‘책 바보’ 이덕무, 인재가 사라진 이유를 ‘소금으로 만든 산’ 때문이라며 그 소금산을 찾아내라고 억지 부리는 정조, 배 속 아이까지 패키지로 팔려나가는 노비들, 갓 쓴 조선 노인 그림을 보고 껄껄 웃는 나폴레옹, 시아버지 대원군 귀국길에 역적 시신을 토막 내 뿌려버린 민비…. 2권 ‘반동의 시대’에서는 개혁 시대(동학과 갑오개혁)부터 식민과 해방까지,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다. 철수하겠다는 일본군을 “너희가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부여잡은 고종, 러시아 차르에게 스스로 보호국이 되겠다고 애원한 또 그 고종, 개혁을 꿈꾼 젊은 인사들의 끔찍한 최후, 상고물 화물선을 군함이랍시고 수입해 망신당한 대한제국 정부, 그리고 나라를 천황에게 헌납하고 그 대가로 엄청난 재산과 신분을 식민시대 내내 향유했던 전주 이씨 왕족들까지. 포장을 벗기고 날것 그대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하고 때로는 질식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제 후퇴와 몰락, 혼돈과 해방을 숨 가쁘게 이어온 근대사의 큰 그림을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과 함께 완성해 보자.
서문_아름다운 가짜와 신성한 팩트
4장 개혁 시대(동학과 갑오개혁) 1889~1894
장면51. 1889년 파리 에펠탑과 조병갑의 선정비
장면52. 1894년 고부 농민, 조병갑의 만석보를 부수다
장면53. 1894년 두 번 죽은 역적 김옥균
장면54. 1894년 고종과 민씨, 외국군을 부르다
장면55. 1894년 습격당한 경복궁
장면56. 1894년 풍도의 포성과 청일전쟁
장면57. 1894년 비장했던 김홍집과 갑오개혁
장면58. 1894년 500년 만에 해방된 노예들
장면59. 1894년 환생한 백탑파와 근대인 네트워크
5장 반동의 시대 1894~1897
장면60. 1894년 보호국으로 전락하는 조선과 한 아이의 일생
장면61. 1894년 고종이 부여잡은 일본군
장면62. 1895년 기이한 독립, 시모노세키조약
장면63. 1895년 ‘모든 개혁을 취소한다’
장면64.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그리고 엄상궁
장면65. 1896년 나라를 버리고 사람을 버리다
장면66. 1896년 사대 본국을 바꾸다
장면67. 1896년 조선사람들, 근대로 들어가다
6장 제국 시대 1897~1910
장면68. 1897년 1인제국을 세우다
장면69. 1897년 벌거벗은 황제
장면70. 1898년 부활하는 참형과 단두대
장면71. 1898년 황제와 태후, 차르에게 충성편지를 쓰다
장면72. 1898년 완전히 꺼져버린 근대의 촛불
장면73. 1899년 갑자기 발견되는 전주이씨 왕실 시조묘
장면74. 1899년 다시 성리학 국가가 되다
장면75. 1899년 반근대 독재 체제의 탄생
장면76. 1902년 황제, 두 번째 궁궐을 짓다
장면77. 1902년 황제, 성리학 창시자 후손들 특채
장면78. 1902년 거지 나라 황제 즉위 40주년 파티
장면79. 1903년 고물 군함 입항하다
장면80. 1903년 황제, 차르에게 편지를 쓰다
장면81. 1904년 천황의 뇌물 30만 엔과 황제의 변심
장면82. 1905년 황제의 두 번째 수뢰
장면83. 1905년 을사오적, 황제를 꾸짖다
장면84. 1905년 이토 히로부미의 흰 수염
장면85. 1907년 헤이그밀사의 폭로, ‘학정’
장면86. 1907년 상투 튼 허수아비, 황제가 되다
장면87. 1907년 제국 황제, 천황으로부터 ‘목걸이’를 받다
장면88. 1908년 또 늘어나는 황제들
장면89. 1908년 들통나는 ‘선비정신’
장면90. 1909년 하얼빈의 총성
장면91. 1910년 여름, 물고기가 먼저 뛰어들었다
장면92. 1910년 망국과 환장하는 훈장 대파티
장면93. 1910년 황제 즉위파티 때문에 연기된 병합조약 공포
7장 식민과 해방 1910~1945
장면94. 1910년 조선왕실, 천황가로 들어가다
장면95. 1919년 전환하는 시대정신
장면96.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 발견과 한 친일파의 행적
장면97. 1941년 어느 전직 관료의 은밀한 종묘 배향
장면98. 1945년 도둑처럼 찾아온 해방
장면99. 1945년 사라지는 구체제의 그림자
장면100. 1948년 공화국 대한민국
책 속으로
1권 처음부터 지금까지 목격한 장면들은 닮은 점이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근대라는 시대를 두고 세계와 조선이 걸어간 방향이 많이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지성과 교류를 통해 근대를 맞이한 공동체들이 있었고 지성과 교류를 거부하고 근대를 거부한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조선은 대개 근대를 거부한 쪽입니다. 그런데 1894년을 맞아 조선에서 근대가 폭발합니다. 분노를 참고 있던 농민이 죽창을 들고, 왕실에 고개를 숙이던 관료들이 전제왕권을 제한하겠다고 고함을 지릅니다. 아무리 일본이 무력으로 강요한 근대라고 해도,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뒤를 돌아보면 보입니다. 서원 철폐(1871), 종두법(1879), 갑신정변(1884), 동학(1894).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숨죽이며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 왔습니다. 정신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그때마다 근대를 찾는 사람들이 누적되면서 마침내 1894년이라는 거대한 변혁의 시간을 맞게 된 거지요.
- 4장. 「개혁 시대」 중에서
1894년 동학 발생 직후 조병갑은 물론 제1타깃이던 민영준을 비롯해 민형식, 민응식, 민치헌 따위 부패한 민씨들은 모조리 유배형을 받고 서울을 떠났습니다. 목은 달아나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는 사망선고였지요. 그 귀신들을 고종이 현세로 재소환한 겁니다. 그러고 보니 닷새 전 고종이 ‘제외하라’고 명령한 ‘죄목罪目’에는 이들에게 걸려 있던 ‘백성 재물로 자기 배를 살찌워 원망을 산(聚斂歸怨肥己, 취렴귀원비기)’ 죄가 없습니다. 고종은 자기 주변을 이 귀신들로 채웁니다. 12월 16일 민영준이 궁내부 특진관으로 복귀합니다. 장관급입니다. 이듬해 2월 16일 민병석이 궁내부 특진관에 임명됩니다. 다른 모든 민씨들이 장관급으로 속속 복귀합니다. 1898년 1월 2일 대한제국 법부 민사국장으로 동학 원흉 조병갑이 복귀합니다. 결기 가득한 김홍집이 팔이 천 개라고 해도 저 콘크리트 장벽을 뚫고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500년 모순을 붕괴시키기에는 저항이 너무도 거셉니다.
- 5장. 「반동의 시대」 중에서
총 한번 쏘지 않고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수용돼버리는 인류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의지할 국가를 옮겨가며 권력을 유지해 온 지도자, 위기 때마다 일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제 나라 이권을 떼준 지도자로부터 신하들은 충성심을 거둬들였습니다. 성리학적 도리를 지키던 많은 사람들이 고종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고종은 귀 또한 닫아버렸습니다. 독립협회가 내놓았던 개혁안들이 거부되고 대한제국은 결정적으로 침몰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는 물론 5대조까지 황제로 만들고 통치하는 국가 대신 자기 전주 이씨 가문을 격상시키고 성균관을 부활시키고 주자 후손을 중용하며 나라를 가난한 전 근대로 회귀시키는 모습을 보며 일본은 그물 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그물을 치기도 전에 물고기가 뛰어든 겁니다.
- 6장. 「제국 시대」 중에서
지성과 교류라는 관점에 한정한다면, 대한민국은 아직 근대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효율과 원칙보다는 도덕률과 선악이 사회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사람을 죽여도 대의명분이 있다면 용서가 되고, 결과가 좋더라도 동기가 불순하다면 비난을 받습니다. 그 어떤 진영도 민족과 민족주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입니다. ‘단일민족’과 ‘배달민족’이라는 신화는 교과서에서 지워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는’을 외치며 삽니다. 저들이 옳더라도 ‘저들이니까’ 틀렸다고 몰려갑니다. 지성을 탄압한 정조를 문예부흥의 군주라고 찬양하고 식민시대를 초래한 이기적 군주 고종을 개명군주라고 찬양하고 허무맹랑한 조선 잔당 북한 김씨네를 자주적 평등주의자라 찬양하는 사람들이 우리들 틈에 활개를 칩니다.
- 7장. 「식민과 해방」 중에서
출판사서평
반전과 충격으로 가득한 100가지 역사 퍼즐
1889년 5월 6일 근대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유럽에 우뚝 서던 날, 조선에서는 하찮은 공무원 하나가 고부군수로 발령받았다. 조선 최대 민란 ‘동학’의 원인, 조병갑이다. 에펠탑도 세상을 바꿨고, 사람 하나도 세상을 바꿔버렸다. 가난한 프랑스 지식인 드니 디드로가 ≪백과전서≫ 편집장에 선임되기 1년 전, 조선 국왕 ‘영조’는 신하들이 청나라에서 어렵게 구해온 망원경을 부숴버렸다. 감히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 ‘아름답지 못한’ 도구라는 것이다. ‘백과전서파’는 유럽 계몽주의 시대를 열었고, 깨져버린 망원경은 조선에 빛은커녕 축축한 어둠을 가져다줬다. 온 세상이 부국과 강병을 위해 근대로 돌진하는 그 장엄한 19세기, 조선과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뉴턴이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았을 때,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같은 시대의 조선은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발명했을까?
언젠가부터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도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왜곡도 서슴지 않는 도구가 되었다. 역사가 존재하는 건 단지 자긍심을 위해서가 아니다. 과오와 실패 또한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은 폭발하는 ‘지성’과 격렬한 ‘교류’로 전 세계가 요동치던 시기, 이 땅의 운명을 뒤바꾼 100장면을 담아냈다. 영정조 시대부터 해방과 건국까지, 100장면 모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불편한’ 사실들이다.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역사를 제대로 마주한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년간의 취재 끝에 집대성한 박종인표 역사 전쟁 ‘결정판’!
박종인은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내린 ‘가짜 역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해 온 저자는 ≪땅의 역사 1~7≫, ≪대한민국 징비록≫, ≪매국노 고종≫, ≪광화문 괴담≫ 등을 통해 끈질기게 역사의 진실을 밝혀왔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에서는 한국사 중 가장 은폐가 심한 ‘근대사’를 양지로 끌어올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100개의 결정적 장면을 다룬다. 왜 500년 조선은 근대화 대열에서 낙오되어 하루아침에 멸망했을까? 이 책은 조선을 감싸는 미화된 괴담부터 조작과 날조까지 진실이 돼버린 ‘거짓’을 광범위한 사료와 취재, 철저한 고증을 통해 파헤친다. 한 장면 한 장면 펼치다 보면 이제껏 철석같이 믿어왔던 역사가 뿌리부터 부정당한다. 하지만 저자 말대로, ‘직시하는 역사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잘못 쓰인 역사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때다.
우리가 아는 근대사는 가짜다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은 총 두 권으로 구성되었다. 1권 ‘몰락의 시대’는 영정조 시대부터 고종-민씨 시대까지 근대를 향해 돌진하는 세계 속에서 조선이 그 근대에 대처했던 구체적인 장면을 모았다. 정조의 사상 검열에 충격받아 죽고만 ‘책 바보’ 이덕무, 인재가 사라진 이유를 ‘소금으로 만든 산’ 때문이라며 그 소금산을 찾아내라고 억지 부리는 정조, 배 속 아이까지 패키지로 팔려나가는 노비들, 갓 쓴 조선 노인 그림을 보고 껄껄 웃는 나폴레옹, 시아버지 대원군 귀국길에 역적 시신을 토막 내 뿌려버린 민비…. 2권 ‘반동의 시대’에서는 개혁 시대(동학과 갑오개혁)부터 식민과 해방까지,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다. 철수하겠다는 일본군을 “너희가 가면 나라가 망한다”며 부여잡은 고종, 러시아 차르에게 스스로 보호국이 되겠다고 애원한 또 그 고종, 개혁을 꿈꾼 젊은 인사들의 끔찍한 최후, 상고물 화물선을 군함이랍시고 수입해 망신당한 대한제국 정부, 그리고 나라를 천황에게 헌납하고 그 대가로 엄청난 재산과 신분을 식민시대 내내 향유했던 전주 이씨 왕족들까지. 포장을 벗기고 날것 그대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소름 끼칠 만큼 잔인하고 때로는 질식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제 후퇴와 몰락, 혼돈과 해방을 숨 가쁘게 이어온 근대사의 큰 그림을 ≪사라진 근대사 100장면≫과 함께 완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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