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3번(Mozart, Piano Concerto No.13 in C major K.415)
Bawoo2014. 5. 28. 15:21
Mozart, Piano Concerto No.13 in C major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3번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Franco Caracciolo, conductor
Orchestra da Camera 'Alessandro Scarlatti'
Rai di Napoli, 1957.11.19
Michelangeli plays Mozart Piano Concerto No.13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1920.1.5 ~ 1995.6.12 이탈리아
조각처럼 생긴 얼굴, 그러나 웃는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소심한 성격의 완벽주의자. 바티칸 궁 야외에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연주 3악장이 끝나갈 무렵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오케스트라와 어울린 미켈란젤리(1920-1995)의 피아노가 막바지를 향해 질주하던 그 생생함은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되었을 때만 무대에 오르는 엄격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청중의 기침 소리에 연주를 하다가 내려갈 만큼 신경질적이고 괴팍함을 드러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였죠. 그의 대선배 알프레드 코르토는 미켈란젤리의 등장을 ‘리스트의 재래’라고 했습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작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르로 오페라와 더불어 협주곡을 꼽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그의 완숙기인 빈 시절(1781~1791)에 탄생한 열일곱 편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예술적 발전의 선명한 궤적이자, 18세기 협주곡사의 가장 빛나는 기념비로 추앙되고 있다. 그런데 이 피아노 협주곡들은 빈 시절 모차르트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했다. 그는 대개 자신이 주최하는 예약연주회에서 직접 연주할 요량으로 피아노 협주곡을 썼으며, 그 공연을 통해서 연주회 수입뿐 아니라 제자들도 확보했던 것이다. 아울러 피아노 협주곡은 그와 빈 청중들 간의 주요 소통창구이기도 했다.
빈 시절 모차르트의 첫 피아노 협주곡들은 1782년 말에서 1783년 초 사이에 나왔다. 그 세 작품은 11번 F장조(K.413), 12번 A장조(K.414), 13번 C장조(K.415)이다. 사실 이들의 작곡 및 초연은 12, 11, 13번의 순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훗날 ‘쾨헬 번호’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번호를 갖게 되었다. 여기서는 그 중 마지막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13번 C장조를 살펴보자.
모차르트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제10번 E♭장조(K.365)> 이후 약 5년여 만에 다시 피아노 협주곡에 손을 댔던 이유는 당시 빈의 음악적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즉 당시 빈에서 신흥 악기였던 피아노(포르테피아노)의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빈 청중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도 피아노 협주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모차르트도 다소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협주곡들을 쓰면서 그는 빈 청중의 취향을 살피면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 그들 사이에 성공리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1782년 12월 28일,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쓴 유명한 편지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협주곡들은 너무 쉬운 것과 너무 어려운 것 사이에서 행복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매우 화려하고 듣기에 유쾌하고 자연스러우며 지루한 구석이 없지요. 여기저기에 감식가들만이 만족할 만한 패시지들도 있지만, 감식력이 떨어지는 이들조차 왜 그런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작곡되었답니다.”
피아노협주곡은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이 어우러지는 음악 장르로, 18세기경 크게 유행하였다.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심사숙고했던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 작품은 기본적으로 빈 청중의 보수적인 기호를 거스르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무리되었으면서도 모차르트 특유의 개성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11번 F장조와 12번 A장조가 다분히 살롱 취향인 수수한 표정과 온건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 데 비해, 마지막 작품인 13번 C장조는 보다 과감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앞선 두 작품을 통해서 빈 청중의 취향을 충분히 파악한 모차르트가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 피아노 협주곡 13번 C장조를 빈 시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창작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간주해도 좋을 듯싶다.
Mitsuko Uchida conducts and performs Mozart Piano Concerto No.13
Mitsuko Uchida, piano
Camerata Salzburg
우찌다 미쯔꼬 (Mitsuko Uchida 内田光子), 1948. 12. 20 - 일본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우치다 미츠코(海野義雄, 1948~ )는 1984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하였습니다. 모차르트의 선율을 따라 그야말로 흥에 겨워 지휘하고 연주하는 우치다 미츠코을 보며 덩달아 흥겨워집니다.
아폴론적인 장대함을 지향하다
이 협주곡에서 우선 주목할 부분은 기본 조성이 C장조라는 점이다. 18세기의 작곡가들은 각 조성마다 고유의 성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에 대한 규정은 작곡가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모차르트에게 있어서 C장조는 ‘아폴론적인 장대함’을 의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단적인 예로 유명한 <주피터 교향곡>을 들 수 있는데, 그 교향곡에서처럼 이 협주곡에서도 당당하고 화려한 울림, 군대행진곡 풍의 리듬, 밝고 쾌활한 표정을 만날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협주곡의 관현악 파트에 파곳, 트럼펫, 팀파니를 추가했는데, 이러한 편성은 당시 그가 고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규모였다. ▲피아노 협주곡 13번은 피아노 선율의 활약이 곡 전체를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부분은 대위법의 적극적인 부각이다. 무엇보다 곡의 첫머리부터 카논 풍의 진행이 나타나며, 첫 악장에 나타나는 여러 주제들도 거의 대위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빈 시절에 모차르트는 유력한 음악애호가이자 후원자인 판 슈비텐 남작을 통해서 바흐와 헨델의 작품세계에 새로이 눈을 떴고, 그 대가들의 음악을 연구하여 자신의 양식을 발전 심화시키는 동력으로 삼았다. 비록 이 협주곡은 그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던 탓에 조금은 불균형한 듯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첫 악장의 활기찬 추진력과 마지막 악장의 생생한 색채 등에서 모차르트 특유의 진취성과 독창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 C장조, 4/4박자
흡사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위풍당당한 울림과 흥미진진한 흐름이 돋보이는 악장. 이탈리아 풍 서곡을 연상시키는 밝은 색채와 행진곡 풍 리듬, 경쾌하고 유려한 선율, 그리고 곳곳에서 감상자의 의표를 찌르는 모차르트 특유의 재치 가득한 전개 등이 시종 유쾌한 흥분을 선사한다.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대위법적인 요소들이 인상적인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분히 관습적인 피아노의 비르투오소적인 활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2악장: 안단테, F장조, 3/4박자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서정적인 노래가 흐르는 순수하고 담백한 느낌의 느린악장. 트럼펫, 팀파니 등 이른바 ‘군악대 풍’ 악기들은 침묵하고, 현악기들의 섬세한 연주가 다정다감한 배경을 조성하는 가운데 피아노가 오페라 아리아 풍의 칸타빌레 선율을 유유히 노래한다.
3악장: 알레그로, C장조, 6/8박자
이 변화무쌍한 론도 악장은 풍부한 아이디어와 대비 선명한 흐름으로 감상자에게 작은 경이를 안겨준다. 처음에는 앞선 악장의 다소 정체된 기분을 가뿐히 날려버리는 피아노의 경쾌한 독주로 출발하지만, 이어지는 부분은 돌연 C단조의 아다지오로 전환하여 사뭇 진지하고 비극적이기까지 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 부분은 원래 이 협주곡의 2악장으로 구상되었던 스케치가 되살려진 것으로서 모차르트의 왕성하고 집요한 표현 욕구를 대변한다. 이후 음악은 장조와 단조를 수시로 오가며 다채롭고 화려한 흐름을 이어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목가풍의 아름다운 시정을 환기시키며 은은한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사라져가듯 마무리된다.
추천음반 및 DVD
[음반] 마르틴 헬름헨(피아노) /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PeantaTone
[음반] 올리버 슈뉘더(피아노) / 카메라타 베른. RCA
[음반] 수전 톰즈(피아노) / 고디어 앙상블 - 실내악 편곡판. Hyperion
[DVD] 미츠코 우치다(피아노, 지휘) /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DG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