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밖에 없어.”
“그 밖에 없어.”
두 문장은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띄어쓰기가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의미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
“그밖에 없어”에서 ‘밖에’는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로 ‘그 사람 말고는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 밖에 없어”에서 ‘밖에’는 바깥을 의미하는 명사 ‘밖(外)’과 조사 ‘-에’가 결합한 형태로 ‘그는 바깥에 없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이 ‘밖에’는 조사인 ‘밖에’가 있고,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한 ‘밖에’가 있다. 물론 조사일 경우에는 앞말에 붙여 쓰고 명사일 경우에는 앞말과 띄어 쓴다.
이렇게 의미로 띄어쓰기를 구분하는 게 헷갈린다면 조사 ‘밖에’가 쓰일 땐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서술어로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조사 ‘밖에’는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 “이 일은 선생님밖에 못한다” “자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돈이 1000원밖에 없다”와 같이 ‘모르다’ ‘못하다’ ‘않다’ ‘없다’ 등 부정을 뜻하는 말과 어울리는 특징이 있다.
명사 ‘밖에’ 뒤에도 “누구 밖에 없니”처럼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이때는 “누구 밖에 있니”와 같이 긍정을 나타내는 말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 ‘밖에’와는 다르다.
“사과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사과가 하나밖에 남았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있다”가 말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조사 ‘밖에’는 ‘있다’ 같은 긍정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참고로 “선생님이 시키는데 할밖에” “어른들이 다 가시니 나도 갈밖에” “자식들이 속을 썩이니 어머니가 저렇게 늙으실밖에”와 같은 경우는 ‘밖에’가 아닌 ‘ㄹ밖에’가 쓰인 것으로, ‘ㄹ밖에’는 ‘-ㄹ 수밖에 다른 수가 없다’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 중앙일보 -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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