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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ín Dvořák - String Quartet No.12 Op.96 The American

Bawoo 2023. 11. 23. 13:18

 

Antonín Dvořák  

(1841~1904/체코) 

String Quartets No.12 Op.96 "The American" 

 

String Quartet No.12 in F major, Op.96 - "American" B.179
1. Allegro ma non troppo
2. Lento
3. Molto vivace
4. Finale (Vivace ma non troppo)


 

 

 

아마데우스 콰르텟 1960

00:00 String Quartet No.12 in F major op.96 "American": I. Allegro ma non troppo 06:59 String Quartet No.12 in F major op.96 "American": II. Lento 14:22 String Quartet No.12 in F major op.96 "American": III. Molto vivace 18:10 String Quartet No.12 in F major op.96 "American": IV. Finale. Vivace ma non troppo

 

만약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말은 있을 수 없지만, 어쩐지 드보르자크에 관해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드보르자크를 대표하는 3대 걸작이 모두 미국에서 작곡된 까닭이다. 체코 출신의 작곡가 드보르자크는 체코 민족 고유의 음악어법을 살린 작품으로 체코의 민족음악가로 손꼽히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첼로 협주곡, 그리고 현악 4중주 ‘아메리카’는 체코가 아닌 미국 체류 중에 작곡되었다. 아마도 낯선 신대륙의 기운이 드보르자크에게 강한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1892년, 체코 프라하 음악원의 교수로서 작곡가로서 자리 잡고 있던 드보르자크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당시 프라하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활하던 드보르자크가 미국의 백만장자 자네트 서버 부인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되었다. 뉴욕 음악원을 설립한 그녀는 드보르자크에게 무려 연봉 3만 굴덴을 제안하며 뉴욕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달라고 제안했다. 당시 드보르자크가 프라하 음악원에서 받고 있던 연봉이 1200굴덴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뿌리칠 수 없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드보르자크는 곧바로 프라하 음악원에 휴가 신청을 내고 대서양을 건넜다.  드보르자크는 곧 이 낯선 신대륙에 강하게 끌리기 시작했다. 활기찬 대도시와 웅장한 대자연은 그에게 압도적인 인상을 남겨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다. 드디어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등의 걸작들을 탄생시킨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주로 뉴욕 동부 17번가에 머물며 근처에 있는 음악원에서 작곡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던 드보르자크는 1893년 여름에는 아이오와 주의 스필빌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보헤미아에 남아 있던 가족들도 모두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서 함께 보내는 첫 휴가였던 만큼, 이 시기의 드보르자크는 무척 행복한 기분으로 작곡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였다. 당시 드보르자크가 현악 4중주 ‘아메리카’를 작곡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코바르지크는, 정신없이 작곡에 몰두하던 드보르자크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했다. “1893년 6월 5일의 찬란한 날, 드보르자크는 이 작은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가 이 마을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마을의 경치를 보면서 그의 조국과 고향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는 이 마을에 자리를 잡자마자 곧바로 그의 천재성을 발휘할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난 6월 8일에 벌써 그의 새 작품 현악 4중주 F장조의 1악장에 착수했다. 그 다음 날 아침 1악장이 완성되자 그는 곧 2악장을 쓰기 시작했고 저녁에는 3악장을 써 내려갔다. 그 다음 날에는 4악장을 작곡했고, 10일에는 마침내 현악 4중주 전곡이 완성되었다. 그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며 악보의 마지막 페이지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어 저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라고 썼다.” 드보르자크는 마치 이미 완성된 형태로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음악을 그대로 쏟아내듯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현악 4중주 ‘아메리카’를 완성했다. 그가 현악 4중주 ‘아메리카’의 초고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이었다. 폭발적인 창조력의 분출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일이다. 초고를 완성하자마자 곧바로 정서에 들어간 드보르자크는 6월 23일에 각 악기들의 파트 보를 비롯한 완벽한 스코어를 완성했다. 작곡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모든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스코어를 완성하자마자 빨리 이 음악을 직접 귀로 확인하고 싶었던 드보르자크는 코바르지크와 그의 자녀들과 함께 직접 제1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아메리카’라는 부제에서 암시되듯,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12번은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음악과 흑인영가에 강한 영향을 받았으나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드보르자크 자신이 명명한 것은 아니다. 그가 자필악보의 표지에 ‘아메리카에서 작곡한 두 번째 작품, ‘현악 4중주 F장조’라고 쓴 것을 보고 후세 사람들이 ‘아메리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제와는 별도로 이 작품에는 ‘흑인’을 가리키는 ‘니거’(Nigger)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이 작품에 5음 음계를 기초로 한 흑인영가 풍의 멜로디가 많아 이국적이면서도 민요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드보르자크는 뉴욕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당시 특히 흑인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며, 흑인영가의 편곡자이자 가수인 해리 사커 바레이를 집으로 초대해 흑인 노래를 듣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흑인영가에 대한 드보르자크의 이러한 관심은 그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아메리카 시기에 작곡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4중주곡은 드보르자크가 남긴 현악 4중주곡들 가운데서 4번 E단조와 더불어 가장 짧은 현악 4중주곡이지만 형식과 내용은 빈틈없는 구조로 꽉 짜여 있으며 흐름이 무척 자연스럽고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다. 게다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경쾌한 리듬까지 갖추고 있어서 클래식 음악 입문 곡으로 빠짐없이 추천되고 있으며, 현악 4중주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 실내악을 어렵고 심오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아메리카’를 들어본다면 실내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숲 속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려 부스럭거리는 듯한 떨림으로 시작되는 1악장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이 작품이 자연의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스필빌의 아름다운 숲과 강,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작곡가 자신의 감흥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듯, 음악은 무척 편안하고 평화롭다. 이 부스럭거리는 트레몰로 음형은 전 악장에 걸쳐 약간씩 변형된 형태로 이 음악의 바탕을 이루며 스필빌의 상쾌한 아침 산책로를 연상시킨다.

 

2악장: 렌토 매혹적인 1악장에 이어 느린 2악장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배어 있다. 깊고 풍부한 감정 표현, 솟구쳐 오르는 듯한 음형, 고음역에서 찬란한 빛을 방사하는 첼로의 매혹적인 음색. 누구든 한 번 듣기 시작하면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음악이다. 같은 신대륙에서의 체험을 담은 까닭인지, ‘아메리카’ 4중주의 2악장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의 2악장과도 그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다.

 

3악장: 몰토 비바체 3악장 스케르초는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음악 중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음악으로, ‘스케르초’, 즉 ‘농담’이라는 말을 음악적으로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과장된 악센트와 다이내믹, 강박의 위치를 바꿔버리는 독특한 리듬, 그리고 드보르자크가 산책로에서 발견했다는 이상한 새의 울음소리가 바이올린의 높은 멜로디로 연주되어 더욱 밝고 재미있는 인상을 준다.

 

4악장: 비바체 마 논 트로포 4악장은 무척 활기차고 명랑한 음악이지만 중간에 스필빌에 있는 교회 오르간의 코랄 선율을 모방한 조용한 악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작은 교회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던 코랄 선율과 경쾌한 부점 리듬으로 된 경쾌한 멜로디를 하나의 음악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드보르자크의 탁월한 감각은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