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 2번(Mendelssohn, Piano Concerto No.1 & No.2)
Bawoo2014. 1. 28. 21:56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1 & No.2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 2번
Felix Mendelssohn
1809-1847
Rudolf Serkin, piano
Eugene Ormandy, conductor
Philadelphia Orchestra
Broadwood Hotel, Philadelphia
1959.12.19
Rudolf Serkin -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1 in G minor Op.25
펠릭스 멘델스존. 정식 이름은 야콥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이다. 19세기 고전주의의 마지막과 낭만주의의 시작을 잇는 가교로 평가받는 그는 탄생 20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다.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하여 제목으로도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몰아치는 폭풍을 수채화 톤으로 담아낸 <핑갈의 동굴> ‘서곡’, 천재성으로 가득 차 있는 <한여름 밤의 꿈> ‘서곡’과 ‘결혼 행진곡’, 따스한 온기가 충만해 있는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멘델스존이 남긴 아름다운 멜로디는 앞으로도 우리의 귓가를 맴돌며 영원한 생명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유명한 멜로디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내용, 풍부한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유머로 두 세기를 넘어 음악 대중들을 매료시켜 온 멘델스존의 음악은 그 위상이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고, 10대에 이미 거장으로 숭배 받았으며, 요절한 이후에는 전설로 평가받았던 작곡가였던 만큼 모차르트에 비견할 수 있을 만한 유일무이한 신동이었다.
천재적인 관현악법, 세련된 낭만주의 신사
사춘기 무렵에 이미 천사로부터 엿들은 선율을 옮겨놓은 듯한 음악을 작곡했던 멘델스존은 20세기 초반 명지휘자들과 명작곡가들로부터 거의 신적인 존재로 대접받았다.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가 저서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서 멘델스존에게 보낸 찬사를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12세 천재소년 멘델스존의 모습.
음악 외에도 승마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언어, 역사, 수학, 천문학, 건축,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델스존은 동일한 천재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멘델스존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해로 흐르는 강도 근원지가 있듯이, 그의 넘쳐나는 천재성에도 분명 출발점이 존재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바흐를 재발견한 지휘자 역할도 분명 무시할 수 없겠지만,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서의 멘델스존의 가치는 지금까지도 덜 조명 받고 있다. 물론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이 펠릭스보다 피아니스트로서 좀 더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최초의 음악적 스승은 풍부한 음악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였다. 이후 7살 때부터 파리로 옮겨오면서 베토벤이 선호했던 피아니스트 마리 비고(Marie Bigot)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이후 베를린으로 돌아온 뒤 각 분야의 탁월한 스승들로부터 작곡, 화성, 바이올린, 그리스어, 피아노를 배워 나갔다. 1818년 10월 28일, 9살의 멘델스존은 피아니스트로서 첫 공개연주회를 가졌고 1819년에는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이후 1821년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와의 만남과 바이마르에서 괴테와의 만남을 가진 멘델스존은 일종의 내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었고, 자신의 집에서 열었던 일요음악회에서 보다 풍부한 감수성과 정교해진 테크닉으로 교향곡과 모테트, 피아노 작품, 가곡 등을 작곡, 연주, 지휘하며 독일 내의 모든 예술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은 이 무렵부터 자신의 악기였던 피아노를 위해 많은 수의 협주곡을 작곡했지만, 이러한 사실조차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의 것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자주 연주되고 널리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유독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멘델스존의 신격화가 극도에 달했던 20세기 초반에도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이는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탁월한 기법과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들 협주곡에 멘델스존의 음악정신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 레퍼토리는 물론 레코딩에서도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원형
멘델스존은 출판된 버전으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1830년부터 31년 사이 작곡한 1번 협주곡 G단조 Op.25와 1837년에 작곡한 2번 협주곡 D단조 Op.40이 그것이다. 멘델스존의 짧은 생애 가운데 중기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피아노 협주곡이 더 존재한다. 10대 무렵인 1823년과 24년, 누이인 파니와 함께 연주하고자 작곡한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E장조와 Ab장조 두 곡을 작곡했고, 1822년에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협주곡 A단조가 뒤늦게 악보가 발견되었다. 이들 작품은 마이너 레이블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레코딩되어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는데, 다들 화려한 로코코 풍의, 어딘지 모차르트 초기 피아노 작품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멘델스존에 사용하던 음악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멘델스존이 이끌어나갔던 일요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이 최소 두 개 이상 더 작곡되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정식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만큼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여기에 1838년에 작곡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와 ‘알레그로 지오코소 B단조’ Op43, ‘피아노, 바이올린, 현악을 위한 협주곡 D단조’까지 넓은 의미의 피아노 협주곡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 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에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정도면 멘델스존이 피아노 협주곡에 쏟아 부은 노력, 아니 피아노 협주곡이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장르였는지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낮은 평가를 받으며, 그 적합한 권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원형을 창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슈만이나 리스트의 협주곡이 보다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엄밀한 관점에서 이들은 협주곡, 즉 Concerto라는 고전 형식에 가깝다기보다는 랩소디(Rhapsody) 혹은 콘체르트슈투크(Konzertstuck)라는 새로운 형식을 연상시키곤 한다. 이에 비하면 멘델스존의 협주곡은 고전적 협주곡 양식을 바탕으로 낭만파 특유의 서정, 이 시대에 만개하게 된 피아노 기교주의를 완벽하게 결합했으며, 베버에 의해 제창된 낭만파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 양식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신은 후일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에 의해 고스란히 계승되었다.
한편 멘델스존의 피아노 솔로 작품들 또한 <무언가>, <론도 카프리치오소>, <엄격 변주곡>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작품목록 가운데 교회음악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 작품들의 음악적 위상은 대단히 높다. 그의 <세 개의 전주곡>과 <세 개의 연습곡> Op.104나 여러 변주곡들, 전주곡과 푸가와 같은 바로크 양식에 의한 작품들, <무언가>에 필적하는 새로운 형식인 <어린이를 위한 소품>(Kinderstucke)이나 <음악노트>(Albumblatt) 등은 대단히 혁신적인 동시에 지극히 낭만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아노 작품이 아직까지도 교육적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는 현상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장르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멘델스존이 그린 수채화 루체른 풍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림과 같은 따스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천재의, 천재에 의한, 천재를 위한
1번 협주곡과 2번 협주곡은 서로 상이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1번은 봄날의 꿈처럼 포근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이라면, 2번은 다소 어둡고 사색적이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듯한 작품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같이 음악적으로 성숙한 걸작을 생산한 1844년 이후, 즉 생의 마지막 시기에 피아노 협주곡을 다시 한 번 썼다면 과연 얼마나 훌륭한 걸작이 탄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멘델스존이 작곡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ㆍ형식적 완성도는 이미 완벽하기에 분명 발전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여기서 유추해본다면, 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이토록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낯선 완벽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Yuja Wang -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1 in G minor Op.25
Yuja Wang, piano
Kurt Masur, conductor
Verbier Festival Orchestra
Verbier Festival 2009
피아노 협주곡 1번 G단조 Op.25
1번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여러 협주곡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작품으로, 화려한 기교와 낭만적 열기를 충분히 갖춘 전형적인 낭만주의 협주곡이다. 1830년 이탈리아를 여행할 당시 이 작품을 쓰고자 마음먹었는데, 당시 교향곡 <종교개혁>을 발표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즉시 작곡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겨 1831년 10월에야 전곡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초연은 그 해 10월 17일 멘델스존의 연주와 지휘로 뮌헨에서 이루어졌다. 이 곡은 당시 젊은 여류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높이고 있던 델피네 톤 샤우로트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녀에 대한 로맨틱한 여운만이 숨어 있을 뿐 명확한 사랑의 증거는 확인할 수 없다.
모차르트의 E플랫 장조 협주곡 K271이나 베토벤의 4, 5번 협주곡처럼 피아노가 가장 먼저 노래를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2중 제시(double exposition)를 따르지 않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일하게 주제를 연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그리고 3악장이 연속해서 연주되며 1악장 주제가 3악장에서 다시 제시된다는 것, 카덴차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것 등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Lukáš Klánský -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2 in D minor Op.40
Lukáš Klánský, piano
Libor Pešek, conductor
Czech Chamber Philharmonic
Prague, 2009.04.22
피아노 협주곡 2번 D단조 Op.40
2번 협주곡은 1번 협주곡이 발표된 지 6년 후에 완성되었다. 결혼한 직후인 만큼 한층 성숙한 책임감이나 정신력을 반영하는 듯 시종 어둡고 사색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된 것은 영국의 버밍엄 음악제에 초청되어 오라토리오 <성 바울>을 지휘할 때였다. 제의를 받은 멘델스존은 즉시 작곡에 착수하여 빠른 속도로 전곡을 마무리했고, 1937년 9월 21일 영국 버밍엄 음악제의 일환으로 초연까지 이루어졌다. 이때도 멘델스존이 직접 연주하고 지휘하여 초연에 임했다.
한층 유기적으로 통합을 이룬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1번 협주곡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제가 다시 반복된다거나 끊임없이 기교성이 넘실거리는 것과 같은 점은 사라지고, 오히려 악장의 독립성과 관현악 파트의 역할이 강조되며 2악장에 아다지오 템포의 론도 형식을 도입하는 등 한층 신선한 특색을 보이고 있다.
추천음반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명연은 루돌프 제르킨이 유진 오먼디가 이끄는 콜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SONY)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쾌한 터치와 낭만적인 상상력, 고전적인 형식미를 고루 갖춘 제르킨의 손끝으로부터 울리는 사운드는 멘델스존 피아노 작품 해석의 기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편 현대적 해석으로는 스테판 허프가 로렌스 포스터가 이끄는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앨범(Hyperion)을 추천한다. 투명한 터치감과 신선한 아고기그 및 프레이징 처리를 통해 오케스트라와 혼연일치를 이루는 허프의 명연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감각적인 터치가 눈부신 장-이브 티보데의 피아노 연주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DECCA), 순수하면서도 즉흥성 높은 언드라스 쉬프의 피아노와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DECCA) 또한 중요하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