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탈(脫)스펙 채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0% 이상이 스펙 부족을 취업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구직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스펙이 딸려 취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고스펙자들 사이에서 딸리는 스펙 때문에 자신감 있는 면접을 치를 수 없었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위에서와 같이 ‘모자라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딸리다’를 쓰곤 한다. 그러나 재물이나 기술, 힘 등이 모자랄 경우 ‘달리다’를 써야 바르다. “농번기에는 일손이 달려 둘이서 일하기에 힘에 부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실력이 달린다” “기운이 달려 더 이상 일을 못 하겠다”처럼 쓸 수 있다.
‘딸리다’는 어떤 것에 매이거나 붙어 있다는 의미로, “작은 앞마당이 딸린 예쁜 집이다” “딸린 자식만 셋이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또 “염소는 솟과에 딸린 짐승이다”에서처럼 어떤 부서나 종류에 속한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도 ‘딸리다’를 사용한다.
‘달리다’를 ‘딸리다’로 잘못 쓰는 현상은 주로 젊은 층에서 말의 첫머리를 된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처럼 된소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심지어 ‘사랑해’를 ‘싸랑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잘리다’와 ‘짤리다’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회사의 경영난으로 모두 짤릴까 봐 전전긍긍이다” “이 나이에 짤리면 갈 데가 없다” 등에서와 같이 ‘해고당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짤리다’를 쓰곤 한다. 그러나 ‘짤리다’는 잘못된 표현으로 ‘잘리다’고 해야 한다. ‘동강을 내거나 끊어 내다’ 또는 ‘해고하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는 ‘짜르다’가 아닌 ‘자르다’로, 이를 피동사로 만든 표현이 ‘잘리다’이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스펙이 달려 걱정, 직장인들은 잘릴까 걱정이란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언제쯤 “일손이 달려 난리”라는 말이 들려올까.
* 중앙일보 -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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