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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Dvořák, Slavonic Dances, Op.46 & Op.72)

Bawoo 2014. 2. 2. 17:54

Dvořák, Slavonic Dances, Op.46 & Op.72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

Antonín Dvořák

1841-1904

John Farrer, conductor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1990

 

John Farrer/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Dvořák, Slavonic Dances, Op.46

John Farrer/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Dvořák, Slavonic Dances, Op.72

 

특정 작곡가를 떠올릴 때는 대개 말년의 대작 아니면 적어도 중기 이후의 작품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다. 말러 같은 인물은 예외에 속할 수도 있겠지만,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의 초기 교향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드보르자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교향곡 9번을 위시한 후기 교향곡이나 첼로 협주곡,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칸’, <레퀴엠>, 오페라 <루살카> 같은 작품의 작곡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드보르자크 역시 다른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거물’이 되기 전에는 길고 고난에 찬 무명 시절을 겪어야 했다. 그런 그에게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릴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 바로 <슬라브 무곡>이다.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 ‘슬라브 무곡’

1873년에 결혼한 직후 성 보이체프 교회 오르간 주자가 된 드보르자크는 음악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스메타나(드보르자크는 프라하 국민극장의 전신인 가설극장의 오케스트라에서 몇 년 동안 비올라 주자로 있으면서 스메타나의 지휘로 많은 음악을 연주했다)의 뒤를 이어 체코 국민음악의 확립을 위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수입은 적어 일가족이 입에 풀칠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스트리아 정부가 예술가를 위한 국비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드보르자크는 교향곡 3번과 4번, 몇 편의 실내악곡을 장학금 수상 자격심사위원회에 제출했고, 1875년 초에 장학금 수상을 통고받았다(이 장학금은 5년간 지급되는 것이었다). <슬라브 무곡>은 젊은 드보르자크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로써 수입이 종전의 몇 배로 늘어난 작곡가는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작곡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장학금 수상이 드보르자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혜택은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브람스와의 만남이었다. 당시 장학금 심사위원으로 있었던 브람스는 곧바로 드보르자크의 재능을 간파했고, 슈만이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그랬듯이 드보르자크에게 여러 모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지원 가운데는 자신의 작품을 전담해 출판하고 있었던 짐로크 출판사에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출판해 주도록 주선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1877년에 출판된 <모라비아 이중창곡>(1876)이 호평을 받자, 짐로크 사는 슬라브 민속 선율에 바탕한 무곡집의 작곡을 의뢰했고, 그 결과가 <슬라브 무곡 1집>이었다.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다분히 의식한 의뢰였으며, 드보르자크의 무곡집이 거둔 대성공 역시 브람스의 무곡집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로써 드보르자크는 일약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인기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슬라브 무곡>은 체코 고유의 지역색이 녹아 들어간 양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은 체코 프라하.

무곡의 역동적 활기와 슬라브적 색채의 선율

이 곡은 원래 네 손(한 대의 피아노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각자 저음 성부와 고음 성부를 맡아 연주하는 것으로, ‘연탄(곡)’이라고도 한다)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으며, 1878년 3월 18일에 착수되어 5월 7일에 완성되었다. 관현악 편곡판은 같은 해 4월부터 8월에 걸쳐 작성되었다. 한편, 짐로크 사는 이 무곡집 1번의 대성공을 다시 이어가려는 의도에서 훗날 작곡가에게 같은 형식의 무곡집 2번을 다시 작곡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이때 드보르자크는 이미 충분히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었고, 같은 형식으로 이전 무곡집 이상의 완성도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의뢰에 선뜻 응하려 하지 않았다. 한동안 작곡을 미루던 드보르자크는 1886년 6월 9일에 손을 대기 시작해 정확히 한 달 뒤에 피아노판 악보를 완성했고, 관현악 편곡은 같은 해 11월 초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진행되었다.

1집과 2집 모두 분방한 활기와 아름다운 선율미가 결합된 걸작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전자는 체코 고유의 무곡 양식에 주로 근거하여 리듬을 강조한 격렬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후자는 체코의 지역색보다는 범슬라브적 색채가 더 강하며 악상이 한층 원숙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각각 여덟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반에서는 둘을 함께 수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슬라브 무곡 1집, Op.46

Wolfgang Sawallisch/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 Dvořák, Slavonic Dances, Op.46

Wolfgang Sawallisch, conductor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Tel Aviv, 2001

1. 프레스토, C장조 (푸리안트)

3/4박자. 복합 3부 형식. 1부에서는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포르티시모의 총주에 이어 당김음을 구사한 활기찬 악구가 연주된다. 극심한 다이내믹 대비를 보이면서 진행되다가 2부로 넘어가 G장조의 생동감 있는 주제가 등장하고, 이 악상은 여러 차례 조바꿈하면서 발전해간다. 3부는 1부와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며, 코다에서는 1부와 2부 주제가 합쳐지면서 열광적인 포르티시모로 끝난다. <슬라브 무곡 1집>의 타이틀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드보르자크의 친필 서명이 보인다.

2.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 E단조 (둠카)

2/4박자. 현과 목관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악구에 이어 갑자기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의 G장조 악구가 등장한다. 다시 E단조 악구로 돌아가 변주 풍으로 발전한 다음 트릴을 수반한 화려한 부분을 거쳐 코다로 넘어가 화려하게 전개되다가 고요하게 끝난다.

3. 포코 알레그로, G플랫장조 (폴카)

2/2박자. 첫머리의 천진난만한 악구에 조금씩 장식음이 더해져 나아가다가 갑자기 격한 다이내믹 대조를 보이면서 활기찬 분위기를 보인다. 이후 첫머리 악구가 잠깐 얼굴을 내민 뒤 E장조의 유려한 악구가 등장하고, 앞서 언급한 각 선율이 교대로 등장했다가 코다로 넘어가 대단히 빠르고 격렬한 포르티시모로 끝난다.

4. 템포 디 미뉴에토, F장조 (소우셰트스카)

3/4박자. 복합 3부 형식. 느긋하고 풍부한 주제로 시작해 여러 차례 조바꿈되면서 전개되다가 고요해진 뒤 B플랫장조 악구로 넘어가 앞꾸밈음과 악센트를 잘 살린 익살스런 악상이 진행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독주 첼로의 카덴차는 관현악 편곡 작업 때 추가된 것이다. 첫 악구가 화려하게 치장된 형태로 재등장한 뒤 강렬한 코다로 마무리된다.

5. 알레그로 비바체, A장조 (스코치나)

2/4박자. 론도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밝고 기운찬 약동으로 일관하는 곡이다. A장조-B장조-E장조-A장조-D단조-F장조 순으로 쉴 새 없이 조바꿈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다이내믹의 대조가 매우 뚜렷한 흥미로운 악상을 지녔다.

6.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D장조 (소우셰트스카)

3/4박자. 복합 3부 형식. 익살스러움과 고풍스런 느낌이 잘 조화된 곡이다. 트릴을 수반한 익살스런 주제가 제시된 뒤 G장조로 넘어가면 밝고 리듬감 있는 주제가 스타카토로 연주된다. 다시 D장조로 돌아가 다양하게 전개된 뒤 첫 주제를 중심으로 코다가 구축된다.

7. 알레그로 아사이, C단조 (스코치나)

2/4박자. 체코 전통 무곡 형식이 다양하게 가미된 곡으로 자유로운 론도 형식이다. 전원풍의 소박한 주제가 제시된 뒤 E플랫장조의 리듬감 있는 악상이 연주된다. 첫 부분의 주제가 다시 강하게 연주된 뒤 이 주제의 후반부 동기가 색다르게 전개된다. 이후 이들 악상이 번갈아가며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프레스토로 끝난다.

8. 프레스토 G단조 (푸리안트)

3/4박자. 1집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이다. 체코 무곡의 일종인 푸리안트로 되어 있으며 복합 3부 형식을 취한다. 여덟 마디로 된 강렬한 주제가 포르티시모로 제시된 뒤 몇 차례 반복된다. 2부인 G장조 섹션에서는 호흡이 긴 아름다운 선율이 등장하며, 1부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3부에 이어 다채롭고 강한 대조를 보여주는 코다로 이어져 시원하게 마무리된다.

슬라브 무곡 2집, Op.72

Jiří Bělohlávek/Prague Symphony Orchestra - Dvořák, Slavonic Dances, Op.72

Jiří Bělohlávek, conductor

Prague Symphony Orchestra

2000

1. 몰토 비바체, B장조 (오드자메크)

2/4박자. 복합 3부 형식. 1부에서는 서로 성격이 다른 세 악상이 순서대로 제시되며, 이들을 중심으로 발전부가 화려하게 연주된 뒤 잠잠해져 2부로 넘어간다. D장조이며 매우 서정적인 2부에 이어 3부는 1부의 효과를 더 강력하게 살려 격렬하게 마친다.

2.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E단조 (스타로다브니)

3/8박자. 복합 3부 형식의 아름다운 곡으로 크라이슬러가 바이올린 독주용으로 편곡한 적도 있다. 우수에 잠긴 감미로운 선율이 제시된 뒤 E장조로 변해 밝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C장조로 우아한 선율미를 자랑하는 2부에 이은 3부는 1부와 거의 비슷하나 장식음이 더 많다.

3. 알레그로, F장조 (스코치나)

2/4박자. 민요와 민속춤을 합친 분위기의 곡으로 복합 3부 형식. 세 마디 길이의 약동감 있는 동기가 네 번 연주된 다음 변형형으로 다시 연주된다. 2부에서는 B플랫장조로 온화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등장한 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포르티시모에서 갑자기 멈춘 뒤, 3부로 넘어가 처음 동기의 변형형이 잠시 전개된 뒤 열광적인 코다로 마무리된다.

4.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D플랫장조 (둠카)

3/8박자. 복합 3부 형식. 두 개의 대조적인 주제가 제시된 뒤 2부에서는 C샤프단조로 바뀌어 부점 16분음표가 일관되게 흐른다. 1부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며, 단일 동기로 시작하고 끝난다. 3부에서는 1부가 간결하게 재현된 뒤 피아니시모로 사라지듯 끝난다.

5. 포코 아다지오, B플랫단조 (슈파치르카)

4/8박자. 복합 2부 형식. 1주제가 포르티시모로 연주된 뒤 2주제가 비바체 2/4박자 D플랫장자로 연주된다. 이것이 반복된 후 1부의 첫 대목으로 돌아와 포르티시모로 고조되어 격렬하게 끝을 맺는다.

6. 모데라토 콰시 미뉴에트, B플랫장조 (스타로다브니)

3/4박자. 복합 3부 형식. 안정된 리듬을 지닌 1주제와 목가적인 선율미가 돋보이는 2주제가 연주된 뒤, 2부에서는 명랑한 분위기의 3주제가 섬세하게 전개된다. 3부는 1부의 재현이다.

7. 알레그로 비바체, C장조 (콜로)

2/4박자. 포르티시모의 도입부에 이어 광포한 느낌을 주는 주제가 등장한 뒤 화려하게 전개된다. 2부에서는 C단조로 호흡이 긴 선율이 등장하며, 3부는 C장조로 돌아와 주제가 자유롭게 전개된 뒤 코다로 넘어가 포르티시모로 고조된 뒤 강렬한 화음을 몇 차례 연주하면서 끝난다.

8. 그라치오소 에 렌토 마 논 트로포 콰시 템포 디 발세 (소우셰트스카)

G플랫장조 3/4박자. 지시어는 ‘우아하고도 느릿하지만 지나치지는 않게 왈츠의 템포에 준하여’라는 뜻이다. 3부 형식을 취하며, 환상적이고 우아한 선율미와 자유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2집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곡이다. 1부에서는 반음계적인 상승으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주제와 이에 대해 대조적인 악상이 제시된다. 2부에서는 차분하고 우아한 악상이 D플랫장조로 제시된 뒤 A장조로 바뀌어 힘차게 전개되고 다시 원조로 복귀한다. 3부에서는 첫머리 주제가 장식된 형태로 등장해 꿈을 꾸는 우아하게 전개되고 마침내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마무리된다.

 

추천음반

1. 우선 뭐니 뭐니 해도 라파엘 쿠벨릭/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녹음(DG)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호쾌한 팀파니 타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분방한 다이내믹 대비가 절묘하며, 서정적인 악구도 유려하게 처리되었다.

2. 안탈 도라티/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녹음(Decca)은 쿠벨릭보다 조금 거칠지만 광포한 야성과 분방한 생명력이 잘 표현되었다.

3. 조지 셸/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녹음(Sony)은 이와 반대로 철저한 통제와 엄격한 구축미를 보여준다.

4. 최근 녹음 가운데는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고 정교한 표현이 돋보이는 미하일 플레트네프/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녹음(DG)이 특히 훌륭하다.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번역을 기고해 온 음악 칼럼니스트이다. 말러,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닐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며, 피아노>, <콰이어 앤 오르간>, <코다>, <라 무지카> 등 여러 잡지에 리뷰와 평론, 지휘자 가운데서는 귄터 반트를 특히 존경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0.07.19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3098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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