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 Symphony No. 10 "Adagio"

Bawoo 2018. 1. 11. 21:50

Gustav Mahler

구스타프 말러(1860~1911)


 Symphony No. 10 "Adagio"

〈교향곡 10번〉은 미완성곡으로 아내 알마의 외도로 극심한 절망감에 쌓여 있을 때 작곡되었다. 1악장 이외 나머지 악장은 불완전한 상태였지만, 말러의 악보를 파기하라는 유언에도 불구하고 알마의 주도로 여러 작곡가에 의해 완성되었다. 현재는 데릭 쿡의 판본이 가장 많이 연주된다.



말러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미)완성된 교향곡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은 1911년 말러가 사망한 뒤 미완성인 채 발견되었다. 다섯 개의 악장에 대한 구상이 기록되어 있는 악보였지만 첫 악장 외에는 연주가 불가능할 만큼 불완전한 형태였다. 말러는 1910년 여름 이후 작곡에 집중하지 못했고, 〈교향곡 10번〉의 악보를 파기하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아내 알마는 남편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둘째딸의 남편 크셰넥에게 ‘연주용 악보’를 만들 것을 종용했고, 말러의 추종자였던 알반 베르크도 이에 동참하여 1악장과 3악장이 대중에게 발표되었다. 이후 수년간 이 미완성 교향곡은 기억 속에 묻혀 있다가,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데릭 쿡을 필두로 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재개되었다. 가장 먼저 5악장의 연주용 악보를 마무리한 데릭 쿡의 판본은 그러나 알마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금 묻힐 위기에 처했다. 수년간의 협상과 우여곡절 끝에 이 판본은 알마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다른 음악가들의 작업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말러 애호가들은 말러의 작품을 다른 사람이 완성한다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데릭 쿡의 판본이 가장 자주 연주된다.

알반 베르크(Alban Berg)는 말러의 추종자로 미완성된 교향곡 10번을 완성하는 데 참여하였다.


이 마지막 작품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크나큰 불행을 겪게 된 말러의 고통과 절규가 절절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1910년 여름, 말러는 남부 티롤 지방에서 〈교향곡 10번〉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고 알마는 그라츠 지역의 온천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알마는 젊은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삼자대면을 하기에 이른다. 절망한 말러는 모든 것을 알마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고, 알마는 당분간 남편의 곁에 머무르기로 한다. 그러나 말러는 이후 아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더 이상 작곡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노이로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저명한 정신분석가 프로이트를 찾아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처럼 깊은 절망과 불안감은 그가 〈교향곡 10번〉의 자필악보 곳곳에 남긴 알마를 향한 절규로 드러나 있다.

1918년, 알마와 그로피우스, 그들의 딸 마농

말러는 알마의 외도로 깊은 절망감을 안게 된다.


악장 구성

1악장 느리게-아주 느리게(Andante-Adagio)

느리고 장대한 1악장은 비올라의 쓸쓸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중세의 평성가를 연상시키는 완전한 단선율 음악은 풍부한 화성의 칸타빌레 주제로 이어진다. 폭넓은 음역으로 깊은 표현을 전달하는 이 장엄한 선율은 엄숙하고 겸허하게 고통을 받아들이는 느낌을 준다. 반음계와 불협화음들이 연속적으로 제시되다가, 악마적인 느낌의 스케르찬도(scherzando) 주제가 등장한다. 피치카토 반주와 조롱하는 듯한 트릴로 이루어진 이 스케르찬도 선율은 삶을 냉소하는 듯한 기괴한 느낌을 자아낸다.

세 개의 선율이 론도 형식처럼 전개되다가 갑자기 오케스트라 총주가 폭발적으로 코랄 선율을 연주한다. 이 충격적인 코랄에 이어 음악은 점점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마침내 9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불협화음을 절규하듯 연주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뒤이어 트럼펫이 알마를 상징하는 A음을 비명처럼 길게 연주하면서 극도의 고통을 토로한다. 이 고통과 좌절의 순간은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 평화롭게 해소된다. 칸타빌레 주제가 제1바이올린에서 연주되고 기괴한 느낌을 주던 스케르찬도 주제도 이제는 서정적인 느낌으로 연주되면서 고요하게 악장이 종결된다.

뭉크, 〈불안〉, 1894

〈교향곡 10번〉은 비올라, 트럼펫의 음색과 선율이 말러의 불안함과 쓸쓸함을 표현한다.

2악장 스케르초(Scherzo)

호른이 주제선율을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되고, 오보에가 이를 받아 다시 반복한다. 한 마디 단위로 변덕스럽게 바뀌는 박자와 불규칙적인 리듬이 복잡한 대위법적 텍스처와 결합되면서 독특한 풍자를 만들어낸다. 뒤이어 첼로가 두 번째 주제선율을 연주하는데, 사실상 1주제를 장조로 바꾸어 연주한 것으로, 제2주제라기보다는 제1주제와의 장단조 대비를 연출하는 역할을 한다. 트리오 부분에서는 변화무쌍한 변박을 제시했던 스케르초 부분과는 대조적으로 안정된 3/4박자의 렌틀러를 제시한다. 목가적인 렌틀러 선율은 점차 제1주제, 첼로 주제와 어우러지면서 혼란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나 이 모든 풍자와 혼란은 호른의 힘찬 울림으로 시작되는 코다에서 거대한 스트레토를 연출하면서, 삶에 대한 긍정으로 마무리된다. 미완성으로 남은 말러의 스케치만으로도 그의 대위기법이 완벽에 가까운 원숙함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는 악장이다.

3악장 연옥, 보통 빠르게(Purgatorio-Allegretto moderato)

짧은 길이의 3악장은 말러가 자필 악보에 ‘연옥 혹은 지옥’이라고 기재한 것 때문에 ‘연옥’ 악장으로 불리며, 가장 미완성된 형태로 남은 악장이다. 16분음표의 무궁동 리듬이 흐르면서 신비롭게 악장이 시작된 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의 살로메 모티브와 유사한 주제선율이 제시된다. ‘신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등 말러의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한 글귀들이 악보 곳곳에 남아 있다. 3악장은 탐탐의 공허한 울림으로 종결된다.

4악장 스케르초(Scherzo)

“악마가 나와 함께 춤춘다.”(The Devil dances with me)로 시작되는 광기어린 구절이 갈겨져 있는 4악장은 이 구절만큼이나 악령에 사로잡힌 듯한 그로테스크한 춤곡을 펼쳐 보인다. 악마적인 느낌의 렌틀러(Ländler) 주제가 제시되고, 뒤이어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듯한 통속적인 느낌의 왈츠 주제가 제시된다. 이에 이어지는 선율은 광란에 사로잡힌 듯한 그로테스크한 왈츠 주제이다. 이 세 개의 주제가 반복하여 등장하면서 서로를 침범하고 갉아먹으며 난폭한 음악이 전개된다. 일대 혼란이 벌어지던 중 갑자기 황량한 선율이 연주된다. 이 선율은 〈대지의 노래〉 1악장에서 가져온 선율로, 삶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트리오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왈츠가 다시 등장하고,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정체된 음향을 지속하면서 동양풍의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다시 한 번 악마적인 왈츠가 반복된 뒤 코다가 시작된다. 이제까지의 불안정한 느낌을 해소하려는 듯 안정적인 조성을 확립한 뒤, 마지막에는 타악기와 더블베이스만이 남아 연주한다. 마지막으로 소음한 베이스드럼(머플드 드럼)이 깊은 인상을 주는 타격을 제시한다.

“악마가 나와 함께 춤춘다.” 4악장에 적힌 구절은 곡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5악장

마지막 악장은 교향곡의 피날레라기보다는 하나의 완결된 교향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서사적인 진행이 두드러지는 악장이다. 4악장의 머플드 베이스드럼을 이어받아 육중한 북소리로 시작되는 5악장은, 무겁고 느린 장례음악으로 이어진다. 뒤이어 플루트가 청아한 칸틸레나 선율을 연주한다. 투명한 텍스처가 플루트의 음색과 어우러져 더없이 영롱한 느낌을 자아낸다. 바이올린이 두 번째 칸틸레나 선율을 연주하고, 두 개의 칸틸레나 선율이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을 묘사하듯 교대로 등장한다. 다시금 머플드 드럼의 타격과 장례음악이 반복되면서 첫 번째 부분이 마무리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템포가 빨라지면서 3악장의 그로테스크한 혼란을 재현한다. 현악성부는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시키며 갈등과 투쟁의 장면을 공포스럽게 그린다. 여기에 1악장에서 제시되었던 9개의 음으로 된 충격적인 불협화음이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음악은 끝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혼란과 투쟁이 평화로운 안식으로 귀결된다. 다시 느린 템포로 돌아와 감미로운 두 개의 칸틸레나 선율이 달콤한 사랑의 장면을 그린다. 마침내 음악은 사랑에 취한 듯 황홀한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코다로 들어선다. 말러는 이 최후의 코다에서 ‘그대를 위해 살고 그대를 위해 죽으리’라는 문구를 남기고 있어, 자신을 배신한 아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알마에게 바친 사랑의 음악인 교향곡 5번의 아다지에토 선율을 연상시키는 선율을 제시한다. 이 동경에 찬 선율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말러는 아내의 애칭인 ‘알므쉬!’라는 문구를 기재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알마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글- 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