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람들의 영화평을 찾아보았다. “쫓고 쫓기는/좇고 좇기는 추격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액션영화부터 “주인공이 꿈과 이상을 쫓는/좇는 과정이 진한 감동을 준다”는 성장영화, “부와 명예를 쫓았지만/좇았지만 결국 사랑을 선택하는 뻔한 줄거리이긴 하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라는 멜로영화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쫓다’와 ‘좇다’는 위에서와 같이 구별하기 어렵다. 이를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국어 고수라 할 만하다. ‘쫓다’와 ‘좇다’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쫓다’는 “토끼를 쫓아 들어간 굴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에서와 같이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해 뒤를 급히 따르는 경우 쓴다. 따라서 앞의 문장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와 같이 쓰는 것이 바르다.
또 “밤새 모기를 쫓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에서처럼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다, “팔을 꼬집어 가며 잠을 쫓았다”에서와 같이 밀려드는 졸음이나 잡념 등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좇다’는 “누구나 행복을 좇기 마련이다”에서와 같이 목표·이상·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부모님의 의견을 좇기로 했다”에서처럼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는 의미로 쓰인다. “아이의 시선이 나비를 좇고 있다”에서와 같이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내다, “생각을 좇고 있는 눈빛이 자못 심각해 보였다”에서와 같이 생각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앞의 문장은 “주인공이 꿈과 이상을 좇는 과정이 진한 감동을 준다” “부와 명예를 좇았지만 결국 사랑을 선택하는 뻔한 줄거리이긴 하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라 해야 바르다.
‘쫓다’와 ‘좇다’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선 물리적 이동이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보면 된다. 다시 말해 직접 발을 떼어서 옮기는 물리적 이동이 있으면 ‘쫓다’, 그렇지 않으면 ‘좇다’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 중앙일보 -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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