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장의 또 다른 효과는 기술 발전으로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하는 것이다. 고속버스·지하철과 같은 교통의 발전, 냉장고, 휴대전화, 인터넷, 심지어 두루마기 화장지 같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은 생활의 편리함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심화, 상대적 빈곤 악화, 일자리 기회 불평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80년대 이후 많은 국가에서 소득과 부의 분배가 악화됐음을 보여주고 높은 자본수익률과 부의 세습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다른 연구들은 소득 격차가 심해진 중요한 원인으로 숙련 노동자에게 유리한 기술 발전, 국제 무역과 분업의 확대를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 분배의 개선도 원인에 따라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조세제도 개혁과 복지 지출의 점진적 확대로 결과의 공평한 분배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경제성장과 혁신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제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생산성과 기술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 수출산업의 구조 조정, 혁신 중소기업 지원, 과학기술 인력 양성, 교육제도와 노동시장 개혁이 모두 중요하다. 서비스업의 규제 개혁으로 좋은 일자리와 창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
만일 분배의 공정성만 중요시하고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을 소홀히 한다면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저성장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보듯이 한번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는 재도약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경제가 이룬 모든 성과의 바탕에서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착한 식당’이라고 해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