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와의’ 표현도 가능하다

Bawoo 2015. 5. 15. 18:01

얼마 전 신문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가 ‘노조와 협상’이라고 써온 것을 교열자가 ‘의’자를 추가해 ‘노조와의 협상’으로 고쳤다. 그랬더니 필자한테서 항의 전화가 왔다. ‘~와의’가 일본식 표현이어서 일부러 ‘의’자를 뺐는데 왜 또다시 넣었느냐는 것이었다.

 우선 필자가 이렇게 한 것은 다 근거가 있다. 원래 우리말에선 조사 ‘~의’가 그리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나, 너, 저’에 ‘~의’가 붙은 ‘나의, 너의, 저의’ 형태는 조선 후기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개화기에 들어서야 흔히 쓰이게 됐다. 이는 일본어에서 여러 가지 문장성분으로 쓰이는 조사 ‘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조사 ‘ㅣ’가 붙은 ‘내, 네, 제’만 사용돼 왔다.

 문제가 된 ‘노조와의 협상’ 표현에서 ‘~와의’도 일본식 어법에서 온 것이 맞다. 우리말에선 잘 쓰이지 않는 일본식 이중조사인 ‘~との’를 그대로 옮기면 ‘~와의’가 된다. 이 역시 과거에는 사용되지 않던 말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이런 구조다. 우리 식으로 한다면 서술성을 살린 ‘범죄 척결’ 형태가 된다.

 그럼 ‘노조와의 협상’에서 ‘~와의’가 일본식 표현에서 온 것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의’만 빼고 ‘노조와 협상’으로 해도 될까. 이렇게 해서는 부족하다. ‘노조와 한 협상’ 또는 ‘노조와 벌인 협상’이라고 해야 완전한 표현이 된다.

 ‘~와의’가 일본식 어법에서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널리 쓰이고 있고 표현을 간결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대부분 이런 경우 ‘~와의’ 표현을 사용한다. 국립국어원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 ‘~와의’ 표현을 사전에 올렸다. ‘의’의 용법 가운데 ‘저자와의 대화’란 예문을 들어 놓았다.

 따라서 ‘노조와의 협상’처럼 ‘~와의’ 표현을 써도 크게 문제는 없다. 만약 ‘~와의’가 싫다면 그냥 ‘의’자만 빼서는 안 되고 좀 더 말을 보충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기’라면 ‘중국과 경기’가 아니라 ‘중국과 한[벌인] 경기’라고 해야 한다.

* 중앙일보 -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