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날입니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한껏 움츠려 있었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회사 앞 청계천에 나섰는데요. 여유까지 느껴보려고 커피 한잔 사들고 커피전문점을 나서는데 바뀐 컵홀더의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사물존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에 동참한 '망고식스'의 컵홀더. |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 말이 물건(아메리카노)을 과도히 높이는 잘못된 것임이 알려진 후 많은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요즘엔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도 사물 극존칭에 익숙해진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자정 노력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잘못 쓰는 높임말, 이것만 있을까요?
◇압존법의 그늘- "부장님,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인 과장이 오지 않았을 때 더 상사인 부장에게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말해야 할지 "과장님이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죠? 이건 바로 '압존법' 때문인데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압존법이란 '문장의 주체가 화자(말하는 사람)보다는 높지만 청자(듣는 사람)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입니다. 즉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사진= tvN '미생' 한 장면에 그림을 추가한 것. |
그런데 직장에서 압존법을 사용하시나요? 평사원이 "부장님, 과장이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문법에 맞춰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듣는 부장 입장에서도 '버릇없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국립국어원에서도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에서 "직장에서의 압존법은 우리의 전통 언어 예절과는 거리가 멀다. 직장 사람들에 관해 말할 때에는 '-시-'를 넣어 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놓았습니다. 즉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자기보다 윗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높임말을 쓰는 것이 표준화법입니다. 따라서 부장님에게도 "과장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입니다.
◇높임말 남용- "이 음식 한번 드셔보세요"
마트 시식코너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는 이 말 역시 틀린 표현입니다.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일 땐 "고기를 잡아보세요"라고 하지 "고기를 잡으셔보세요"라고 하진 않죠.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보세요" "한 말씀 하셔주셔요"는 말이 안됩니다.
이같이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땐 맨 마지막 서술어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입니다. 따라서 음식을 권할 때는 "드셔보세요"가 아니라 "들어보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겠'의 잘못된 사용- "이 제품가격은 5000원되겠습니다"
'-겠-'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을 나타낼 때 쓰는 어미입니다. '내일은 비가 오겠다' '올봄엔 따듯하겠다'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이 제품가격은 5000원입니다"로 써야 맞습니다.
얼마 전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65%가 자기소개서 작성시 '국어문법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요. 이중 '높임말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터넷 신조어나 축약어 사용 등에 익숙한 탓에 일상생활에서 높임말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게 된 게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많이 찾는 커피전문점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자정 노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이 같은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지속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맞는 말은 무엇일까요?
① 부장님, 수고하세요.
② 반응이 아주 좋으세요.
③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④ 선생님께서 너 오라고 하셔.
* 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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