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전문 보기는 책제목 클릭]
최근 일본에서 아베정권을 위시한 극우세력이 장기집권하면서 신군국주의 패권정책 지향 추세가 드러나고 있다. 이들 극우세력은 한국 침략과 식민지 강점 수탈이 한국사회를 근대화시켜준 시혜였다는 식의 거짓된 주장을 펴고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2019년 국내에서도 이에 보조를 같이한 ‘식민지근대화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고,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일제가 한국을 식민지로 ‘합병’하여 개발 근대화시켜준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었다며 일본 극우세력의 역사수정주의와 입장을 같이한다. 한편, 지난해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관계가 크게 경색되기도 했는데, 처음 일본 측이 제시한 이유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오늘날 겪는 대다수 갈등의 시발점에는 해결되지 못한 역사 문제가 있다. 『일제의 한국민족말살ㆍ황국신민화 정책의 진실』은 이러한 최근의 동향을 마주하며 다시금 역사적 진실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용하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처음 등장한 1960~70년대부터 그에 대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저자는 한국민족독립운동사, 한국근대사회사상사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온 선구자 중 하나인 것은 물론,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힘써온 원로 역사학자로서 일제강점기 식민지정책의 실체와 본질을 사실 그대로 인식하고, 일제 식민지근대화론의 거짓 학설에 미혹당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책 속으로
일본 학계의 소위 ‘식민지근대화론’은 1970년대부터 한국에도 수입되기 시작하여, 아직도 빈약한 일제강점기의 연구 분야에 일본 연구비와 함께 뚫고 들어왔다. 그들의 연구는 ‘진실’을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 일제총독부의 식민지정책을 ‘개발’ ‘근대화’ ‘시혜’ 정책으로 설명해서 한국을 일본에 종속시키는 역사인식의 바탕으로 시도되었다. [……] 이러한 주장은 21세기에 들어서도 계속되었으며, 아베정권 탄생 이후에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제1장 「일제 식민지근대화론이 대두된 배경」, 20쪽)
일제는 경복궁 근정전 등 10여 동의 건물만 남긴 후 4천여 간에 달하는 경복궁 건물들을 완전히 파괴하였으며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까지 헐어버렸다. 근정전도 철거하여 총독부관리용 정구장을 만들려고 설계했다가, 3ㆍ1운동으로 대타격을 받고 계획을 변경하여 남겨두기로 하였다. 일제가 이와 같이 경복궁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총독부 청사를 지은 것은 고의적으로 한국민족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무력으로 짓밟고 “한국민족은 망했다”는 패배감을 안겨주려고 획책한 것이었다. (제5장 「1910년대 일제의 한국민족말살정책」, 66쪽)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이 학살한 조선인의 총수 통계를 일본정부는 끝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 임시정부는 비밀리에 특파조사원들을 도쿄에 잠입시켜 동포들의 협조를 받아가며 지역별로 정밀하게 각종 방법의 조사를 진행했는데, 확인된 한국인 피살자 총계는 6,661명이었다. 일제는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발생하자 대책이 미흡한 일본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공격을 피하려고 일본정부 내무대신과 경시총감이 아무런 잘못 없는 재일본 한국인을 식민지 백성이라고 해서 표적으로 만들어 무려 6,600여 명이나 형용할 수 없는 온갖 야수적, 야만적 방법으로 잔혹하게 학살한 것이었다. (제6장 「1920년대 일제의 한국민족말살정책」, 96~97쪽)
일본은 1944년 8월부터는 전국에 대해 ‘일본어 상용전해운동’을 강제하였다. 관공서는 물론, 상점ㆍ극장ㆍ운동장 등에서도 오직 일본어만 사용하고 방송하도록 하였다. 우체국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은 우편물은 접수를 거절하였다. 철도ㆍ운수ㆍ교통ㆍ통신에서도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매표와 통화를 금지시켰다. [……] 일제가 식민지정책으로 일본어 강제 강습을 전국적으로 시행한 후인 1943년에도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인은 22.15퍼센트에 불과하였다. 한국인의 약 78퍼센트는 한국어만 알고 일본어를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일제의 한국어 말살정책과 일본어 상용 강제 정책으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은 한국 땅에 태어나 살면서도 자기의 말을 하지 못하고 공식적으로 벙어리가 되는 고통 속에 살도록 강제 탄압당한 것이었다. (제8장 「한국어ㆍ한글 말살정책과 일본어 상용 강제」, 153~55쪽)
일제는 한국청년들에 대한 징병제 실시를 준비하면서 개인과 가족 수준에서도 한국민족의식을 유발시키는 한국식 성명까지 바꾸어 일본 ‘황국신민의식’을 철저하게 주입시키지 않으면 한국인들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총알받이’로 투입되어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창씨개명’을 강행하려 한 것이었다. 일제총독 미나미 지로는 창씨개명을 강제하기 위해 1939년 11월 10알 제령 제19호 ‘조선민사령 중 개정 건’과 제령 제20호 ‘조선인의 씨명에 관한 건’을 공포하여 한국인의 창씨개명을 명령하였다. (제11장 「한국성명 말살과 ‘창씨개명’ 강제」, 176~77쪽)
일제는 태평양전쟁 도발을 앞두고 1941년 3월 ‘조선사상범 예비검속령’을 제정, 실시하였다. 침략전쟁에 조선 청년학생들과 조선인을 동원 희생시키기 위해서는 항일적 민족주의자나 공산주의자의 일제 비판이 침묵ㆍ소멸되어야 하는데 도저히 이를 달성할 수 없었으므로 아예 필요할 때 미리 ‘예비검속’하여 고문 학대하면서 침묵을 시키면 민중으로부터 민족간부들을 분리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의 한국민족간부급 인사들은 범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헌병대나 경찰서에 임의 구속되어 심문과 고문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제15장 「한국민족간부 인사에 대한 감시ㆍ검속과 학살 계획」, 239쪽)
출판사서평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한국 침략강점과 수탈의 방대한 기록과 증언!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1910년대와 1920년대, 그리고 1930년 이후의 세 국면으로 나누어, 일제의 한국민족말살정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본다.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압축적으로 조선총독부 정책의 실체, 한국민족이 겪은 수난 등을 연대기순으로, 또 세부 항목별로 일람하기에 유용하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통치의 3대 특징은 사회경제적 수탈정책, 한국민족말살정책, 식민지 무단통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일제는 한국민족에 대하여 사회경제적 수탈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한국민족말살정책’을 강행했다. 일제는 이를 ‘동화정책’ ‘내선일체’ 등으로 기만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상 한국인을 일본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차별받는 예속천민 신분층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이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식민지정책의 목적 달성을 위해 철저하게 일본군대식 ‘무단통치’를 실행했다. 일제하의 한국에서는 모진 고문과 오랜 투옥, 태형, 각종 학살 만행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특히 일제는 한국의 국토와 주권을 빼앗고 사회경제를 예속시킨 데 이어, 독립운동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한국인의 민족의식을 제거하기 위한 갖은 정책을 펼쳤다.
이 책은 일제가 한국민족말살을 위해 시행한 각종 정책들과 탄압책을 전 방위적으로 살펴본다.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본 한국인 학살, 민족문화재 약탈 및 파괴, 치안유지법과 친일파 육성정책, 황국신민화 정책, 한국어 사용 금지와 일본어 상용 강제정책, 한국 언론기관 탄압 및 폐간 조치, 조선어학회 탄압 등 민족지도자에 대한 고문 학대, 간도에서의 한국인 학살, 식민사관에 의한 한국역사 날조, 창씨개명 강제, ‘황국신민의 서사’ 제창 강제, 신사참배 강요, 민족종교 탄압, 강제 징병제 실시, 조선교육령, 사상범 예비검속령 등 수많은 사건과 정책을 낱낱이 추적해나간다.
식민지잔재 청산과 평화애호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발걸음
이 책의 의도는 뼈아픈 한국민족의 역사를 과거로 치부하여 잊거나 묻어버리지 말고, 제대로 된 식민지잔재 청산과 올바른 역사관의 성립을 위해 치열한 모색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재등장한 식민지근대화론은 국민을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이끌 위험이 있어 우려스럽다. 이들이 제시한 통계와 사료는 식민 지배의 전체 구조와 수탈, 폭압, 학살 만행을 간과한 매우 일면적이고 파편적인 자료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만 할 것이다.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한국민족의 뛰어난 인재들은 “한국민족을 구하고 보전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혈투를 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만 명의 참으로 뛰어난 애국적 인재들이 일본 제국주의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조국을 광복하려는 민족해방전선에서 혈투를 전개하다가 전사하였다. 너무 많은 민족간부들을 민족독립전선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그 민족적 손실은 수학적 통계로 계산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연구서이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노학자의 진정성이 이 책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어떤 사회를,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가, 이제 다시 역사를 들여다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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