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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x Mendelssohn -Calm Sea and Prosperous Voyage (Overture Meerestille und glückliche Fahrt) Op.27

Bawoo 2017. 12. 1. 22:00


Felix Mendelssohn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



Calm Sea and Prosperous Voyage

(Overture Meerestille und glückliche Fahrt) Op.27

[ 서곡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

멘델스존의 서곡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는 1828년에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괴테가 쓴 두 개의 시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하나의 악곡으로 구성한 것이다.




음악신동과 노시인의 만남

1821년, 멘델스존의 스승 카를 프리드리히 첼터는 12세의 멘델스존을 노시인 괴테에게 소개한다. 괴테는 이 어린 음악신동의 재능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이후 두 사람은 존경과 애정의 관계를 지속했다. 멘델스존은 이 만남 이후 괴테의 여러 시들에 음악을 붙였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연주회용 서곡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이다.

이 작품은 괴테가 쓴 두 개의 시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하나의 악곡으로 구성한 것이다. 괴테의 시 〈잔잔한 바다〉는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어려움에 처한 선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즐거운 항해〉는 어려움에 처한 항해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불어온 한 줄기 바람 덕분에 다시 재개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멘델스존은 이 두 개의 시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하여,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선원들이 결국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으로 결말을 변화시켰다.

12세의 멘델스존


멘델스존에게 대위법과 작곡 등을 가르쳤던 카를 프리드리히 첼터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쓴 괴테


형식과 표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멘델스존은 시의 내용에 따라 서곡을 두 부분으로 구성하면서, 두 개의 바다 그림을 병렬시킬 것을 의도했다. 그렇지만 이 두 개의 부분은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주제선율을 효과적으로 변형함으로써 두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서주에서 제시된 선율이 1주제와 2주제, 종결주제에서 동일한 리듬형태로 제시됨으로써, 템포의 대비 속에서도 일관성을 지니도록 연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멘델스존은, 기존의 소나타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표제적인 표현과 형식적인 구조 양면에서 완결성을 이루어냈다. 그는 소나타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표제적인 내용들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일례로, 멘델스존은 처음에는 제시부를 반복하도록 했지만, 개정판에서는 제시부의 반복을 삭제함으로써, 18세기 소나타형식에서 추구했던 제시부-재현부의 대칭성을 버리고 대신 시의 내용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처럼 시적 내용의 표현과 형식적 완결성을 함께 이루어냄으로써, 멘델스존은 동시대 작곡가들의 묘사적 음악작품과는 차별화된 경향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확대된 서주 - 잔잔한 바다

서곡의 전반부를 구성하는 〈잔잔한 바다〉 부분은 미동조차 없는 바다에 갇힌 선원들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멘델스존은 이 부분을 일반적인 규모보다 확장된 길이인 48마디의 서주로 표현하고 있다. 악보에 표기되어 있는 것처럼 〈잔잔한 바다〉(Meerstille) 부분은 느린 4/4박자와 절제된 다이내믹, 정적인 리듬 등으로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부분에서 바다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모티브는 일반적으로 물을 표현하는 음악적 모티브와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물을 표현하는 음악적 모티브는 펼침화음 형태나 아치형, 혹은 순환하는 형태로 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그러나 멘델스존은 정적인 리듬을 통해 움직임의 요소를 배제하였으며, 음악적 긴장감을 야기하는 단7도 도약 모티브를 반복함으로써 불안감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이 모티브가 암시하는 불안감은 서주의 후반부에서 플루트의 빠른 진행으로 해소된다. 플루트는 뒤이어 크레셴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마치 미동도 않았던 바다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음악은 순환적인 음형을 반복하면서 일반적인 형태의 ‘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동시에 8도 도약을 반복하면서 단7도 도약이 연출했던 긴장을 해소한다. 이처럼 멘델스존은 플루트라는 악기를 통해 어려움을 타개하고 항해를 재개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경과구는 점점 템포가 빨라지고 다이내믹이 점층 되면서 항해가 재개됨을 알린다.

〈고요한 바다 위 범선〉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그 모습을 멘델스존은 절제하여 표현한다.


변형된 소나타형식 - 즐거운 항해

서주에 이어지는 제시부는 호른과 목관악기가 크레셴도의 팡파르 음형을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이에 가세하여 현악성부가 빠른 음형을 제시함으로써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 갇혀 있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한다.

이어지는 음악적 진행은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조적 완결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은 확대된 서주와 함께 코다에서도 약간의 변형을 가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내러티브를 표현하고 있다.

멘델스존은 코다에서 제시의 도입에서 등장한 팡파르 음형을 반복한다. 알레그로 마에스토소로 시작되는 코다는 금관성부가 연주하는 팡파르와 대포소리를 연상시키는 팀파니로 바다와의 싸움을 이겨낸 승리의 기쁨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팡파르에 이어지는 코다의 진행은 이러한 결말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코다의 반전 - 내러티브의 재구성

코다의 도입부에서 사용된 팡파르에 이어서 서주의 음형이 반복되면서 앞서 보여준 승리의 의미를 재고해 보게끔 한다. 정적인 리듬과 지연음이 다시 등장하고, 이는 서주의 진행을 떠올리게 한다. 이로써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가운데 고립된 선원들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또한 변격종지로 인해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환희에 찬 결론을 약화시키면서 코다 부분의 환희가 주는 의미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종결은 이 곡에서 진행해 온 내러티브가 여전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시에 서주의 진행을 연상시킴으로써 다시금 고요한 바다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 〈즐거운 항해〉에서의 환희가 주는 인상이 반감되고 있으며 음악적으로 계속 순환되는 느낌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요한 바다〉 부분이 시에서 묘사하는 공포를 음악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모호한 결말에 또 다른 의미를 암시한다. 즉 시가 묘사하는 공포가 현실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두 편의 시가 그리고 있는 공포와 환희는 하나의 환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나타나는 순환적인 구조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바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선원을 그리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바다 위에 갇힌 배 안에서 죽어가는 선원이 꿈꾸는 항해를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코다는 마치 한 선원이 행복한 꿈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막스 뵘, 〈바다에서〉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