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에드바르 그리그

Grieg- String Quartet in G minor Op.27 No.1

Bawoo 2017. 11. 14. 21:36

Grieg


 String Quartet in G minor Op.27 No.1

이 곡은 노르웨이 전통음악 요소를 살려낸 그리그의 유일한 4중주이다.



                                                       

오선보에 그린 세밀화

노르웨이의 정서를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는 예술가곡과 피아노 소품을 주로 작곡한 그리그는 종종 세밀화 화가에 비유되곤 한다. 전통적인 양식으로는 작곡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곡은 현악 4중주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노르웨이 춤곡 리듬을 효과적으로 살려냈으며 〈노르웨이 4중주곡〉 혹은 〈바이킹 g단조〉로도 불린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노르웨이의 레이네


유일한 현악 4중주

이 작품은 그리그의 현악 4중주로는 유일한 작품이다. 그는 다른 두 편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하려 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첫 번째 d단조 작품은 콘서바토리 재학 중 스승이었던 칼 라이네케(Carl Reinecke)의 권고로 시도했지만 소실되었고 세 번째 F장조 작품은 미완성으로 두 악장만 남아있다. g단조 op.27을 완성한 1878년에는 그의 나이 35세였다. 이 무렵의 그리그는 작은 규모의 작품을 작곡하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4악장의 현악 4중주 작곡은 그에게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그 자신도 ‘좀 더 넓고, 하늘로 치솟으며, 무엇보다 악기들의 공명을 극대화 시키는 작품’을 작곡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오늘날 차이콥스키, 브람스, 보로딘,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와 함께 19세기 후반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헤크만(Robert Heckmann)에게 헌정되었고 그가 이끄는 현악 4중주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헤크만


출판사의 엇갈린 판단

리스트는 이 작품에 대해 “현악 4중주 장르에서 이토록 나를 사로잡은 작품이 얼마만인지..”라며 극찬하였고, 그리그도 이 작품을 자기 생애의 일부분과도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그리그는 자신이 선호하던 당시 유명 출판사 페터스에 출판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그는 현악기로만 이루어진 4중주 편성이 음색의 대비가 약하기 때문에 음을 풍부하게 내는 방법으로 두 줄 이상의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더블 스톱(중음)을 즐겨 쓰곤 했는데, 이 곡의 포르티시모 부분에서 여러 악기가 동시에 더블 스톱 주법을 사용하게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더블 스톱 주법이 많은 곡은 피아노 4중주나 5중주로 다시 쓰여야 한다며 거절했던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의 의견과는 달리, 이 작품은 초연 이후 크게 성공을 누리게 되었다. 그리그는 더블 스톱 주법은 화려함을 위해서가 아닌 각 악기의 생생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함이라 주장했고, 오케스트라와 같이 풍성한 음향은 그가 사랑했던 노르웨이 악기 하당게르 피들의 음색과 닮아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성공 이후, 페터스 출판사는 결국 그리그의 작품을 기꺼이 출판하게 되었다.


춤추는 현악 4중주

그리그는 음악의 서정 시인답게, 현악 4중주의 고전적 틀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 곡의 주제 선율은 입센의 시에 노래를 붙인 자신의 가곡 “음유시인의 노래”에서 인용하였다. 이 선율은 전 악장에 걸쳐 나타나며 곡에 통일감을 더한다. 당시에 리스트, 프랑크, 드뷔시 등도 이런 방식의 순환작법을 즐겨 사용하였는데, 이 곡은 특히 주제선율의 반복이 더 많고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현악 4중주의 고전적 특징인 네 악기 간의 대화, 즉 복잡하게 얽힌 짜임새보다는 동시에 울리는 수직적인 울림, 즉 화성, 리듬, 음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그리그의 작품 특색은 10년 뒤 드뷔시의 4중주 작곡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전 악장에 걸쳐 점점 고조되는 춤 리듬의 흥겨움이야말로 그리그 〈현악 4중주〉의 매력이다.

1악장은 주제 선율의 비통함을 표현한 느린 서주로 시작하며, 서주가 끝난 뒤 알레그로 몰토로 이어지며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생동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악장은 부드럽게 앞뒤로 흔들거리는 왈츠 리듬으로 시작한다. 밝고 서정적인 부분과 흐리고 열정적인 부분이 번갈아 나오는 것은 후기 베토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3악장에 이르러 춤 리듬이 점점 고조되는데, 스케르초 풍의 인테르메조 악장으로 밤하늘 아래 자유로이 춤을 추는 작은 마을 축제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4악장에서 본격적으로 노르웨이 민속 무곡 리듬이 사용된다. 스프링댄스(springdans)와 홀러(haller) 리듬이 당김음이나 복합리듬으로 나타남은 물론, 중세 이탈리아의 춤곡 살타렐로(saltarello)의 겅중 겅중 뛰는 움직임도 사용해 생동감을 더한다.

노르웨이의 전통 민속춤


[글-석상아 /출처-클래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