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4중주(QUARET)

Leoš Janáček - String Quartet No. 2 "Intimate Letters"

Bawoo 2018. 1. 10. 22:18


Leoš Janáček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


 String Quartet No. 2 "Intimate Letters"  

야나체크는 1923년, ‘보헤미안 현악중주단’으로부터 두 편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현악 4중주 1번〉 완성 후 5년 후인 1928년 〈현악 4중주 2번 ‘비밀편지’〉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해 8월 세상을 떠나는데, 그로부터 한 달 뒤 ‘모라비안 4중주단’의 연주로 이 작품이 초연되었다.



운명적 사랑을 담아내다

야나체크는 이 두 번째 현악 4중주에서 카밀라 스토슬로바(Kamila Stösslová)와의 사랑을 담아내려 했다. 그는 63세에 접어든 1917년 여름, 어느 휴양지에서 25살의 매력적인 유부녀 카밀라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카밀라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그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변치 않고 그녀를 사랑했다. 그로부터 11년 동안 그는 카밀라에 대한 사랑을 놀라운 창작력과 비범한 독창성으로 증명하며 수많은 걸작을 쏟아내었다.

〈현악 4중주 2번 ‘비밀편지’〉는 두 사람이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들에 담긴 이야기를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그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의 밀어(蜜語)와 갈등, 감정의 분출을 담아냄으로써 열정적이고 강렬한 ‘음악 심리극’을 만들어냈다.

1917년의 카밀라 스토슬로바


독특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깊은 열정

야나체크는 〈현악 4중주 2번〉의 선율을 비올라 중심으로, 비올라는 사랑했던 여인 카밀라를 상징하는 악기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원래는 보다 낭만적인 의미, ‘사랑의 비올라’라는 뜻의 비올라 다모레(viola d’amore)를 쓰려고 했지만 작품의 텍스처와 구성을 비올라 다모레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비올라로 대체하였다. 〈현악 4중주 2번〉은 이전에 작곡한 〈현악 4중주 1번〉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작품이다. 〈현악 4중주 1번〉보다 표제적인 성격은 약하지만, 보다 풍부한 음색과 사랑스러운 선율을 통해 깊은 열정을 표현하고 있고, 기교적인 면에서도 훨씬 난해하지만, 비올라의 따뜻한 음색으로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점, 또한 기본적으로는 조성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조성’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종결부분은 야나체크가 선호하던 D장조 화음을 6차례 반복하면서 끝맺지만, 여기에 E화음이 덧붙여지면서 불협화음을 이룬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템포 역시 특징적이다.

1악장 ‘안단테’

첼로가 트릴로 B음을 지속하는 동안 두 대의 바이올린이 날카로운 화음을 연주하며 악장을 시작한다. 뒤이어 세 대의 악기가 모두 침묵하는 동안 비올라가 주제선율을 연주한다. 세 개의 현악성부와 비올라가 서로 번갈아 제시되다가, ‘템포가 빨라지면서’(con moto) 바이올린이 음악을 이끌어간다. 템포가 더욱 ‘빨라지고’(allegro) 16분음표 리듬을 지속하는 비올라의 반주 위에서 바이올린이 선율을 연주한다. 이윽고 분위기가 ‘보다 느리고 차분해지면’(meno mosso)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서로 주고받다가 점차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한다.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아다지오로 분위기가 전환된 뒤 다시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며 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 ‘아다지오 – 비바체’

비올라가 풍부한 표정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되고 곧이어 바이올린이 이를 반복한다. 우아하고 유려한 선율이 이어지다가 템포가 빨라지면서 주제선율이 민요적인 색채를 띠며 열정을 더해간다.

3악장 ‘모데라토 – 안단테 – 아다지오’

9/8박자의 민속춤곡풍의 음악이 전개된다. 네 개의 악기가 동일한 리듬으로 소박한 선율을 차분하게 연주한다. 중간부분에서는 비올라가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첼로와 주고받으며 음악을 이끌어간다. 후반부에서 갑자기 바이올린의 격정적인 선율이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다시금 고요해졌다가 마지막 단말마(斷末魔)와 같은 바이올린의 통렬한 선율로 악장이 마무리된다.

4악장 ‘알레그로 – 안단테 – 아다지오’

바이올린이 스타카토의 날카로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악장을 시작한다. 뒤이어 레가토의 애수어린 선율이 연주된다. 다시 알레그로로 빨라지면서 독특한 리듬과 악센트의 선율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3/2박자로 변화하면서 우아한 춤곡을 연출한다. 아다지오 부분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트릴과 함께 깊은 울림의 비올라 선율이 더없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다시금 알레그로로 돌아와 독특한 리듬의 선율을 반복하면서 악장을 마무리한다.

야나체크의 무덤


[글 - 이은진 / 출처-클래식 백과  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