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러시아어: 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1890년 2월 10일 ~ 1960년 5월 30일)는 소련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모스크바에서 화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음악을 지망하였다가 철학에 몰두하여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에 유학하여 철학을 연구하였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미래파의 기관지 《레프》를 중심으로 많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러시아 최후의 순수 예술파 시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1958년 스웨덴의 한림원에서는 그의 장편 소설 《의사 지바고》를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을 비판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하여 소련 정부와 작가 동맹으로부터 압력을 받게 되어, 이를 거부하였다.
러시아 혁명의 잔혹함과 그 여파 속에서 펼쳐지는 방황, 정신적 고독, 사랑을 서사적으로 기술한 이 소설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소련에서는 비밀리에 번역본으로만 유포되었다.
그는 교양 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레오니드는 미술교수였으며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이들은 모두 이 집안을 자주 찾은 손님이었음), 그리고 레닌의 초상화를 그렸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로자 카우프만이었다. 어린시절 파스테르나크는 조숙한 시인이었으나 음악가가 될 작정이었다. 6년간 음악이론과 작곡을 공부했으나 갑자기 철학으로 방향을 바꾸어 모스크바대학교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강좌를 수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는 대신 우랄 지방의 화학공장에서 근무했고 혁명 후에는 소비에트 교육부 도서관에서 일했다.
첫번째 시집은 1913년에 출간되었다. 1917년에는 놀랄 만한 2번째 시집인 〈장벽을 넘어서 Poverkh baryerov〉를 펴냈으며, 〈누이, 나의 삶 Sestra moya zhizn〉(1922)을 출간하면서 역량 있는 신인 서정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시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반영한다. 러시아의 기준으로 볼 때는 비록 전위적이고 비교적(祕敎的)이었으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33~43년의 작품은 공식적인 작품양식(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너무 동떨어져 출판이 불가능했으며 1930년대말의 대숙청 기간에 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가 스탈린의 고향 그루지야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했기 때문에 숙청에서 제외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셰익스피어, 괴테,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들, 베를렌, 릴케 등을 번역하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 1956년 파스테르나크는 큰 기대에 부풀어 모스크바의 유력한 월간지에 소설 〈의사 지바고〉를 기고했으나 "10월혁명과 혁명의 주역인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중상했다"는 비방과 함께 거부당했다. 1957년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출판사를 통해 서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파스테르나크에게서 저작권을 사들인 그 출판사는 '수정을 위해' 원고를 되돌려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영역본이 출간된 1958년에는 이미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소련에서는 파스테르나크 탄핵운동이 일어났다. 그는 작가동맹에서 제명되었으며 생계유지의 수단마저 빼앗겼다. 공공 모임에서는 그를 국외로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제1서기장 흐루시초프에게 "조국을 떠난다는 것은 내게 죽음을 의미한다"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써보냈다. 그는 페레델키노의 집에서 암과 심장병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다. 영어로 번역된 작품으로는 단편소설과 자전적 작품 〈안전 통행권 Okhrannaya gramota〉(1931), 그리고 엄숙함과 고요한 내적 관조로 끝나는 그의 시작품 전체가 있다.
1987년에야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파스테르나크의 사후 복권을 허락함으로써, 1958년 작가동맹에서 추방된 이후 불법으로 되어 있던 작품들의 적법성이 인정되었고, 드디어 〈의사 지바고〉가 소련 내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시인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주도한 평가위원회는 복권에 덧붙여 페레델키노에 있는 그의 집에 기념관을 세울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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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바고 Doctor Zhivago ,
소련의 시인·작가인 B.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 이 소설은 1965년 데이비드 린(David Lean)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고, 2005년 러시아에서는 연속극으로도 방영되었다
의사이며 시인인 유리 지바고의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정신의 편력을 시적인 문장으로 전개했다.
지바고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모스크바의 한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한다. 의사가 되고 어릴 적 친구였던 토냐와 결혼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종군했다가 간호사로 일하던 라라를 만나 숙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라라는 소녀시절에 지바고가(家)를 파산시킨 변호사 마코로프스키에게 능욕되고 이용되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는데 그 남편도 전쟁으로 행방불명되었다.
전쟁은 혁명으로 이어지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지바고는 혼란을 피해 처자와 함께 우랄의 시골로 피난가는데 그곳에서 다시 라라를 만나 사랑을 불태운다. 아내 몰래 라라의 집을 다니던 중 빨치산의 포로가 된 지바고는 군의관으로 강제징용되어 시베리아를 전전하고 처자는 파리로 망명한다. 빨치산에서 탈출한 그가 라라의 집에 돌아와 그녀와 같이 생활하지만 혁명군의 지도자였던 그녀의 남편이 총살되자 위험에 빠진 라라도 이르크츠크로 도망간다. 라라와 헤어진 지바고는 모스크바로 돌아와 외롭게 지내다 죽는다.
1957년 이탈리아에서 출판, 다음해 노벨 문학상이 수여되었으나 파스테르나크는 소련의 정치적 압력으로 수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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