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의 시대, 역사 부정을 묻는다 - 강성현 지음 | 푸른역사 | 2020.2.29.
[소감] 신친일파로 불리우는 이영훈 외가 쓴 반일 종족주의란 책에 대한 반박서. 기왕에 내가 읽은 일제종족주의 (황태연, 김종욱, 서창훈 지음), 신친일파(호사카 유지 지음)와 궤를 같이한다. 반일 종족주의란 책이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며 인기리에 팔린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저작물이 버젓이 나올 수 있는 현실에 울분을 토할 뿐 이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할 수 없는 나로선 뜻 있는 분들이 이에 대한 반박서를 연달아 내놓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을 자기들 입맛대로 재단하여 우리나라를 16세기 말 이래로 침탈한 일본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책을 낸 이영훈 외 신친일파가 활개치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자력이 아닌 미국의 힘를 빌려 된 독립이라 친일청산이 안 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울분을 느끼는 분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책소개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반일 종족주의》의 반역사성을 정면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다. 군 ‘위안부’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것이 《반일 종족주의》의 핵심이자 주전선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았지만 산발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실증주의를 내세워 일본 극우 부정론자가 좋아할 만한 주장을 반복하는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군 ‘위안부’ 문제에 천착해온 지은이가 실증적 방법과 해석적 방법, 그리고 구조적 분석의 방법을 교차해가며 비판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할 가치가 있다.
저자 : 강성현
역사사회학자.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및 냉전평화연구센터장. 학부, 석ㆍ박사 학위를 보면 사회학 외길을 걸어왔지만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학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쟁범죄, 냉전 아시아의 문화와 대학 및 지식 생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미국과 영국 등 국외 자료기관에서 자료를 조사,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1, 2》(공저, 2018), 《식민주의, 전쟁, 군 ‘위안부’》(공저, 2017), 《종전에서 냉전으로》(공저, 2017), 《열전 속 냉전, 냉전 속 열전》(공저, 2017), 《한국전쟁 사진의 역사사회학》(공저, 2016),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공저, 2016) 등 다수가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_ 탈진실과 역사부정, 그리고 《반일 종족주의》
1부 ‘반일 종족주의’란 무엇인가
1 _ 2019년, ‘반일 종족주의 현상’
《반일 종족주의》의 파급력|‘반일 종족주의’ 현상의 세 층위|한일 우파 역사수정주의 연대와 네트워크|‘반일 종족주의’ 현상, 앞날이 더 문제
2 _ 2019년, ‘교과서 우파’의 탄생, 2005년 한국과 1997년 일본
한일 ‘교과서 우파’의 탄생|뉴라이트의 ‘자학사관’ 비판과 일본 우파|한국 뉴라이트와 교과서포럼
3 _ 2013~2015년, 반일 민족주의를 공격하라
반일 시각은 ‘종북 좌편향’?|‘교학사 교과서’로 촉발된 역사전쟁|교과서 ‘반동’과 역사전쟁
4 _ 반일 종족주의의 방법과 논리
‘반일 종족주의’란|입맛 따라 고른 자료와 통계의 사실 왜곡과 혐오 표현|“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 떠들어라”
2부 《반일 종족주의》 주장을 비판한다
1 _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돈 잘 버는 ‘매춘부’였다고?
‘위안부=성노예설’ 부정의 배경|이영훈‘들’에게 일본군 ‘위안부’란
2 _ 유괴나 취업 사기는 있지만, 노예사냥과 같은 강제 연행은 없었다?
유괴도 불법적인 강제 동원|업자 선정부터 조선군사령부가 감독
3 _ 민간의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되고 편성된 것이니 합법이다?
극우파들의 공창제 소환|민간의 공창제와 군 ‘위안부’제도의 관계
4 _ ‘위안부’ 개인의 영업이었고, 자유 폐업의 권리와 자유가 있었다?
본토에서도 유명무실했던 ‘자유 폐업’ 규정|최전선 지역에서 자유 폐업은 허구
5 _ 수요가 확보된 고수익 시장이었고, 적지 않은 금액을 저축, 송금했다?
일본군 점령지의 전시 초인플레 무시|전혀 가치 없는 군표를 모은 꼴
6 _ ‘위안부’와 여자정신대를 혼동하고 있다?
여자정신근로령 이전에 정신대 존재|위안부가 된 정신대 1기생의 증언
3부 자료와 증언, 왜곡하거나 찬탈하지 않고 맥락을 보다
1 _ 연합군 포로심문 자료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자료에게 묻고 듣다|자료 소스 안 밝히고 선별해 과잉해석|동남아번역심문센터 자료 등 비교 분석해야|‘위안부’란|누가 얼마나 ‘위안부’를 동원했나|버마에서의 ‘위안부’ 생활
2 _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
문옥주의 이야기를 절취하고 왜곡하다|찬탈당한 목소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
3 _ 작별의 아리랑을 부른 조선인 ‘위안부’: 버마 미치나의 조선인 ‘위안부’ 이야기
전쟁과 사진병|미치나에서 찍은 사진 3컷|두 심문보고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다|그녀들은 돌아왔을까
4 _ 전리...품으로 남은 만삭의 ‘위안부’: 중국 윈난성 쑹산과 텅충의 조선인 ‘위안부’ 이야기
미군 사진병이 찍은 스틸사진의 시각과 사각|영상은 숨결을 불어넣었다|주검이 되어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위안부’ 학살을 부정하는 자들|‘부정’을 부정한다
5 _ 일본군 위안부, 미군ㆍ유엔군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이영훈의 “우리 안의 위안부”론에 답한다
전쟁이 끝나도 전쟁처럼 살아야 했던|포주가 된 국가|공창제 폐지해 놓고 위안소 설치|일본군 경력자들의 발상|이영훈의 “우리 안의 위안부”론에 내포된 “폭력적 심성”
에필로그 _ 탈진실의 시대, 부정과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탈진실의 시대 부정과 혐오가 펼쳐내는 풍경|‘역사부정죄’ 입법이 필요하다
보론 _ 부정의 시대에 어떻게 역사를 듣는가(조경희)
한일 역사부정론의 동시대성|역사부정과 여성혐오
주석
찾아보기
책 속으로
후지키 ?이치는 유튜브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줄 미국인 스피커 토니 마라노Tony Marano를 지원하기 위해 ‘텍사스 대디’ 일본사무국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금전적으로 지원해왔다(46쪽).
문재인 정부의 반일 종족주의가 한일관계를 파탄시키고 있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어렵게 해 대한민국의 위기가 증대되고 있으니 애국자인 자신들이 나서 싸운다는 논리를 구축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맹목적으로 받드는 자들은 스스로 ‘반일-공산주의(종북, 빨갱이)-매국’에 맞서서 ‘친일-자유주의-애국’을 한다고 믿고 있다(48쪽).
한국의 뉴라이트나 일본의 극우파나 각각 근현대사에서 극우/파시즘/독재정치로 인한 잘못을 반성하는 역사인식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속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국가(폭력)의 잘못을 반성하는 대신에 미화하거나 심지어 왜곡하고 있다(54쪽).
일본인이 오해하고 있는 ‘역사인식’이야말로 미사일이나 핵무기보다도 훨씬 무서운 위협을 일본에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인이 빨리 본래의 독립주권국가로서의 역사관을 재건하지 않으면 눈앞에 국가의 존립이 위험해진다. 바야흐로 우리 개개인의 역사관이야말로 이 역사전쟁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최후의 보루이다(65쪽).
연합군 문서와 고노 담화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에서도 업자의 선정부터 강제 동원에 이르는 업무를 조선군사령부가 감독했고, 모집 지역의 경찰과 지방 말단기구의 관헌도 이에 가담했다(96쪽).
(일본군 ‘위안부’들이) 강제로 당했는지 어떤지는 관계없다. 일본 이외에는 누구도 그 점에 관심이 없다. 문제는 위안부들이 비참한 일을 당했다는 것으로, 일본 정치가들은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98쪽).
이영훈은 공창제를 창기 등 ‘접객 여성’이 합법적으로 자기 영업하고 폐업할 수 있는 제도 정도로 이해하고 있고, 그 연장에서 군 ‘위안부’제도는 합법이고 성노예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그는 합법적인 민간의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되고 편성된 것이 군 ‘위안부’제인 것이고, 군이 세밀하게 통제하면서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하타가 주장하는 일본군의 ‘좋은 관여론’과 일맥상통한다(104쪽).
최전선 지역이었던 미치나에서 ‘위안부’의 자유 폐업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자유 폐업이려면 계약 기간이나 선금이 남아 있어도 ‘위안부’는 폐업할 수 있어야 한다. 선금을 다 갚고 나오는 것도 부채의 구조상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위안부’들이 어떤 목적과 방법으로 위안소에 끌려왔든 간에, 선금과 부채 등을 고리로 삼아 자유 또는 자율성이 심각하게 박탈된 상태에서 성행위를 강요받은 것은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라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112쪽).
이영훈이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에서 골라온 사례, 즉 한 ‘위안부’가 한 번에 1만 1,000엔을 싱가포르 (요코하마)정금은행에 ...가서 부쳤다는 날은 1944년 12월 4일이었다. 1941년 12월을 100으로 기준 삼으면, 1944년 12월은 도쿄 물가지수가 130이었고, 싱가포르 물가지수는 극심한 전시 인플레로 10,766이었다. 따라서 1만 1,000엔은 도쿄에서는 132엔의 가치밖에 안 되었다(118쪽).
이영훈은 이용낙이 문옥주를 “재촉”했고 서울 정대협에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김학순에 이어 두 번째로 고백하게 되었다고, 다시 말해서 마치 ‘커밍아웃’을 강요당했다는 뉘앙스로 서술한다. 또한 문옥주의 이야기가 방송을 타고 나가자, 왜 이름을 밝혔냐고, 돈(보상금) 때문에 신고한 거냐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친구와 친지의 전화를 받았고 그렇게 문옥주는 모두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영훈은 주장한다(159쪽).
출판사서평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합법적 ‘공창제’하의 매춘부였다고?
고수익이 보장된 개인영업이었다고?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를 통해
《반일 종족주의》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다
진실에 눈감은 채 입맛 따라 자료 골라 왜곡 해석
실증의 탈을 쓴 역사부정론과 혐오론의
수법과 논리를 폭로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의견opinion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지, 자신만의 사실facts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학자이자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고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의 말이다. 특정 정치적 의도를 갖고 역사부정을 시도하는 것을 숨긴 채 자신만이 실증적으로 ‘기본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선동하는 집단에게 참으로 시사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역사부정론자는 자신의 주장이 자료와 증거에 기반하고,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상은 밑도 끝도 없는 숫자를 통계 형태로 나열하고, 편향적이고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 해석하며, 논거와 상관없는 주장을 암시를 걸 듯 반복한다. 지난해 출간되어 이른바 ‘반일 종족주의 현상’을 불러일으킨 《반일 종족주의》(이영훈 외)가 바로 그런 방법과 논리를 충실히 보여준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반일 종족주의》의 반역사성을 정면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다. 군 ‘위안부’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것이 《반일 종족주의》의 핵심이자 주전선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았지만 산발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실증주의를 내세워 일본 극우 부정론자가 좋아할 만한 주장을 반복하는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군 ‘위안부’ 문제에 천착해온 지은이가 실증적 방법과 해석적 방법, 그리고 구조적 분석의 방법을 교차해가며 비판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할 가치가 있다.
“목소리 큰 쪽이 이겨서야” 방법론 자체가 문제
지은이는 1부에서 우선 ‘반일 종족주의’는 무엇이 문제인지 짚는다. 큰 틀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바탕부터 흔드는 것이다. 우선 “‘위안부=성노예설’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국내 최초의 연구자”라는 이영훈의 자화자찬이 일본 극우 역사부정론자 하타 이쿠히코의 20년 전 주장과 맥이 닿아 있음을 지적한다. 또 한일 우파 역사수정주의의 연대와 네트워크에 주목하면서 2002년 불거진 2차 북핵 위기와 일본인 납치사건으로 반북 감정을 공유한 이들이 2004년 ‘친일진상규명법’ 통과를 계기로 이른바 ‘뉴라이트’가 태동하게 되었다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편향적인 자료 선별과 의도적인 자료 오독과 생략을 근거로 한 역사수정주의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부인했던 역사부정과 같은 선상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예컨대 한일 범죄통계 중 위증죄와 무고죄에 관한 한일 범죄통계를 비교해 한국인이 거짓말쟁이 민족이라는 주장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조선총독부...의 통계치는 식민지 지식권력의 목적과 효과를 고려해 어떻게 비판적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지적하면서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은 ‘실증’의 탈을 쓴 역사 부정이자 ‘부정의 실증주의’임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그 핵심은 자료 여부가 아니라 프레임 싸움이라는 논리라며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는 일본 극우파의 냉소주의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성노예가 아니라 매춘부였다고?” 세부 사항 비판
2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이영훈의 주장을 사실을 들어 하나하나 논파한다. 이영훈의 주장은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 연행되지 않았고 공창제의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기 영업과 ‘자유 폐업’을 할 수 있는 돈벌이가 좋은 매춘부였지 성노예가 아니었다”로 정리된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유괴도 불법적인 강제 동원이며 위안부를 모집, 영업한 업자 선정부터 조선총독부에서 감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합법적인 민간의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된 것이 일본군 ‘위안부’ 제도라는 이영훈의 주장에 대해 지은이는 공창제가 합법적인 성매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성 관리로서 그 운용의 실상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었으며, 따라서 군 ‘위안부’ 제도를 합법적인 것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위안부’ 업은 개인 영업으로 ‘자유 폐업’의 권리와 자유를 가졌다는 이영훈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 본토 공창제에서도 ‘자유 폐업’은 유명무실한 규정이었고 식민지 조선의 공창제에서는 아예 없던 규정이었으며, 최전선의 일본군 ‘위안부’ 제도 운영에서 ‘자유 폐업’은 말할 것도 없이 완전한 허구였음을 입증한다. “수요가 확보된 고수익 시장으로 많은 금액을 저축, 송금했다”는 대해서도 현지 물가와 일본의 물가 변화 추이를 제시하며 점령지에서의 전시 초인플레에 따라 전혀 가치 없는 군표를 모은 셈이었음을 보여준다.
문서 자료와 역사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무시하는 일본 극우파와 이영훈의 주장에 대한 지은이의 비판은 통렬하다. 역사적 증거를 인멸한 자들이 엄격한 실증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개탄한다. 지은이는 지난해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 사전 문답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예를 들면, 똥을 밟았고, 그게 분명한 사실인데, 증거를 대라 합니다. 그래서 똥 밟은 신발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 똥은 사람 거냐 짐승 거냐 묻습니다. 이에 대해 답하면, 그 성분은 무엇이냐 뭐 이렇게 끝없이 증거를 대라 말하는 상황인거죠. 따라서 100퍼센트 증명하지 못했으니 확신을 가지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서 목소리를 높입니다.”
“피해자 증언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 맥락 읽기
3부에서는 실례를 들어가며 자료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조근조근 설명한다. 지은이는 버마 미치나에 포로로 잡힌 ‘위안부’들에 대한 미군의 심문자료와 사진, 중국 윈난성 쑹산과 텅충에서 미군 병사들이 찍은 스틸사진과 짧은 동영상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그렇게 해서 미국 측 심문자료에서 위안부를 ‘prostitute’라 옮긴 것 등을 근거로 ‘위안부’를 ‘매춘부’로 이해한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이렇게 논박한다. 미군이 통번역에서 쓴 ‘prostitute’는 포로 심문을 담당했던 일본인 2세 병사들이 활용한 군정보대 언어학교에서 편찬한 사전의 용례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일 뿐, prostitute라는 용어는 매춘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를 뜻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나아가 1944년부터는 미군도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점차 이해하게 되어 ‘prostitute’보다 ‘comfort girl’로 번역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영국 측 심문자료와 교차분석하고, 스틸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히 분석해 맥락을 찾아내는 과정은 작은 실마리 하나로 범인을 찾아가는 수사기법과 흡사하다. 지은이가 5년이 넘도록 미국과 영국 등을 방문하는 등 5년이 넘도록 “온몸을 갈아넣어” 자료와 증언을 모았기에 그의 《반일 종족주의》 비판은 독자에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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