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협주 교향곡이라는 뜻이다. 고전파 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양식으로, 바로크 시대의 콘체르토 그로소 양식과 고전파 교향곡 양식의 하이브리드로 볼 수 있다. 여러 독주악기가 대화를 나누어가면서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며 관현악과 다른 주제를 연주한다는 점에서 협주곡과는 별개의 장르이다. 이 작품은 청년 시대 모차르트의 대표작이며,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장르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장르의 걸작
1778년 3월 23일 모차르트는 파리에 도착했다. 종교음악회의 지배인 장 르 그로를 알게 된 모차르트는 르 그로를 위해서 교향곡 31번 K.297과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297b를 작곡했다. 4개의 관악기를 독주악기로 하여 작곡한 이 곡은 르 그로의 의도적인 불성실함 때문에 연주되지 못했다. 당시 조반니 마리아 캄비니라는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과 모차르트의 작품이 나란히 연주되어 서로 비교되는 상황을 우려해 르 그로에게 연주를 하지 말라고 로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화가 난 모차르트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장르에 대한 관심을 지워버렸다고 한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는 모차르트가 남긴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두 번째 작품으로, 만하임-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지 반년 정도 지난 1779년 여름에 작곡되었다.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도중 모차르트는 1778년 11월에 들른 만하임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D장조, 1779년 가을에는 E플랫장조의 자매편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A장조를 작곡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들의 작업을 많이 진척시켰지만 끝내 완성하지 않고 포기하고 만다. 남겨진 단편들을 보면 완성작이 뛰어났으리라 짐작되는 만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가 완성에 이르렀기에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모차르트의 기념상.
만하임 악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
소개하는 이 작품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라는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모차르트가 체재했던 독일 만하임과 파리의 음악 양식으로부터 흡수한 독특한 영향을 보여준다. 도입부의 팡파르, 첫 번째 투티가 끝나는 부분에서 연장된 크레셴도, 비올라를 분리 사용하여 풍부해진 악기 구성 등은 당시 만하임 악파의 특징이다. 1악장 첫 주제는 만하임 악파의 작곡가 카를 슈타미츠의 주제와 유사하며 장대한 크레셴도도 사용된다. 여행에서 습득한 여러 가지 요소들은 완전히 모차르트의 어법에 동화되고 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두드러지지만 외면적인 화려함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지 않으며, 관현악도 단순히 반주로만 처리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관악기 역시 다이내믹하게 활용되며 비올라는 부분 파트로 나뉘어 연주된다.
또한 처음 두 개의 악장에서는 모차르트가 인간적으로 성숙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수성과 진지한 표현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협주곡이라는 장르가 맡고 있었던 기능인 사교적 가벼움이나 관능적 느낌과 같은 여흥적 요소는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음악적 요소들이 교향적인 통일성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그때까지 썼던 모든 협주곡과 협주 교향곡을 통틀어 정점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독주 비올라 파트는 D장조로 기보되어 있는데, 반음 높게 조율한 스코르다투라(scordatura, 변칙 조율)로 밝은 울림을 의도한 것이다. 1779년 여름이나 초가을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며, 초연의 기록은 없으나, 작곡 후 잘츠부르크에서 연주된 것으로 보인다. 두 명의 독주자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고 자필 악보의 스케치 일부가 파리에 개인소장으로 보관 중이다.
2010년 제5회 자그레브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에서의 연주실황입니다. 수잔나 요코 헨켈(1975~ )은 일본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2006년 8월 내한 공연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것밖에 알려져 있지 않은 젊은 비올리스트 막심 리사코프에 대해서는 2012.09.06 런던에서 있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블루앤드화이트 페스티발’ 개막식에 참가하여 자선 연주를 했다는 기사가 있군요.~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제시부는 관현악 제시부와 독주 제시부 두 개로 이루어지며 각각 다른 주제로 구성된다. 투티로 연주되는 제1주제는 마에스토소(당당한, 위엄 있는)의 성격을 지니고, 제2주제는 호른과 오보에가 번갈아 노래하며 바이올린이 피치카토를 덧붙여 진행되는데 유유자적하는 미학이 있다. 만하임 악파적인 크레셴도가 높이 상승하여 정점에 도달하면 싱커페이션과 트릴 음형에 의한 강력한 코다로 들어간다.
코다에서 점차 강렬함이 사라지면서 독주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옥타브로 화려하게 등장하여 제2제시부를 이룬다. 관현악이 제1주제를 암시하는 데 그치고 두 대의 독주악기가 칸타빌레적인 경과구, 새로운 제2주제를 번갈아 노래한다. 발전부는 독주 바이올린이 레치타티보 풍의 독백으로 시작해 비올라가 되풀이한 후 두 악기가 빠른 패시지를 주고받으며 나아간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의 주요 주제 요소를 간결하게 재구성하며 제시부와 반대로 선율은 비올라에서 먼저 나오고 바이올린이 그것을 받는다. 코다에 카덴차가 있다.
2악장: 안단테
도입부부터 우수와 슬픔의 깊이가 상당하여 놀라움을 안겨준다. 관현악이 약하게 연주하는 인상적인 서주에 이어 독주 바이올린이 흐느끼듯 제1주제를 노래하며, 비올라가 옥타브 밑에서 되풀이한다. 제2주제는 두 악기가 서로를 위로하는 듯한 대화로 이루어지며, 이윽고 두 악기가 서로 얽히듯 나아가는 카논이 코다를 이끈다. 발전부 없이 직접 재현부로 들어가는데 제1주제는 먼저 E플랫장조로 연주된다. 두 주제 모두 조옮김 수법으로 발전하며 제시부의 단순한 반복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두 악기가 격하게 주고받는 카덴차로 이어지며, 서주의 변주로 조용히 악장을 마친다.
3악장: 프레스토
협주곡의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확실하게 표방하고 있다. 충실한 두 개 악장 뒤에 나타나는 악상의 밝고 편안함은 어찌 보면 당돌한 느낌마저 준다. 매우 변칙적인 론도 형식으로 씌어졌지만 복잡함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쾌활한 선율이 계속 나오며 어떤 긴장이나 흥분도 일으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주제를 모두 독주악기가 연주하고 나서 세 번째의 론도 주제로 돌아와 독주악기가 카덴차 풍으로 연주하는 매우 긴 코다로 화려하게 곡을 마친다.
추천음반
소개하는 음반들 가운데 연대기 순으로 가장 앞서는 발터 바릴리(바이올린)/파울 독토르(비올라)/펠릭스 프로하스카(지휘)/빈 슈타츠호퍼 오케스트라(1951, 웨스트민스터) 녹음은 고전적인 전아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야샤 하이페츠(바이올린)/윌리엄 프림로즈(비올라)/아이즐러 솔로몬(지휘)/RCA 빅터 오케스트라(1956, RCA) 음반에서는 하이페츠의 능수능란한 리드가 돋보이는 가운데 일사천리로 어려움 없이 내딛는 오케스트라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차크 펄만(바이올린)/핑커스 주커만(비올라)/주빈 메타(지휘)/이스라엘 필(1982, DG) 실황은 디지털 시대의 대표 음반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다. 화사하고 따뜻한 펄만과 힘찬 주커만이 뜨거운 연주를 펼치는 메타의 지휘와 함께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연주 중에서는 줄리아노 카르미뇰라(바이올린)/다누샤 바스키에비치(비올라)/클라우디오 아바도/오케스트라 모차르트(2007, 아르히프)를 추천한다. 카르미뇰라의 신선하고도 흡인력 있는 바이올린과 바스키에비치의 충실한 비올라, 볼로냐의 오케스트라 모차르트를 지휘하는 아바도의 회춘한 듯 젊은 열정은 음반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오랫동안 향기를 잃지 않을 것 같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