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헨리 조지의 지대만 중요한가
이익집단 지대추구 행위부터 막아야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이 더 볼 만할 때가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특사 파견을 강조해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의 지대개혁론(地代改革論)도 의미심장했다. 그는 1950년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농림부 장관의 농지개혁을 성공사례로 거론하며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는 ‘지대 추구’의 특권이 존재한다”고 일갈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임대료 관리 정책으로 ‘지대의 고삐’를 틀어쥐어야 한다고도 했다. 지대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봤던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도 거론했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의 이론적 뿌리로 집중 조명됐던 바로 그 사람이다.
헨리 조지(1839~1897)는 13세에 학교를 떠나 금광업자·선원·인쇄공·언론인 등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일가를 이뤘다. 1879년에 나온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은 그때까지 나온 어떤 경제학 교과서보다 많이 팔렸다. 그는 단지 좋은 위치에 토지가 있다는 행운 하나로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에 분노했다. 땅 주인들이 불공평하게 더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노동자와 기업가가 희생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지대를 몽땅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지대조세’였다. 지대조세만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어 소득세 등의 다른 세금은 모두 철폐하자는 주장이어서 단일세로 불리기도 한다.
헨리 조지도 21세기 한국의 국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명예롭게 거론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여당 대표의 지대개혁론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으로 가기 위한 군불 때기라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고 재산세 같은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수긍한다. 다만 납세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정교하게 따지는 게 관건이다. 원론 찬성, 각론 반대는 모두 여기에서 갈린다.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19세기 헨리 조지의 지대가 아니다. 지대는 토지 공급이 제한돼 생긴다. 마찬가지로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누려야 할 것보다 넘치게 누리는 이들이 어디 지주뿐일까. 정부 규제에 기대거나 이익집단의 제 몫 챙기기 덕분에 진입장벽을 높이 세워놓고 그 안에서 경쟁 없이 누리는 이득이야말로 문제 삼아야 할 ‘경제적 지대’다. 소비자가 원하는 원격진료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왜 10년간 시범사업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야 하나. 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다. 면허나 자격증이 필요한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인뿐만 아니라 ‘○○협회’ 등의 이름이 붙은 사업자단체들,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관심이 없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 등이 모두 저마다의 지대를 향유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앤 크루거는 공급을 쥐락펴락하며 경쟁을 축소시키고 시장을 왜곡하는 행태를 ‘지대추구 행위’로 개념화했다.
지대추구 행위를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유인·보상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지대를 낮춰 나가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만 따질 게 아니다. 대외개방을 국내 기득권자나 이익집단의 지대를 낮추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기득권자의
헨리 조지(1839~1897)는 13세에 학교를 떠나 금광업자·선원·인쇄공·언론인 등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일가를 이뤘다. 1879년에 나온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은 그때까지 나온 어떤 경제학 교과서보다 많이 팔렸다. 그는 단지 좋은 위치에 토지가 있다는 행운 하나로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에 분노했다. 땅 주인들이 불공평하게 더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노동자와 기업가가 희생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지대를 몽땅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지대조세’였다. 지대조세만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어 소득세 등의 다른 세금은 모두 철폐하자는 주장이어서 단일세로 불리기도 한다.
헨리 조지도 21세기 한국의 국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명예롭게 거론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여당 대표의 지대개혁론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으로 가기 위한 군불 때기라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고 재산세 같은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수긍한다. 다만 납세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정교하게 따지는 게 관건이다. 원론 찬성, 각론 반대는 모두 여기에서 갈린다.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19세기 헨리 조지의 지대가 아니다. 지대는 토지 공급이 제한돼 생긴다. 마찬가지로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누려야 할 것보다 넘치게 누리는 이들이 어디 지주뿐일까. 정부 규제에 기대거나 이익집단의 제 몫 챙기기 덕분에 진입장벽을 높이 세워놓고 그 안에서 경쟁 없이 누리는 이득이야말로 문제 삼아야 할 ‘경제적 지대’다. 소비자가 원하는 원격진료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왜 10년간 시범사업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야 하나. 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다. 면허나 자격증이 필요한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인뿐만 아니라 ‘○○협회’ 등의 이름이 붙은 사업자단체들,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관심이 없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 등이 모두 저마다의 지대를 향유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앤 크루거는 공급을 쥐락펴락하며 경쟁을 축소시키고 시장을 왜곡하는 행태를 ‘지대추구 행위’로 개념화했다.
지대추구 행위를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유인·보상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지대를 낮춰 나가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만 따질 게 아니다. 대외개방을 국내 기득권자나 이익집단의 지대를 낮추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기득권자의
삶이 더 피곤해지더라도 그게 우리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볼링의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는 ‘킹핀’을 놓치고 정치권이 헤매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사령탑의 중요한 책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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