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좌도 역사 산책 (도서출판세종신서 2)- 따뜻한 역사 따뜻한 그림:이도국
[소감]저자의 프로필이 명확하질 않아 비전문가가 취미삼아 썼나보다 정도로 크게 기대를 안 했다가 빠져들어 읽은 책. 사실 사진 한 장 없이 누각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런 나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 읽기를 접을까도 했었다. 그런데 누각 이야기가 끝나고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정사에선 밝힐 수 없는 경상도 지역-주로 북도-에 얽힌 이야기를 문장도 매끄럽게 아주 잘 썼다. 얻은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게 정조 사후 세도 정치를 한 안동 김씨를 비롯한 집권 세력이 안동 지역 사람들이 아니라 경화사족(京華士族)이라 불리우던 서울 거주 집권 세력을 일컫는 것이고, 경상도 지역에 거주한 유명 성씨 일족은 남인 계열이라서 집권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이야기. 이외에도 많은 자료를 섭렵하여 쉽게 써놓아 역사 지식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국 현대사를 여자 3대가 겪어온 이야기인 "대륙의 딸"과
[참고]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1, 2권[홍인희 지음]도 이와 같은 형태의 책이다. 위 책이 마음에 드는 분은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라는 재미있는 명제를 가지고 낙동강 유역의 선비와 조상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한마디로 달콤하고 재미있다. 과거는 먼저 온 오늘이요 조상은 앞서 산 우리들이기에 역사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고 갈파하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따뜻함과 울림이 있다. 영남좌도는 낙동강 동편에 있는 조선시대 37개 고을을 말하는데 그 속에서 있었던 조상의 이야기를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하듯 때로는 격정의 문장으로 토해 내었기에 술술 잘 넘어 간다.
저자 : 이도국
경북 청도에서 출생
베이비부머 세대로 역사 지리 애호가
역사기행, 배낭여행으로 인생 2막을 가꾸다
경주 남산 기슭에서 우리나무 백가지를 키우면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기행서적
「히말라야 언저리를 맴돌다」 2018년 출간
그림 김 성 복 한국화가
개인전 10회
(금호미술관, 학고재, 이목화랑, 공산갤러리 등)
KIAF, 화랑예술제, 대구아트페어, 아트대구 등 20회 참가
(코엑스, 예술의 전당, 벡스코, 엑스코,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내외 초대전, 단체전 200여회 출품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목차
1 선비의 노래
낙남(落南)과 낙향(落鄕) / 도산서원에 과거 시제(試題)가 걸린 까닭은? /
현판에 새긴 뜻은? / 만대루 · 만대정 · 만대헌 / 서울양반 어디가고 안동양반만 남아있네 /
2 사랑과 한(恨)
육십 년의 한(恨)은 하늘을 울리고 /
안동에서 만난 네 명의 조선 여인 / 육신사에 얽힌 이야기들 / 이백 년 만에 뿌리를 찾아 회귀하다 / 얼자의 눈물, 천(賤)이란 무엇인가? /
3 영남좌도는 꽃길이다
한음과 노계가 역사 밖에서 친교를 맺다 /
68년간 쓴 일기, 조선의 삶 / 학봉의 격문이 영남 선비를 울리고 / 평영남비와 경상우도의 눈물 / 병호시비와 호계서원의 복원 /
4 역사는 따뜻하다
신라·백제·고구려 이야기 /
문중으로 읽는 고려시대 /
서양사학자 눈으로 본 조선의붕당 / 경화사족 연리광김을 아시나요? / 명현의 명문장 네 편 / 학도병 정철수와 대륙의 딸 장융 /
책 속으로
역사는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속에는 사람의 심성이 옥수수알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과거는 먼저 온 오늘이요, 조상은 앞서 산 우리들이기에 역사는 당신의 이야기이다.
만대루에오르면 텅 비었으면서도 정제되고 절제된 느낌을 받는다. 눈이 가는 방향은 동쪽보다 해지는 서쪽이 좋다. 수많은 사람을 다 포용하고 남을 것 같은 넉넉한 여유, 시끄러움과 속됨을 난간 밖으로 던져버리고 시간과 공간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듯 정지된 아름다움, 성리학이란 형이상학을 형상으로 나타내면 이런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덟 기둥이 누(樓)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들보가 살포시 눌러 당당하고 그 사이로 가로 판재 세 줄은 조선 유학의 청청한 맥 같다.
- 본문 중에서 -
[머리글]
책을 내면서 / 따뜻한 역사 따뜻한 그림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속에는 사람의 심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사랑과 증오, 탐욕과 오만, 분노와 질시, 미움과 한, 따뜻함과 슬픔이 옥수수알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그중에서 기쁘지 않은 부분을 강조하면 불행한 역사가 되고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강조하면 치욕의 역사만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된다.
나는 따뜻한 역사가 좋다. 들을수록 뭉클하고 읽을수록 재미있는 조상들의 이야기가 좋다. 주어진 운명과 신분에 순응하며 사람답게 살아온 사람들, 흥겨운 노랫가락에 어깨 들썩이며 한 맺힌 세월 속에서도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이야기가 좋다. 아픈 부분은 쌀뜨물처럼 부옇게 만들고 따뜻한 이야기는 돋보기로 확대하여 더 잘 보이게 만든 그런 역사책이 좋다.
역사의 기록이란 무척 어렵다. 관찰이란 객관성보다 기록이란 글쓴이의 주관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단하게 여기는 역사적인 사건도 그 시절의 관점으로 되돌아가서 보면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예컨대 수시로 발생하던 역병은 사서(史書) 모퉁이에 빛바랜 몇 글자로 남아 있지만 당시에는 나라 인구의 일할 이상이 사라지는 큰 사건이기도 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보편화가 된 오늘날, 동서양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우리나라만큼 역사나 문화가 괜찮은 나라가 별로 없다.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고 자랑스럽다. 우리말과 글이 있고 풍성한 기록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동양 고전에 박식한 조상들과 그들이 쓴 이야기가 많이 있다. 오랜 역사를 유지해 왔음에도 국가 기틀이 망가진 적은 극히 짧았고 종족 문제는 아예 없었다. 전란의 피폐함과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평화시대가 길었다. 어떤 이들은 조상의 기록물이 전부 중국 문자인 한자로 되어 있다고 타박하는데 라틴어와 희랍어가 없는 서양 고전은 어디 있는가? 지금도 영어란 외국 문자가 인류문화를 지배하고 있지 아니한가?
역사는 왕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왕조사 중심에서 최근 개인 집안의 소장 기록물과 문집이 하나둘씩 세상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반갑다. 우두머리 역사...에서 그물망 역사로 옮겨지니 읽을거리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역사책을 왜 읽는가? 배우기 위해서 읽는다고 한다. 역사 그 자체를 배우고 역사를 통해서 역사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역사책을 읽는다고 한다. 나는 즐겁기 때문에 역사책을 읽는다. 아픈 이야기, 불행한 사건을 확대하고 부풀린 이야기에 대해서 애써 공감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인간 심성의 복잡하고 불완전한 흔적이 담겨있다. 아픈 부분은 자꾸 건드리면 덧나게 되고 좋은 감정을 자꾸 불러일으키면 모두가 즐겁다.
영남좌도는 서울의 관점으로 보아 낙동강 좌측(동쪽)에 있는 37개 고을을 말한다. 크게 안동권, 대구권, 경주권에 속해 있다. 험준한 고개 남쪽에는 낙동강이란 큰 강이 흐르고 있고 큰 고을이 많으며 수운이 활발하여 행정 편의상 좌·우도로 나누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장벽이 없고 왕래가 빈번했다. 안동과 상주, 대구와 성주·구미가 더욱 그러하다. 동래는 좌도에 김해는 우도에 속했다. 내 이야기도 좌·우도를 넘나들었다.
이번 책은 안동 이야기가 많다. 영남좌도는 아무래도 가장 많이 다닌 곳이므로 보고 들은 것이 많았다. 〈영남좌도 역사 산책〉이라고 마음으로 길을 내며 써 내려갔다. 낯선 곳을 다녀도 옛날 문물이나 세월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곳으로 발품을 팔다 보니 그동안 쌓아 두었던 것이 많았나 보다. 책을 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옛날에 휘갈겨 놓았던 잡문이 많이 있었다.
내 글에서 쓰고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그림에서 느껴보라고 야생화 그림을 쉼터처럼 많이 넣었다. 어찌 보면 내 글보다 싸리재 만항재의 야생화 그림이 주는 따뜻한 울림이 훨씬 크다. 따뜻함을 느끼고 즐겁다면 그림이든 글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따뜻한 그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개량종의 화려함에 밀려 좋은 자리를 다 내어주고 이름 모르는 관심 밖의 식물인 된 들꽃과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주어진 직분에 만족하며 천연덕스럽게 억척스럽게 살아온 조상들의 이야기는 서로 닮았다. 야생화의 특질을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끈기 절약 도주 저항 등이다. 내 역사 속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시골 야산 어디를 가더라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고즈넉한 무덤들,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이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놀다 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친척 집 가듯이 불쑥 들리곤 했다. 비문이나 상석을 보고 어느 집안의 선영인지 혼반은 어느 집안하고 맺었는지 살펴보곤 한다. 항상 본관이 제일 먼저 나온다. 어떤 연유로 그들의 조상이 먼 이곳까지 내려와 정착하고 집안을 일으키고 일생을 마쳤는지...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이다.
이번 글에는 문중을 많이 언급했다. 조상의 이야기로 문중을 불렀고 특정인의 뿌리나 수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점차 색깔이 옅어져 가고 있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동족마을의 이야기가 우리의 역사이다.
조상과 오늘의 우리와 생물학적 유사성은 어떠한가? 실제로 4대 고조 핏줄, 팔촌을 벗어나면 유전학적 DNA의 유사성이 10%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조상들은 그것을 지식으로 알지 못했지만, 지혜로써 ‘당고조 8촌’이라 했다. 지금은 사라진 용어이지만 그것을 ‘당내친’이라고 했고 같은 조상을 모시고 제례의식을 함께하는 일가붙이라 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팔촌을 벗어나면 얼굴 생김도 체형도 닮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조상의 지혜는 대단히 놀랍다.
따라서 역사상 훌륭한 인물의 DNA는 직계 후손들에게만 온전히 물려준 것은 결코 아니라. 세월의 흐름을 타고 얽히고설켜 전 국민에게 골고루 퍼져 있다. 인구가 국력인 오늘날, 좋은 집안이란 후손이 많이 번창하여 종족이 전국 곳곳에 골고루 퍼져있는 문중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제의 습관으로 오늘을 사는 것이 인간인데 무사히 직장생활을 끝낸 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인생 2막의 열락에 감사하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떠나라 했는데 고작 수백 권도 읽지 않은 채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세상에 던지니 깃털처럼 가벼운 인생이 심히 두렵다. 어찌하랴, 이미 넘쳐 내 수중에서 떠난 것임을.
다음은 혼돈과 역동의 시대, 14세기 인물사를 쓰고 싶다.
출판사서평
〈선비의 노래〉 〈사랑과 한〉 〈영남좌도는 꽃길이다〉 〈역사는 따뜻하다〉의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전부 21개 이야깃거리를 싣고 있는데 역사책 밖에 숨어 있는 조상의 이야기를 감질나게 찾아낸 저자의 솜씨도 일품이거니와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유명 한국화가의 야생화 그림이 쉼터처럼 담겨 있어 싱그럽다. 그래서 ‘따뜻한 역사와 따뜻한 그림’이 부제가 되었다. 꽃피는 봄날, 가슴 따뜻한 사람과 함께하기 좋은 책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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