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우뢰’ 같은 박수는 없다

Bawoo 2016. 9. 5. 10:09



며칠 전 한밤중 우르르 쾅 소리에 잠을 깼다. 눈을 떠보니 거센 비와 함께 섬광이 번쩍이며 번개가 치고 있었다. 어찌나 큰 소리로 천둥이 계속되는지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을 ‘천둥’이라고 한다. 같은 뜻으로 ‘우레’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우레’는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에서와 같이 ‘우레와 같다’는 형태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우레’가 아닌 ‘우뢰(雨雷)’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비 우(雨)’에 ‘천둥 뢰(雷)’가 결합한 ‘우뢰’를 표준어로 삼았으나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면서 ‘우레’로 표준어가 바뀌었다. ‘우레’는 ‘울다’의 어간 ‘울-’에 접사 ‘게’가 붙어(‘울게’에서 ‘ㄹ’이 탈락해 ‘우레’가 됨) 만들어진 순우리말이다.

한자의 조합인 ‘우뢰’가 표준어 지위를 상실하고 옛말인 ‘우레’가 새로이 표준어로서의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우레’와 같은 뜻인 ‘천둥’의 경우 오히려 순우리말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천둥’은 한자어 ‘천동(天動)’에서 왔다. 시간이 지나며 많은 이가 ‘천둥’이라 불러 ‘천둥’이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장고(杖鼓)’가 ‘장구’, ‘호도(胡桃)’가 ‘호두’가 된 것처럼 ‘천둥’도 한자어의 모음 ‘ㅗ’가 ‘ㅜ’로 변해 표준어로 굳어진 사례 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우뢰’ 같은 박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