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세상
― 권선옥(1951∼ )
모처럼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면서
집 구경만 하고 결국 그냥 돌아왔다
이십 년 넘게 아내를 직장생활을 시키고서도
번듯한 서울집 한 채 살 수 없는 나의 형편,
잠이 든 아들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능한 아비의 자식이 가엾어진다
그놈의 서울만 갔다 오면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잘못 살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때, 거실 바닥에 떨어지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청개구리 한 마리
옹색한 내 집에 먹을 것을 찾아 왔구나
휴지에 싸서 창밖으로 던지니 몸부림친다
가볍고 부드러운 휴지를 떼어내지 못하면서도
용케 세상을 사는구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70113/82355359/1#csidx715e30aa990fc4bbba143fde72579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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