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부쩍 올라가 가족과 봄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다. 하지만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때문에 문밖에 나가기가 주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세먼지 가운데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된 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밝혀져 어린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더더욱 미세먼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신문 등에서 “안갯속 살인자, 미세먼지” “잿빛 먼지 안갯속으로 빌딩 숲 모습 감춰”와 같은 글의 제목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안개가 끼어 있는 상황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안갯속’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안갯속’은 한 단어로 인정돼 표제어로 올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든 ‘안갯속’을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안갯속’은 안개가 끼어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안갯속’은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프로농구 우승 경쟁 안갯속으로” “선거의 향방은 안갯속으로”와 같이 쓸 수 있다. ‘안갯속’은 무슨 일에 대해 갈피나 방향을 잡을 수 없음을 뜻하는 ‘오리무중’과 비슷한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상황을 가리킬 땐 어떻게 써야 할까. “짙은 안개 속 과속이 사고를 불렀다” “자욱한 안개 속 도심” 등과 같이 ‘안개 속’으로 써야 한다. 또한 ‘안개 속’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한다.
이와 비슷한 게 ‘뱃속’과 ‘배 속’이다. 둘은 서로 의미가 다르다. “욕심은 났지만 친구에게 양보하고 나니 뱃속이 편하다” “그 사람은 뱃속이 검으니 조심해야 한다”에서처럼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안갯속’과 ‘뱃속’은 관용적으로 사용돼온 비유적 표현이므로 한 단어로 인정된 것이다.
‘배 속’과 같이 ‘배’와 ‘속’을 띄어 쓰면 말 그대로 배의 안을 의미한다. “배 속 태아의 발길질이 신기하기만 하다” “탈이 났는지 배 속이 콕콕 쑤시고 아프다”와 같이 쓸 수 있다.
* 중앙일보-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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