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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짜 그림을 아세요?

Bawoo 2013. 12. 4. 22:24

 

공짜 그림을 아세요? 

그대는 지금까지 몇 점의 그림을 사 보았는가.
지금 갖고 있는 그림은 어떻게 구한 것인가,
금년에 그림 구입 할 계획이 있는가.
그림의 떡... 그림.
당장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서 항상 뒷전에 밀린다.
밥이 육체를 살찌운다면 그림은 정서를 살찌우는데도...
그림은 생활에 신바람을 일으키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돈 버는 일과 실력자가 되는 일이라면 그림을 그리는 일도 힘든 일이다.
스타 탄생과 화가 탄생은 하늘에서 혜성처럼 떨어지는 게 아니다.
가슴에 한(恨)과 땀을 묻고 인고(忍苦)의 잔을 마시며 내리는 이슬이다.
햇볕이 들면 언제 녹아 버릴지 모르는 이슬 말이다.

"여보게 그림 한두 점 그려 주게."
그림 한두 점?
특히 한국화를 그렇게 취급한다.
“아파트 한두 채 주게.”
“TV 한두 대 주게”
그림을 제외하고는 그런 말은 하지 못한다.
몇 푼 안 되는 버스 토큰 한두 개 그냥 달라고 하지 못하는 세상이면서...
"여보게 그리다가 버린 것 있으면 주게."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것이 화가에게는 그림이다.
그림은 화가의 자식이다.

화가는 그림을 버리지 않고 아예 없애거나 그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것만을 골라 그리기 때문에 멋없는 것은 아예 취급치 않거나 멋없는 것도 멋있게 그리는 게 화가이다.
그러니까
"여보게 그리다가 아주 잘 된 그림 있으면 하나 주게"
하는 요구가 더 적합할지 모른다.
그림 한 장 그리는 화가가 탄생하기까지는 수 십 년이 걸린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자기 작품'을 형성하려면 수많은 수련기간 동안 화도를 갈고 닦아야 한다.
공모전에도 수차례 입상해야 하고,
그룹전에도 수차례 출품하여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나이 40이 넘어서야 겨우 화단에 거명할 수있다.
그것도 자기의 독특한 화풍(Style)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작품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나이 40이 넘었는데, 그때서야 서서히 자기 그림의 화풍을 좋아하는 팬(Fan)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가족, 친인척, 친지들의 어쩔 수 없는 동정 같은 팬이 아닌 진정한 팬을 만나기는 무지개 잡기다.
단 한 번의 고시 패스로 기술관과 법관이 되고, 공무원이 되고, 그리고 생활의 안정을 찾는 다른 40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화가는 위대한 사회사업가인가.
자선단체나 협회 등에서의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는 의례적으로 화가들에게 작품을 요구한다.
그걸 팔아 기금으로 쓰겠으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40년 이상 투자했더라도 그냥 손 벌리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돈 많은 은행에 가서 손을 벌려보아도 단돈 1원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
후학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도서관이나 도서실, 큰 관공서 건물 개관, 신문사의 신춘휘호, 잡지사의 지상전시, 미술단체의 기금마련 등이 더러는 공짜그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화가는 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녀가 자신을 지키듯, 신랑이 신부를 아끼듯, 화가는 그림을 아끼는 데도 말이다.
때로는 본인의 그림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고마운 분에게 인사로 선물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화가는 하나이고 상대가 여럿일 때는 정말 곤혹스럽기도 한다.

그림 보시 (布施 : 깨끗한 마음으로 불법이나 재물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베풂)
자기그림을 아끼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자기 그림 먼저 떼어갈 그런 사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한 보시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작가에게 적당한 보시를 하고 화가는 그림을 보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림을 구입하려면 작가의 화풍이나 경력을 읽은 후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하면 좋다.
개인전, 그룹전, 개인의 전속화랑 등이 그 곳이다.
작품 값은 비싸다.
개인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겨우 상품화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대학 졸업 후 샐러리맨의 초봉이 50만원이라면
화가는 그보다 훨씬 못하다.
일 년에 몇 작품 밖에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1만여 명의 미술인 중 순수하게 작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는 0.5%인 500명 미만이다.
한국화의 경우 작품 판매로 생활을 하는 화가는 몇 십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화가를 빛 좋은 개살구로 보지는 않는다.
모든 연예인처럼 화려하고 스타덤에 올라 치부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멋을 추구하는 부류이기 때문일까.

가수왕이 된 S씨는 가수왕이 된 뒤 밀어닥치는 부조금 때문에 부조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명예가 커지면 체면유지가 어렵고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화가는- 더욱이 한국 화가는 그림만을 팔아서 살기가 어렵다.
부업이나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다.
미술석사 출신이 석유배달로 작업실 운영비를 벌어 쓰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한국화를 서양화보다 값을 낮게 평가한다.
한국인 스스로 만든 수치다.
실제로 작업시간은 같은 10호라면 한국화가 시간이 더 걸린다.
값이 싸야할 이유도 없다.

유럽인은 자기 아들이 그린 그림이라도 마음에 들면 정당한 값을 쳐주고 구입한다.
우리도 우선 가족이 먼저 '화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저 얻어 가는 '공짜그림'은 작가에게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요즈음 ‘서화 양도소득세', '금융실명제', '창작인 소득세' 등으로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그림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말하자면 그림이 팔리지 않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봉급을 쪼개어 3년에 작품 한 점 쯤 구입하려는 샐러리맨도 없다.

화가도 네덜란드처럼 연금을 주든가 아니면 샐러리맨처럼 최소한의 생계비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공짜그림도 없어지겠지 -역설 같지만 공짜로 안 줄게 아닌가.

좌우지간 화가는 봉이다.
동네 북이다.
위대한 자선사업가다.
정 많은 산타할아버지다.

문화예술사업을 잘 하는 나라치고 못사는 나라 없다는데...,

 
한국화 백문백답 중에서...
출처 : 장계인의 그림 이야기
글쓴이 : 장계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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