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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스 섬의 비극

Bawoo 2015. 7. 8. 11:21

2400여년 전 벌어진 멜로스 섬의 비극은 아직까지도 듣는이로 하여금 인간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테네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동맹 사이에서 벌어진 27년 간의 기나긴 전쟁에서 아테네는 중립국이며 작은섬이었던 멜로스에게 그들이 스파르타와 같은 종족임을 이유로 들며 항복과 예속을 강압했다. 그러나 멜로스인들은 자신들의 중립을 주장하며 끝까지 저항한다. 결국, 남자들은 모두 학살당하고 부녀자들은 노예로 끌려갔다. 그리고 이 사건은 마지막까지 아테네인들의 죄의식으로 자리했다. 부당한 강압에 굴복하는 대신 죽음과 명예를 선택했던 멜로스인들의 의미심장한 비극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나는 멜로스인들의 죽음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들이 죽음으로서 지킨 명예는 보다 많은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전쟁과 고문이라는 이름 앞에서 갈기갈기 찢겨져버리는 것을 경험해야만 했던 현대인들의 기억 속에 오랜 과거의, 아직 그러한 믿음이 살아있던 신화와 같은 시대의 가치를 꺼지지않는 불씨처럼 되살리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명예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부질없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얻게될 이름뿐인 허영과 물욕과 같은 욕망들은 명예를 한갓 돼지의 월계관으로 전락시켰다. 그러나 멜로스인들이 명예를 위하여 기꺼이 죽음을 택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의 헬라스인들이 품고있는 숭고한 정신을 이해해야만 한다. 스파르타의 원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거나, 허울뿐인 명예 때문에 목숨을 내던졌다는 비난들은 헬라스 정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채 현시대인의 편협한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테네측과 멜로스측 간에 벌어진 토론은 이러한 정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멜로스는 아테네의 무도한 행위가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그리고 자신들의 명예 역시 아테네인들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테네는 정의란 강자의 뜻에 약자가 복종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끝까지 중립을 주장했던 멜로스인들은 처참하게 학살당했다.


여기서 멜로스가 주장하는 '정의'는 헬라스인들이 품고있는 명예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헬라스인들에게 명예는 단순히 타인에게 알려지는 자신의 명성을 넘어 신들을 향하고 있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속에서 안티고네가 신들에게 당당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왕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또한 소크라테스가 부당한 모함에 굴복하는 것과 망명을 거절하고 독배의 잔을 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들의 이름을 보통명사처럼 사용했다. 하데스는 죽음을, 아레스는 전쟁을, 아테네는 지혜를, 디오니소스는 도취를 상징했던 것처럼,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신들을 향한 불문율의 절대명제가 인간 근원의 양심으로서 다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신은 세계이며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서 증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멜로스인들과 소크라테스의 행동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멜로스인들의 비극적이고 숭고한 선택이 단순히 부질없는 미신과 명예에 대한 고대인들의 고집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압도당한 비극과 타협에 찌든 현대인의 비겁한 마음으로는, 그들에게 명예가 곧 양심이며 삶의 근원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숭고한 가치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눈알이 뽑히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죽음을 초월했던 믿음들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악이 얼마나 순수해질 수 있는가를 사람들이 깨달은 것은 불과, 수십년 전의 일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결과물들을 매일같이 목격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뛰어넘은 무엇인가를 마주할때 숭고하다고 말한다. 아테네인들이 저지른 만행이 끝없는 죄의식으로 남아 그들의 양심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것처럼, 아직까지 우리가 멜로스의 비극에서 진정한 슬픔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정보-[The NewYork Times] 투키디데스가 그리스 사태를 봤다면 http://blog.daum.net/wwg1950/5074  

자료 수집- 멜로스의 비극|작성자 김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