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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관련]아침신문 솎아보기] 통합당 참패, 낡은 프레임과 독선 때문" 동아일보의 이례적 분석

Bawoo 2020. 4. 19. 21:23



통합당 참패, 낡은 프레임과 독선 때문" 동아일보의 이례적 분석

김예리 기자 입력 2020.04.17. 08:51 수정 2020.04.17. 13:10 

[아침신문 솎아보기] 신문들 수퍼여당-보수참패에 "정치지형 바뀌었다" 전망, 동아일보 분석 눈에 띄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415 총선 이틀 뒤인 17일 아침종합신문들은 슈퍼 여당보수 참패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1면과 사설을 채웠다. 신문들은 1면에 여당이 단독과반 의석을 차지한 구도를 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막강한 권한만큼 책임이 뒤따른다'고도 입모아 당부했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살리기 등 과제를 내놓고, '거여' 국면이 여당 주도 협치를 실현할 기회라고 했다.

다음은 17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80석 '절대권력'…어깨가 무겁다"
국민일보 "시험대 오른 '슈퍼여당', 이제 진짜 실력 보여줄 때"
동아일보 "힘 받은 청 '국민 믿고 담대하게 가겠다'"
서울신문 "'국난 극복' 민심의 명령…일자리 살려라"
세계일보 "개헌 빼고 다 되는 巨與(거여)…독주냐 협치냐"
조선일보 "진보 190 vs 110 보수"
중앙일보 "코로나 속 국가의 재발견, 그게 수퍼여당 만들었다"
한겨레 "국정책임 모두 짊어진 '180석의 무거움'
한국일보 "똘똘 뭉치고도 참패… 가시밭길 위에 선 보수"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확보한 최대 의석이다. 민주당은 재적 의원 3분의2 찬성이 필요한 헌법 개정안 처리 빼고는 모든 법안 처리를 단독으로 할 수 있게 되는 무소불위 권력을 갖게 됐다. 당장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회 18개 중 12개의 위원장 자리를 배정 받아 국회 원 구성도 민주당 원톱 체제가 됐다. 특히 야당이 반대해도 어떤 법안이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수 있게 됐다. 범진보세력 전체를 합하면 190석이다.

신문들은 이것이 기회 요인이면서 위기 요인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여당은)마음먹기에 따라 산적한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담대한 개혁'을 말한 것에서도 이런 구상이 읽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권 내부에서는 당장 '국가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라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갈무리
▲17일 경향신문 2면 갈무리

신문들은 180석이 기회요인이 되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사회 통합, 민생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코로나19 확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코로나 '경제 충격'이 더 큰 문제라며 정부 여당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대치인 8982억원에 달했고 실물경제에 대한 위협 수준도 강해지고 있다.

180석이 여당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고서도 더불어시민당이 33.35%의 지지를 받았고 열린민주당의 득표를 합쳐도 50%대인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은 양당체제와 지역주의를 다시 불러오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보수 야당은 존립 근거가 뿌리째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은 반면 여당은 모든 법안과 정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면서도 "여권에 반드시 유리한 상황만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이 그간 내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란 전가의 보도 같은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검찰개혁 등 국민과 약속했던 개혁 작업들도 변명거리가 없게 된 셈"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단독으로 예산안을 비롯한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여당이 독주로 국회을 운영해서 안 된다고 경계했다.

▲조선일보 갈무리

한편 조선일보는 이번에 180석을 채운 민주당 당선자들의 면면을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은 거의 100%에 가까운 친문 세력으로 채워졌다. 김태년, 홍영표, 전해철 등 현역 친문 의원들뿐 아니라 친문을 지원해온 송영길, 이인영, 우상호 등 586운동권 중진들도 대부분 생환했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일하며 문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일한 인사가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며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전 대변인,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을 들었다.

보수 참패 원인 분석 "정치지형 변화속 구시대 프레임 고집"

보수진영은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립됐다. 동아일보는 보수야당의 경우 "민주화 이후 어느 정당도 경험하지 않은 궤멸적 패배, 통합당이 얻은 103석 역시 1988년 13대 총선 이래 최악의 성적"이라며 "한국 보수정치의 명백한 몰락인 동시에 뿌리부터 새로운 보수의 가치 재건이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보수신문들은 보수야당이 참패한 배경을 주요 지면에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5면에서 미래통합당의 초라한 성적이 단순히 막말파동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시대적 프레임과 독선의 결과라고 했다. 신문은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 입을 빌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를 지적하며 "전국 단위 선거를 4번 연속 패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류가 완전히 교체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생각하고 '보수표가 뭉치면 이긴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17일 동아일보
▲17일 한겨레 3면

조선일보는 1면에서 "단순한 선거 전략 승패가 아니라 정치 지형 자체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보수 정권 10년과 문재인 정부 이후 야당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이 유권자 의식을 바꿨다. 통합당이 '강남영남부자당' 이미지에 갇힌 사이 20~40대 마음이 떠났다. 50대가 된 586 출신 유권자들이 정치적 진보 성향을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전국의 보수 유권자가 총결집한 선거해서 참패했다"며 "해방 이후 보수가 독점해 온 주류 권력을 진보 진영에 넘겨주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선거 전략의 뼈대진 '정권심판론' 설득 실패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 생산의 실패 △무조건 반대하는 '극단적 파당 정치'가 낳은 신뢰 저하 △막말 파동 등 처리 과정에서 콘크리트 지지층 눈치보기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사설서 "변명 여지 없는 절대권력… 오만독주 말라"

신문들은 여당에 '오만과 독주를 경계하라'는 당부로 사설을 채웠다. 다수 신문이 코로나19 위협과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쏟을 것을 당부했고 보수 신문은 '야당과 협치'를 보다 역설했다.

서울신문은 "민주당은 국민이 집권 여당에 표를 몰아준 까닭을 잘 새겨야만 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코로나19로 대표되는 국난 타개에 힘을 쏟으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위기 돌파에 슈퍼여당의 힘을 총력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가장 긴급한 과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처리"라며 "고용 충격에 대한 대처도 하루가 급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공수처장을 코드 인사로 임명하거나 윤석열 검찰이 진행해온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을 막는다면 또다시 조국 사태에 버금가는 국론 분열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제 권력분립이란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렇게 완벽하게 한 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은 전무후무할 지경"이라며 "여당 내부에서라도 적절히 브레이크를 잡고 평형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다수의 힘을 과시하기보다 다른 야당과 함께 협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