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클래식(Classic)★

Modest Mussorgsky - Tableaux d’une exposition(A Remembrance of Viktor Hartmann) 전람회의 그림

Bawoo 2018. 1. 2. 21:55

Modest Mussorgsky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


Tableaux d’une exposition(A Remembrance of Viktor Hartmann)

 (Pictures at an exhibition-전람회의 그림)

무소륵스키의 대표적인 기악곡으로 손꼽히는 〈전람회의 그림〉은 선율의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대담하고 강건한 표현과 고난이도의 기교로 이루어져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 중 하나로 꼽힌다. 다채롭고 신선한 음악을 통해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한껏 과시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현악 편성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여러 작곡가들이 이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했지만 화려한 색채감을 자아내는 라벨의 편곡이 가장 자주 연주된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음악

이 작품은 1873년 39세의 나이로 갑자기 요절한 화가 하르트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무소륵스키는 1870년경 평론가 블라디미르 스타소프(V. V. Stasov, 1824~1906)의 소개로 화가이자 조각가인 빅토르 하르트만을 만났고, 서로의 예술관을 나누면서 절친한 관계가 되었다. 혁신적인 예술가였던 하르트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당대의 진보적인 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하여 스타소프는 이듬해인 1784년, 하르트만의 작품 400여점을 모아 추모전시회를 기획했고, 무소륵스키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하르트만의 작품을 이 전시회에 기증하였다. 무소륵스키는 이 전시회를 관람한 뒤 그 인상을 담아 불과 6주 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빅토르 하르트만


스타소프


무소륵스키가 소재로 삼은 작품은 대부분 하르트만이 외국여행을 하며 그린 것으로,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의 정경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무소륵스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빠르게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1886년에야 출판되었다. 더욱이 이 때 출판된 것은 무소륵스키의 원본이 아니라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편곡한 것이었다. 원본이 출판된 것은 1975년으로, 원본은 무소륵스키 특유의 대담함과 거친 역동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무소륵스키가 스타소프에게 보낸 편지(1874)

〈전람회의 그림〉을 작곡하면서 그 과정을 적어 보냈다.


독특한 구성과 대담한 표현

프롬나드와 10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전람회의 그림〉은 독창적인 구성을 통해 전람회라는 공간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무소륵스키는 스스로를 관람자의 위치에 두고, 하르트만의 작품과 그 작품을 감상하는 자신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고 있다. 이 독특한 관점은 〈전람회의 그림〉을 시작하는 프롬나드 악장의 모티브로 각 악장을 연결하는 구성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된다. 각 악장들을 연결하는 세 개의 짧은 프롬나드 모티브는 분위기와 음색, 조성을 다채롭게 변화시킴으로써 다양성과 통일성을 함께 만들어내고, 첫 프롬나드와 마지막 프롬나드가 전체 악곡의 중심축이 된다.

〈전람회의 그림〉의 프롬나드 주제선율

러시아 민속 음악의 색채를 지니고 있다.

〈전람회의 그림〉은 이처럼 독특한 구성 속에서 대담하고 개성적인 표현을 보여준다. 무소륵스키는 시각적 모티브들을 생생한 음향으로 그리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이 다채로운 변화들은 전체 악곡의 서사구조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웅장한 〈프롬나드〉와 그로테스크한 〈난장이〉의 대비는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에서 하나로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 악곡을 정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품 구성

프롬나드(Promenade)

관람을 시작하는 무소륵스키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웅장하고 활기차게 시작된 음악은 종종 우수를 드리우며 떠나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5/4박자와 6/4박자가 교차되면서 관람자의 불규칙한 발걸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러시아 민요풍의 소박한 선율이 단순하지만 강건한 리듬과 함께 제시되면서 강한 인상을 주며 관람의 시작을 알린다.

1곡 ‘난장이’(Gnomus)

난장이의 뛰어다니는 모습을 그로테스크(grotesque)하게 묘사한 곡으로, 비틀거리며 뒤뚱대는 듯한 리듬과 잦은 휴지부, 대조적인 템포의 대비를 통해 난장이의 기괴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뒤이어 프롬나드 모티브가 부드럽게 제시된 뒤 2곡으로 이어진다.

2곡 ‘옛 성’(Il Vecchio Castello)

중세 시대의 고성 앞에서 노래하는 음유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 악곡으로 후반부의 더없이 감미롭고 우수 어린 선율이 인상적이다.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프롬나드 모티브가 제시된 뒤 3곡으로 이어진다.

3곡 ‘튈르리 궁,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Tuileries, Dispute d’Enfants après Jeux)

파리의 튈르리 궁 정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밝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이 경쾌한 음악에 이어 어지러운 악상이 제시되면서 투닥거리며 다투는 아이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아이들을 달래는 보모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상냥한 선율이 잠시 제시되지만 곧 어지러운 다툼이 반복된다. 3곡은 프롬나드 모티브 없이 바로 4곡으로 이어진다.

4곡 ‘비들로’(Bydlo)

큰 바퀴를 가진 폴란드의 소달구지인 비들로를 묘사한 이 곡은 무겁고 규칙적인 반주와 우울한 선율로 시작된다. 점차 음악이 강렬해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곧 사라지듯이 마무리된다. 뒤이어 보다 부드럽고 애상적인 프롬나드 모티브가 단조로 제시된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des Poussins leurs Coques)

하르트만이 디자인한 발레 〈트릴비〉의 의상을 보고 작곡한 곡으로, 불규칙한 리듬의 스케르초로 뒤뚱거리는 병아리의 모습을 귀엽고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트리오 부분에서는 높은 음역에서 독특한 트릴을 제시함으로써 병아리들의 울음소리를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프롬나드 모티브 없이 6곡으로 이어진다.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1871
6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뮐레’(Samuel Goldenberg et Schmuyle)

교만하고 뚱뚱한 부자 유태인 골덴베르크와 가련한 모습의 가난한 유대인 슈뮐레의 대조적인 모습이 효과적으로 대비되는 음악이다. 거만한 모습을 표현하는 리듬으로 구성된 ‘골덴베르크의 모티브’가 제시되고 이에 아첨하는 듯한 ‘슈뮐레의 모티브’가 이어진다. 그러나 슈뮐레의 아첨이 성에 차지 않은 듯, 고압적이고 난폭한 골덴베르크의 음악이 슈뮐레의 음악을 가차 없이 밀어내버린다. 뒤이어 웅장한 프롬나드 모티브가 제시되고 7곡으로 이어진다.

‘부유한 유태인’
‘가난한 유태인’
7곡 ‘리모주의 시장’(Limoges le Marché)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모주의 시장 풍경을 그리고 있다. 시장에 모인 여인들이 나누는 잡담과 말다툼을 빠른 16분음표의 스타카토 선율과 부산스러운 진행으로 절묘하게 묘사하였다.

8곡 ‘카타콤’(Catacombae)

이 곡은 하르트만이 등불을 들고 파리의 카타콤을 살펴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음산한 느낌의 느린 화음진행과 단편적인 선율로 어둡고 음울한 지하 묘지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화가 자신이 그림 속에 묘사되어 있는 하르트만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무소륵스키는 관람자와 관람하는 작품 사이의 거리를 없애버림으로써 관람자가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우울하고 불길한 느낌의 프롬나드 모티브가 단조로 제시된 뒤 9곡으로 이어진다.

카타콤
9곡 ‘바바 야가의 오두막집’(La cabane sur des pattes de poule, Baba-Yagá)

커다란 닭발이 달린 시계 모양의 오두막집을 그린 하르트만의 그림을 묘사한 음악으로, 이 오두막집은 슬라브 전설 속의 마녀 바바 야가의 집이다. 격렬한 음형이 음악을 시작한 뒤 변덕스럽고 기괴한 악상이 빗자루를 탄 마녀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다.

바바 야가의 오두막집
10곡 ‘키예프의 대문’(La grande Porte de Kieve)

프롬나드 없이 9곡에서 바로 이어지는 마지막 곡은 장엄하고 묵직한 주제로 시작된다. 이 주제를 반복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 뒤 갑자기 엄숙한 코랄 선율이 제시된다. 이 두 선율이 교차되는 가운데 프롬나드 모티브가 삽입되면서, 마치 관람자 자신이 키예프의 대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코다에서 첫 주제선율이 힘차고 장대하게 울려 퍼지며 전체 악곡을 마무리한다.

키예프의 대문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