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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비취록 : 조완선

Bawoo 2020. 2. 4. 22:34
비취록:저자 조완선 | 북폴리오 | 2014.10.6.

[읽은소감]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크게 기대 안 하고 빌려와 빠져들어 읽은 작품.
일제강점기에 창시된 한국의 신종교인 보천교의 경전 비취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해 놓았는데 보천교란 종교 관련 이야기 외에는 등장인물, 사건 모두 허구이다. 

 논문 표절이 발각되어 징계해직 위기에 놓인 강명준이란 충남대 교수에게 비취록의 감정을 의뢰한 인물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보천교를 이끄는 스님들이 친일파를 살해하는데는 성공하나

 방한한 일왕을 암살하는 데는 실패하고 훗날을 기약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허구지만 일왕의 암살 시도, 친일파를 살해한 내용은 일본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을 대다수 우리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것이다. 작품의 내용으로 보아 대중 추리소설로 분류해야 할 듯 한데 이와 관계없이 아주 잘 쓰인 작품이다.
읽는 내내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다 찾아 읽어보기로 마음먹게 만들 만큼.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예언과 현실을 넘나드는 미스터리!
조완선의 장편소설 『비취록』. 19세기 신비의 예언서 《비취록》에 담겨 있는 예언의 세계를 21세기의 가상공간으로 옮겨와 펼쳐낸 스펙터클한 역사 미스터리다. 고문서와 역사에 대한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고문집을 두루 엮은 신비의 예언서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운 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19세기 초, 《정감록》의 사상으로 무장했던 ‘홍경래의 난’이 진압된 후 조선 민초의 열망을 모아 만든 예언서 《비취록》. 2백여 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취록》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이 책을 둘러싸고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서 감정 전문가이자 역사학자 강명준 교수에게 한 남자가《비취록》이라는 예언서의 진품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나타난다. 그는 며칠 후 실종되고 곧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건을 담당한 오재덕 형사와 강명준 교수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비취록》이라는 예언서, 그리고 쌍백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며 수사를 벌여 나가고, 쌍백사에 살인 사건을 넘어선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자 : 조완선

인천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건국대, 단국대, 영남대, 관동대 등 전국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끈끈한 ‘문청’ 시기를 보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반달곰은 없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이후 십여 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첫 장편인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교양 문화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뒤이어 고려의 대보(大寶)인 초조대장경을 소재로 한 『천년을 훔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비취록』은 『천년을 훔치다』 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하는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조선 후기의 예언서를 소설의 중심 기둥으로 삼아 우리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빠르고 경쾌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추리적인 기법과 역사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이 소설은, 《비취록》에 담겨 있는 예언의 세계를 21세기 가상공간으로 옮겨와 픽션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2백여 년간 베일에 가려진 《비취록》을 해독하고 추적해 가는 과정은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역사 미스터리 소설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 낯선 시간 속으로
2. 위험한 초대
3. 또 다른 세계
4. 매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5. 난세의 비결
6. 그들이 꿈꾸는 세상
에필로그

 

책 속으로


지금까지 책이나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오는 예언이 적중한 것은 일 할이 채 되지 않는다. 확률로 따진다면 형편없는 수치다. 사람들은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예언 문구를 억지로 꿰맞추며 예언의 신비로움을 한층 부풀린다. 예언 내용이 틀린 것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직 예언이 적중한 것에만 열광한다. 그것이 예언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_ 50쪽

“부검의는 범인이 애초부터 안기룡을 살해할 목적으로 목을 비틀었을 거라고 하는데요. 보통 완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른 외상 흔적은 없었다. 안기룡의 목을 얼마나 세게 비틀었는지 목뼈가 탈골되어 있었다. 그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을까. 살해범은 안기룡의 목을 비틀어 살해한 후 보란 듯이 사체를 나무에 매달았다. 처음엔 자살로 위장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죽은 사체의 목을 나무에 매단 것, 분노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그래서인지 안기룡의 사체에서 광기가 뿜어져 나왔다. 간혹 강력 사건 범죄에서는 분노가 극에 달할 때 이처럼 사체를 통해 야수 같은 광기가 표출되기도 한다.
_94쪽

“그게 대체 어떤 책이길래 사사건건 끼어드는 거요? 이게 정말 팔자를 고칠 정도로 값이 나가는 책입니까?”
안기룡의 아내도 그런 소리를 했다. 이 책 한 권이면 팔자를 고칠 것이라고.
“하여튼 귀신이 붙은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소.”
“귀신이 붙은 책이라뇨?”
“이 책과 엮인 자들은 죄다 저세상으로 갔으니 말이오. 그러니 귀신 들린 책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섬뜩한 소리였다. 명준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_116쪽

홍경래는 정부군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장렬하게 산화했다. 그러나 정주성에서 죽은 홍경래는 가짜 홍경래이며, 진짜 홍경래는 살아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민간에 떠돌았다. 홍경래의 난을 진압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도 홍경래가 아직 살아 있다는 ‘홍경래 불사신설’도 나돌았다. 이 무렵부터 홍경래의 난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정감록』과는 다른 새로운 예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비취록』이었다.

 

출판사서평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천년을 훔치다』의 작가 조완선 신작! 19세기 초, 〈정감록〉의 사상으로 무장했던 ‘홍경래의 난’이 진압된 후 조선 민초의 열망을 모아 만든 예언서 〈비취록〉. 이 책에는 난세(亂世)의 비결과 만 가지에 이르는 예언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2백여 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취록〉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이 책을 둘러싸고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체에서 발견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문장(漢文章). 모든 단서는 계룡산 기슭에 있는 사찰, 쌍백사로 향한다.
혼탁한 현 시대를 개혁하기 위해 ‘거사’를 준비하는 형암을 비롯한 쌍백사 승려들과 이들의 ‘거사’를 밝히고 저지하려는 중년 형사와 역사학 교수의 활약상을 그린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의 플롯에 치밀한 역사 고증을 통해 길어낸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과연 이들이 도모하는 ‘거사’란 무엇일까?
『비취록』은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에서 보여준 저자의 고문서에 대한 애정과 연구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작품으로 19세기 신비의 예언서 〈비취록〉에 담겨 있는 예언의 세계가 21세기 가상공간으로 옮겨와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역사 미스터리다.

 

줄거리

지루한 장마가 끝난 7월 어느 날, 고서 감정 전문가이자 역사학자 강명준 교수에게 수상한 남자가 방문한다. 그는 대전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최용만으로 〈비취록〉이라는 예언서를 들고 나타나 다짜고짜 진품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한다. 한눈에도 진품임은 물론, 심상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에 전문가로서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데, 최용만은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복사본 샘플만 던져주고 사라진다.
며칠 후, 오재덕 강력계 형사가 찾아와 그의 실종 소식을 알리고 불길한 예감대로 최용만은 곧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게다가 최용만을 살해했을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용의자 안기룡마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에서 나오는 모든 단서는 계룡사에 은둔한 사찰, 쌍백사를 가리킨다. 오재덕 형사와 강명준 교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비취록〉이라는 예언서, 그리고 쌍백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며 수사를 벌여 나간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이 쌍백사에 살인 사건을 넘어선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19세기 예언이 21세기 현실로 나타난다!
예언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 그 이상의 소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로 ‘교양 문화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 조완선 신작 『비취록』이 나왔다. 이번 작품 역시 고문서와 역사에 대한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길어올린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과거 어떤 소설에서도 다룬적 없는 ‘예언서’가 그 주제다.
‘홍경래의 난’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해준 예언서이자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정감록〉을 모티브로 삼은 ...이 책은 ‘홍경래의 난’ 실패 이후 1세기가 넘는 시간에 걸쳐 〈도선비기〉〈무학비결〉〈남사고비기〉등의 예언서와 〈지봉유설〉〈연려실기술〉 등의 고문집을 두루 엮은 신비의 예언서가 존재한다는 가설로 탄생했다. 이 19세기의 예언이 어떻게 21세기의 현실에 영향을 미칠까?

 

지적 재미와 오락적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1. 신비의 예언서, 비취록

〈비취록〉은 만 가지 선대의 비결을 담은 책이라는 부제를 가진 고문서로 외양이며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범상치 않은 책이다. “유려하고 힘찬 필체가 고서 안을 휘젓고 다니며” 첫 장부터 “백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문장이 곳곳에” 등장한다. 게다가 과거의 예언서와 고문집에 담긴 글귀에서 시작해 그 이상의 예언이 펼쳐지는데, 1811년 홍경래의 난, 1910년의 경술국치, 1945년 대한독립, 1960년 4.19 혁명, 1980년 광주항쟁 등 모두 우리나라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암시하고 있다.

壬辰倭寇必大至(임진왜구필대지) 我不及見(아불급견)
임진년에 왜구가 쳐들어올 터이니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구나.

三十六年無主民(삼십육년무주민) 皆爲僧孫不知佛(개위승손부지불)
부처의 유업을 이어받은 우리 민족이 36년 동안 주인 없는 백성이 되리라.

게다가 종이는 조선 사대부들이 책을 엮을 때 쓰던 장지(壯紙)로 당시 중국 선비들도 최고로 꼽는 것. 진품이 틀림없다. 대체로 위작으로 판명나는 예언서 분야에 이 책은 실로 진귀한 책이다. 이 정도면 금전적인 가치로는 ‘팔자를 고친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은 원본 외 필사본은 단 세 부, 그리고 그 필사본이라도 손에 넣어려 하는자는 목숨을 잃는다. 이토록 흥미로운 마성의 책이 이야기의 정중앙에 놓여 있다.

 

2..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론 과정과 입체적 캐릭터

책을 탐하거나 내용을 읽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 비밀스러움을 불어 넣으며 소설 전반의 긴장감을 견인한다. 그리고 책 속에 숨은 의미를 밝혀가는 과정은 마치 기호학과 미술 해설을 기반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한다. 이들 소설이 뛰어난 미스터리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그 추론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기 때문인데 『비취록』이 가진 강점 역시 여기에 있다. 비취록에 담긴 예언과 그 풀이 과정으로 등장하는 ‘파자법(破字法)’은 한자 문화권에서 널리 퍼져 있는 암호 해독 기술로 고문서와 예언서라는 낯선 소재의 매력을 밝히는데 기여한다.

‘人言一大十八寸(인언일대십팔촌)’
“저건 파자법으로 풀어야 할 것 같은데요.”
김 조교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번졌다. 그 뜻을 이미 해독한 얼굴이었다.
“어디 한번 풀어봐.”
“‘사람 인(人)’ 자와 ‘말씀 언(言)’ 자를 합하면 ‘믿을 신(信)’ 자가 됩니다. ‘한 일(一)’ 자와 ‘큰 대(大)’ 자를 합하면 ‘하늘 천(天)’ 자가 되고 ‘열 십(十)’ 자와 ‘여덟 팔(八)’ 자, ‘마디 촌(寸)’ 자를 더하면 ‘마을 촌(村)’ 자입니다. 즉 이 글은 ‘신천촌(信天村)’이라는 단어가 되죠. 어떻습니까?”

‘이재전전(利在田田)’은 이로움이 ‘전전(田田)’에 있다는 뜻이다. 전전은 밭 중의 밭이니, ‘대전(大田, 옛 이름 太田, 한밭)’을 의미한다. ‘일인사구합체(一人四口合體)’는 파자법으로 풀어야 한다. ‘일인(一人)’은 ‘큰 대(大)’를 파자한 것이고, ‘사구합체(四口合體)’도 마찬가지다. ‘입 구(口)’ 자 네 개를 합하면 ‘밭 전(田)’ 자가 된다. 즉 ‘대전’을 일컫는 것이다.

그 외 한학(漢學)과 주역원리 등을 동원하여 예언서의 암호 같은 문자들을 해독하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명준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청양지세(靑羊之歲)’에서 ‘靑(청)’은 ‘乙(을)’을 의미하고 ‘羊(양)’은 ‘未(미)’를 뜻한다. 즉 ‘파란 양의 해’인 ‘을미(乙未)년’, 2015년을 지칭한다.

여기서 사건 해결의 주축이 되는 오 반장과 강 교수는 각자 나름의 동기로 이 사건에 깊이 빠져든다. 오 반장은 물론 수사를 목적으로 하지만, 부인이 사이비 종교에 깊이 빠져 아들과 함께 가출했다는 가족 이력을 가지고 있다. 쌍백사가 수상한 종교 단체라는 인식이 들수록 그는 그곳의 혐의를 밝혀 처단하고 싶은 보상심리에 시달린다. 한편, 강 교수는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되어 교수 징계위원회의에 회부된 상태다. 수년간 학장의 비위를 맞춰온 노력이 일거에 허사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학장에게 〈비취록〉을 손에 넣어 학교에 기증하겠다는 거래를 내걸어 버렸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여 범죄를 처단하고, 중요한 고문서를 지키고 연구하고자 한다는 대의 이면에 각자의 심리적인 요인이 뒤섞이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생동감을 가진다. 게다가 가족이 있되 함께 할 수 없는 동병상련의 상황을 가진 두 사람에게 중년의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한편, 쌍백사의 주지인 ‘형암’은 예언서에 빠져 종단에서 내쳐진 파계승으로, 예언을 받들어 ‘거사’를 주도한다. 언뜻 보기엔 비상식적인 몽상가로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기도 하지만 그의 이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거사의 실체가 밝혀질수록 그를 비난만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캐릭터의 입체성은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3. 역사 · 사회를 꿰뚫는 지적 탐구

이야기 자체의 재미 외에도 역사 · 사회적인 흥미 요소도 충분하다. 〈비취록〉의 뿌리가 되는 사건인 ‘홍경래의 난’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거기서 이어져 내려온 민족종교와 항일 운동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그것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얼개를 만드는데, 읽고 있으면 자연히 동학에서 보천교로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민족종교와 민본주의 운동의 흐름을 알게 된다. 게다가 예언서의 탄생과 그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예언서는 미래를 보는 눈”이며 그래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앞날을 대비하라는” 조언과 같다고 말한다. 또한 예언서는 불행에 빠진 현 사회의 열망을 담는다. 진인이 출현하여 혼탁한 이 세상을 뒤엎고 백성을 구제할 것이라는 예언은 ‘홍경래의 난’이 있던 시절이나 일제 시대나 모두 통용되는 민중의 꿈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21세기는 어떨까? 초반부에 나오는 강명준 교수의 독백처럼 “예언서는 더 이상 21세기에 발붙을 곳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구체적인 정황은 달라도 여전히 민생은 시름에 잠겨 있고 이 세상은 부조리와 비상식적인 일들로 가득차 있다. 이러한 예언서의 등장과 파급력이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