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딴이 난 수레

Bawoo 2015. 3. 24. 23:09

“천리마들이 끄는 수레에 소 한 마리를 집어넣은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수레는 백 보도 못 가 ‘절딴’이 나고 말 것입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빠른 말 속에 소가 끼어 있으면 소도 힘들고 말도 지친다는 중국 전국시대 책사 소진의 말이다. 인재를 뽑았으면 능력을 발휘하도록 주위 여건을 함께 조성해 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란 것이다.

 소진의 말을 옮길 때 유의해야 할 표현이 있다. “그 수레는 백 보도 못 가 절딴이 나고 말 것”이라고 해선 안 된다. ‘절딴’을 ‘결딴’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 도무지 손쓸 수 없게 된 상태를 일컫는 단어는 ‘결딴’이다. ‘절딴’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살림이 망해 거덜 난 상태를 이를 때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 정도 씀씀이라면 집안이 완전히 절딴이 나지 않겠는가!”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글꼴이 비슷해 혼동하는 이가 많지만 ‘절딴’을 ‘결딴’으로 고쳐야 의미가 통한다.

 ‘결딴’을 ‘절단’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절단(切斷)’은 자르거나 베어서 끊는 것을 뜻한다.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옥을 가공하려면 원석에서 옥을 절단해 줄로 쓸고 끌로 쫀 뒤 갈아서 빛을 내야 하는 것처럼 학문과 인격을 닦음을 이르는 말이다”와 같이 사용한다.

 

*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