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닭도리탕 말고 닭볶음탕 주세요

Bawoo 2015. 2. 27. 12:05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국물에 구수한 감자가 들어간 닭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이 닭 요리는 무엇일까.

 ‘닭도리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닭도리탕’은 일본어 ‘도리’가 들어간 말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리(とり)’는 일본어로 새(鳥)나 닭(<9D8F>)을 가리킨다. 화투 놀이 ‘고스톱(go-stop)’을 해봤다면 ‘고도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도리’ 역시 ‘도리’가 들어간 일본 말이다. 화투짝 매조(한 마리)·흑싸리(한 마리)·공산(세 마리) 세 장에 다섯 마리의 새가 그려져 있어 일본어로 ‘고도리(五鳥·ことり)’라 부른다.

 우리말 ‘’이 일본으로 건너가 ‘>리>도리’가 됐을 것이라 추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닭도리탕’은 어쨌든 우리말과 일본어를 조합한 잘못된 말이다.

 ‘닭도리탕’은 결국 ‘닭+닭(도리)+탕’의 조합으로, 의미상으로도 중복되는 어색한 결합임을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닭도리탕의 순화어로 닭볶음탕을 제시했다.

 닭도리탕 외에도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음식 이름이 많다. 생선이 들어간 맑은 국물로 된 탕을 ‘복지리’ ‘대구지리’와 같이 ‘지리’라 부르곤 하는데, 이 역시 우리말과 일본어를 조합해 쓴 잘못된 표현이다.

 ‘지리(ちり)’는 냄비 요리의 하나를 지칭하는 일본어다. ‘즙(汁)’의 일본식 발음인 ‘지루(じる)’가 변해 ‘지리’가 됐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복지리’의 순화어로 ‘복국’이나 ‘복싱건탕’을 제시하고 있다. 국어원은 ‘대구지리’ 역시 ‘대구싱건탕’으로 바꿔 부를 것을 권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르기 불편해도 쓰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미 음식점 간판과 차림표에는 닭볶음탕이란 표현이 종종 눈에 띈다. 오늘 저녁 닭볶음탕이나 복싱건탕 어떠신지.

* 중앙일보 - 김현정 기자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