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 맘보∼.’ ‘니나노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앞의 것은 응원가 등에서 많이 부르는 나화랑 작곡의 ‘닐리리 맘보’이고, 뒤는 ‘태평가’의 후렴구다. 둘 다 언제 들어도 어깨춤이 들썩일 만큼 신명 난다. 그런데 닐리리 맘보는 닐리리로, 태평가는 늴리리로 각기 달리 적고 있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우리 사전은 ‘늴리리’를 ‘퉁소, 나발, 피리 등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소리’라고 설명하며 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경기 민요 ‘늴리리야’도 표준어다. 반면 언중이 즐겨 쓰는 ‘닐리리’는 사전 어디에도 없다.
그렇거나 말거나 입말에서는 닐리리가 늴리리보다 우세하다. 좋은 예가 있다. 올 6월 우리말 달인들이 한 방송사 퀴즈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겨뤘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승에 오른 한 명이 아쉽게도 마지막 문제를 풀지 못했다. ‘늴리리와 닐리리 중 어느 것이 표준어인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는 주저 없이 입말 ‘닐리리’를 선택했다. 늴리리가 표준어라는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말에 ‘늬’ 꼴의 글자가 없는 건 아니다. 아무 저항감이 없는 ‘무늬’나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는 ‘하늬바람’,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을 뜻하는 ‘보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낯설다. ‘닁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머뭇거리지 않고 단번에 빨리’를 뜻하는 표준말이다. 그렇지만 언중은 ‘냉큼’이나 비표준어인 ‘넹큼’을 더 많이 쓴다. 늴리리와 닁큼은 말이 표준어이지, 현실적으로는 언중의 입길에서 멀어진 낱말이라고 봐야 한다. 입말 닐리리를 복수표준어로 삼을 때가 됐다.
아 참, 많은 이가 태평가의 후렴구에 나오는 ‘니나노’의 뜻을 궁금해한다. 혹자는 ‘니(너)하고 나하고 놀자’를 줄인 말이라고도 하지만 객쩍다. ‘술집에서 젓가락 장단을 치면서 부르는 노랫가락이나 시중드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래저래 니나노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황석영, ‘어둠의 자식들’)고 하면 어떤 생활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 위해 남북 적십자 실무자들이 7일에 만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모쪼록 이산상봉 정례화의 물꼬를 텄으면 좋으련만….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얼씨구나 좋다∼.
동아일보 -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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