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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경제, 역사, 제도에 대한 단상:김두얼

Bawoo 2021. 6. 6. 23:19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저자 김두얼 |

[소감] 경제 칼럼 모음. 내용이 깊은 듯하면서도 그렇질 않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싶은내용은 별로 없었다. 책 제목은 사라지는 5일장 이야기인데 나라가 잘살게-공업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어디 5일장 뿐이겠는가.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읍내에서 10리는 족히 걸어 들어가야만 했던 고향의 할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에는 수많은 공장이 들어섰고 초중등학교에 다녔던 전방 지역 시골에도 수많은 산업단지가 생겨 농촌이라고 느낄 수 없게 되어있는걸.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는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두루 전공한 저자가 십수 년간 지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묶은 칼럼집이다. 저자는 애초에 일회적으로 소모되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집필했는데, 그 덕분에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에 수록된 50여 편의 글은 그 안에서 일종의 흐름과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또 글 하나하나가 시간을 타지도 않는데, 시론적인 글보다는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소개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공을 들여온 저자의 노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책은 전체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삶과 죽음’에서는 출산, 인구, 사망에 관련한 문제를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풀어간다. 제2부 ‘빈곤과 풍요’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모았는데, 경제성장을 평가할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짚고 넘어간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제3부 ‘재난과 경기 침체’를 다룬 부분이 눈에 띈다.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간의 모든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이 밖에도 삶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난을 겪기도 하는데, 이런 재난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사례 연구를 근거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등 근대사회의 전쟁의 경우에는 종전 후 대개 4~5년 정도가 흐르고 나면 복구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1958년 무렵에는 경제수준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되었다. 또 20세기 역사상 가장 많은 폭격이 있었던 베트남전의 경우에도 지역별로 다른 폭격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약 40년이 지난 2000년대에는 각 지역의 발전 정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컬럼비아대 학교의 도널드 데이비스Donald Davis와 데이비드 와인스타인David Weinstein은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이 지역 경제의 장기발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폭격 연구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이 연구는 폭격이 이루어진 도시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결과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아울러 2차대전 당시 독일에 대해 이루어진 연합군의 폭격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_제3부 재난의 경제학, 98~99쪽

반면에 감염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 가령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18년에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는데, 그 해에 태아였던 1919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결과 다른 연도의 출생자들보다 건강, 학업, 소득 등 여러 지표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은 태아 상태였던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퇴역군인의 삶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체와 정신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생에 걸쳐 소득과 건강 상태가 나쁜 수준에 머물렀다. 저자는 이처럼 재난의 종류에 따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층위에서 파악하고자 시도한다. 계속 이어지는 제4부에서는 시장, 제5부에서는 제도, 제6부에서는 법, 제7부에서는 교육을 각각 핵심 주제로 삼아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 : 김두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대학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UC Davis, 한국개발연구원 KDI을 거쳐 현재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시아역사경제학회Asian Historical Economics Society 회장을 역임하고, 아시아법경제학저널 Asian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부편집장, 한국법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경제성장과 사법정책』 『한국경제사의 재해석』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보이는 손The Visible Hand』이 있다. 이 밖에도 경제사와 법경제학 관련 논문들을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 게재했으며 다양한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목차

머리말 8

제1부 삶과 죽음
흥부의 역설 13
새로운 악당이 필요하다 18
사랑할 나이, 결혼할 나이 21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출산율 27
부모로서의 왕과 왕비 34
성전환과 성감별 40
최고 통치자의 임기 45
행려사망자 51

제2부 빈곤과 풍요
키 59
소중한 성취, 소득 3만 달러 64
잊힌 원조 67
195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출발점 73
수출진흥확대회의 80
철도를 통해 본 북한경제 침체의 원인 86
방글라데시, 세계화 그리고 북한 92

제3부 재난과 경기 침체
재난의 경제학 97
노예무역이 21세기 아프리카에 남긴 유산 102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 공조 108
보호무역 112
대공황에 대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 117
마이너스 은행 금리 122

제4부 시장이라는 불가사의
이퀼리브리엄 129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5일장의 성쇠 133
국제무역 138
스크린 독점과 차별적 상영 배정 142
순번과 순위: 〈나는 가수다〉의 경제학 147
동문 효과 152
담뱃세 논쟁: 말을 마차 앞으로 가져와야 157

제5부 시장과 제도
애덤 스미스는 시대착오적? 165
수목금토일일일 170
‘골드스미스’와 ‘실버스미스’ 175
한시노예 180
빚과 벌 184
파산, 어제와 오늘 187
회사 제도 192

제6부 재산권과 사법
민둥산 199
분쟁, 소송 그리고 경제성장 204
법원의 살림살이 210
골프장 부지를 마련하는 두 가지 방법 213
죄와 벌: 우리나라 법령에 규정된 형벌의 범위와 수준 219
징벌적 손해배상 226
최소선발인원 232
법률시장 개방 그리고 그 이후 236

제7부 교육, 대학, 연구
문리와 수리 245
역사학과 머신러닝 248
증거기반 정책 251
정보는 꿰어야 보배 254
연구의 선진화 257
우울한 미래 260
학술지 평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263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267
입시정책이 아니라 대학정책이 필요하다 270

참고_ 원고 최초 수록 출처 274

 

책 속으로

이유가 무엇이건, 향후 세계 인구가 더는 ‘폭발적 증가’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이것은 인류가 가진 가장 큰 고민 중 한 가지를 덜어주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모든 현상은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 성장이 정지한 미래의 인류는 지금과는 다른 과제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의 몫이다. ‘인구 폭발’이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명확해지면, 인류를 구하기 위해 대량 살상을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악당을 더는 써먹을 수 없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뒤 스파이 영화를 만들던 영화제작자들이 직면했던 것과 유사한 고민, 즉 악당이 소멸해 버리는 문제가 등장하는 셈이다.
_제1부 삶과 죽음, 20쪽에서

두 번째는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인데, 이 기간 동안에는 평균 신장이 정체 혹은 감소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것은 미국의 경우이다. 군인들의 평균 신장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화가 본격화되는 1830년경부터 1880년대까지 평균 신장이 약 3cm가량 감소하고,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180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데, 1차적으로는 산업화ㆍ 도시화에 따른 생활환경의 악화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_제2부 빈곤과 풍요, 60쪽에서

재난으로 인한 충격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이상의 연구들은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이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기술이 발달하고, 자본과 인력의 지역 간 이동이 쉬워지면서 물적 파괴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료기술은 인간의 신체나 정신에 남겨진 상처를 완전하게 치료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듯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외생적 충격이 왔을 때 이것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해 서 예방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도 크다.
_제3부 재난과 경기 침체, 101쪽에서

이 문제는 사실 ‘경연concours’이라고 통칭되는 종류의 경쟁에 모두 내재되어 있다. 음악콩쿠르, 영화제, 미인선발대회, 피겨스케이트 선수권 대회 등이 대표적인 경연 형태의 경쟁이다. 나아가 회사의 입사 면접, 입찰에서의 발표presentation, 선거후보자들의 공약연설 등도 여기에 속한다. 경연에서는 심사자들이 승패 여부를 판단하는데, 여러 참가자의 공연을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연 참가자들은 순서를 정한 뒤 차례대로 공연을 한다. 이때 공연 순서는 〈나가수〉에서처럼 경연자들의 실력과는 무관한 기억의 감가상각이라는 요인을 통해 승패 혹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_제4부 시장이라는 불가사의, 147쪽에서

 

동문 간 뒤 봐주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은 시장 메커니즘이다. 어떤 개인 기업에서 능력 있는 사람 대신 능력이 떨어지는 친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 기업은 낮은 성과로 인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응징을 받게 된다.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직사회, 나아가 국가 권력이 동문들 간의 친분을 우선으로 삼아 운영된다면 국제 사회에서 해당 국가는 퇴보하게 된다. 기업의 경우는 선택에 대한 피해를 기업 소유자 본인이 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가의 경우는 동문들 간 나아가 직장 선후배 간 자기 사람 챙기기가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_제4부 시장이라는 불가사의, 156쪽에서우리나라에서 사법제도와 운영에 대한 논의는 많은 경우 법리적 혹은 이론적 논의에 집중되고, 실제로 그러한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과 실증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입법자들이 규정하는 형량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이 연구와 같은 작업은 향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실제로 검찰이 구형하고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형벌 규정들과 실제 처벌 수준이 범죄 억지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분석 대상이며, 이와 관련해서도 향후 추가적인 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_제6부 재산권과 사법, 225쪽에서

 

출판사서평

종횡무진 시공을 가로지르는
흥미로운 질문들이 솟구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흥미로운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부족함이 전혀 없이 살았을)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왜 가난한 백성들보다 더 짧았을까? 『춘향전』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혼인 연령이 잘 반영된 이야기일까? 영화 〈어벤저스〉와 〈킹스맨〉의 악당들은 왜 인류의 대량살상을 도모했을까?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경연 순서는 순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까? 명문 학교 출신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은 질 높은 교육 덕분일까, 아니면 소위 말하는 ‘동문’ 효과 때문일까? 저자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경제학자의 눈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답한다. 단순히 자신의 견해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증거를 데이터와 그래프로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 그러면서 해외 학자들의 연구뿐만이 아니라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까지 소개한다.

혼인 연령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재미있는 대답을 제공한다.우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는 셰익스피어가 허구를 창출한 쪽에 가깝다. 영국 인구사의 권위자인 앤서니 리글리Anthony Wrigley와 로저 스코필드Roger Schofield의 연구에 따르면,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 영국의 초혼 평균연령은 남자가 28~29세였고 여자가 26세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실제 배경인 이탈리아의 경우 정확한 혼인 연령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영국보다 크게 낮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경북대학교 박희진 박사가 수집한 행장, 묘비 자료에 따르면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평균초혼연령은 남자와 여자 모두 16세가량이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들의 초혼 연령 역시 사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춘향전의 연령 설정은 문학적 허구라기보다는 당시의 생활에 가까웠던 셈이다.
제1부 삶과 죽음, 23쪽에서

또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저자가 갖고 있는 역사 지식이다. 저자의 주 전공인 경제사인 만큼 역사적 사실들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폭넓게 분석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의 제목이『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인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그저 역사적 사실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경제학자 눈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출산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는다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출산율이 왜 이렇게 빠르게 하락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완화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재의 상황에만 너무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폭넓은 고찰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출산의 장기적 추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실질적 이유를 굳이 들어야 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제1부 삶과 죽음, 33쪽에서『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는 경제사와 법경제학이 어떤 학문인지 궁금한 독자, 이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연구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풍경일지 엿보기를 바라는 독자들의 지적호기심을 채워 주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생각의 보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